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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홍콩 몽콕 펍 '더 에일 프로젝트'

오늘은 2022년 1월 5일 수요일입니다. 오후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은행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금요일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없답니다. 왜냐고 물으니, 다음과 같은 속보를 보내주었습니다. 

https://www.scmp.com/news/hong-kong/health-environment/article/3162190/coronavirus-hong-kongs-fifth-wave-has-already

https://www.fehd.gov.hk/english/events/covid19/vaccine_bubble_FP.html

쉽게 말해서,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저녁 6시 이후로 식당 영업 금지입니다.(From Friday, evening dining banned in restaurants, while bars and other leisure venues ordered to close.) 기사를 좀 더 자세히 읽어보아야 하겠지만, 만약에 여는 식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홍콩 정부가 엄격하게 단속하는 기간에 구태여 찾아갈 필요는 없겠지요.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당분간 저녁 외식은 어려울 듯합니다. 지난번 저녁 외식 금지 명령은 두 달 이상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주에 몽콕 한복판으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1월 31일까지는 계속 몽콕에 머물 예정이지요. 몽콕의 유명한 펍들이 걸어서 1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 펍들을 방문하며 수제 맥주를 마시고 후기도 쓰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별 수 없습니다. 오늘 당장 펍들을 방문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때마침 지난주 섹오 비치 하이킹에서 처음 만났던 제 성균관대학교 후배가 함께 저녁을 먹자고 연락했습니다. 홍콩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친구이지만, 몽콕으로 넘어오겠다는군요. 그래서 그녀와 함께 몽콕에서 가장 유명한 펍인 <더 에일 프로젝트The Ale Project, TAP>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6시에 그곳에서 곧장 만나기로 했는데, 저는 5시 55분에 도착했습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5시에서 7시까지 해피 아워랍니다. 유명한 펍이라서 그런지, 제 앞에 단체 손님이 잔뜩 줄을 섰습니다. 일단 테이블을 잡고 편안히 착석합니다. 

형형색색의 의자에도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비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윽고 제가 레스토랑에서 만난 종업원 가운데 가장 친절한 여자분이 와서 6시까지 해피아워인데 3분 남았으니 빨리 주문하라고 웃으면서 제안합니다. 역시 코로나 시국의 구글 정보는 맞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헐레벌떡 주문하니, 제 후배인 대학원생 C가 입장합니다. 5시 58분입니다. 그녀 또한 놀라서 일단 주문을 마칩니다. 저는 클래식 페일 에일을, C는 PaperUmbrella를 주문했습니다. 해피 아워 때에는 20% 할인이 된다고 합니다. 

홍콩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C는 주변에 한국 사람이 없어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일이 드물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제 박사논문 주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논문을 써야 하는데, 그녀의 지도교수가 토론토 대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지도 교수 또한 공석인 상태입니다.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을 때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교수들은 수시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인지 C는 무척이나 많습니다. 비록 부족한 선배이지만, 그래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정보도 공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더 에일 프로젝트>는 금세 술과 멋진 분위기를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 찼습니다. 본디 7시 반까지 테이블을 비워주어야 한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는데, 친철한 웨이터의 배려로 더 머물 수 있었습니다. 

이제 2차를 가기 위해 계산을 하러 나섭니다. 확실히 처음 입장했을 때보다 어둑어둑해지니 실내 분위기가 더 삽니다. 

깨알 같은 가격표. 이렇게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운 색깔과 문양이 홍콩의 멋을 잘 드러냅니다. 

술맛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술맛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르기 때문에 제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저는 술맛보다, 친절한 직원과 멋진 분위기 때문에 여기를 재방문할 의사가 있습니다. 


몽콕 주변의 다른 바로 2차를 가려다가, 일단 몽콕과 조던, 침사추이를 걸으면 어떻겠느냐는 후배의 제안에 저도 동의했습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한 세 군데에서 각각 한 달 이상씩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그쪽 지리에 훤합니다. 반면에 한적한 케네티 타운에서 머물다 번잡한 몽콕과 침사추이에 온 C는 저보다 훨씬 즐거운 모양입니다. 침사추이 쪽으로 걸어 내려가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am & pm>에 들러 유명한 푸른색 아이스크림을 사 먹습니다. 

무슨 맛일까 대단히 궁금할 수 있는데, 비록 색깔은 파랗지만 평범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반드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 아이템입니다.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침사추이까지 걸어내려 가서 주변을 산책하다가, 너츠포드 테라스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구룡반도의 란 콰이펑'이라는 명성에 맞게, 평일인 오늘 저녁에도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그중 비교적 한적한 <쥬빌런트> 야외 테라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저녁 9시인데 첫 번째 잔은 해피 아워 적용이 되었습니다. 여기는 유명한 맥주 브랜드인 <구스 아일랜드>를 생맥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주문했습니다. 

땅콩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며, 무한 리필됩니다. 우리 테이블 오른쪽에서는 어린 커플이 시샤(물담배)를 피우며 담소 중이었고, 왼쪽에서는 잘 생긴 홍콩 청년 3명이 거대한 타워 맥주 세트를 주문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또한 대학원 생활과 논문에 대한 (남들이 듣기에는 지겹고 우리가 하기에는) 즐거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11시쯤 되자, 어린 커플이 퇴장하고 한국인 여성 2명이 자리했습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유학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멀리까지 와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독거노인은 슬슬 잠을 청할 때가 되었습니다. 추가로 주문한 와인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저는 대학원생 C를 지하철 역으로 바래다주고 집으로 향합니다.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조금 걷다가 귀찮아져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오늘 이렇게 늦게까지 있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저녁 영업 금지에 앞서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목요일에도 출격할까 생각하고 있지만, 오늘은 일단 이까지만 하고 깊은 잠을 청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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