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20108 홍콩 '타이 람 청' 저수지 하이킹

홍콩 골든비치와 카페테리아 비치 방문 

오늘은 2022년 1월 8일 토요일입니다. 간밤에 잠을 설쳐 아침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희성 형과 함께 '타이 람 청 저수지(大欖涌水塘)' 하이킹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타이 람 청은 '천 개의 섬 호수(Thousand Islands Lake)'라는 뜻입니다. 멋진 이름을 지닌 저수지입니다. 제 첫 홍콩 하이킹은 '싱문 저수지'였습니다. 홍콩에는 저수지 주변으로 개발된 하이킹 코스가 꽤나 많습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홍콩 단풍의 절정이 바로 12월 말에서 1월 말입니다. 즉 지금이 홍콩 단풍을 보기 가장 좋을 때입니다. 과연 한국과 다른 홍콩 단풍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https://www.localiiz.com/post/living-hiking-tai-lam-chung-reservoir-thousand-island-lake-hike


'타이 람 청' 하이킹은 보통 지하철 툰문 역 F2 출구에서 시작됩니다. 

희성 형은 평소에 새벽 5시 반에 기상합니다. 저와 동일하죠. 하지만 오늘 하이킹은 개인 사정상 8시 반에 시작되었습니다. 구글 맵을 따라 우선 '산 후이 시장(San Hui Market)'으로 갑니다. 

여기에서 43번 또는 43S 미니버스를 타야 하는데...홍콩의 지도가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둘이서 잠시 움찔거리고 있을 때, 눈 앞에서 43번 버스가 휙 지나갑니다. 그 버스가 왔던 곳으로 걸어갑니다. 마침 43번 미니버스가 출발 직전이라 올라타니, 정말로 낡았습니다. 그런데 요금이 HKD8이 넘었습니다. 보통 미니버스 요금은 4불을 넘지 않는데, 이 동네는 왜 이렇게 물가가 비싼 것일까요! 여하튼 오랜만에 만난 희성 형과 함께 즐겁게 미니버스로 이동합니다. 종점인 '소쿤왓 츠엔(So Kwun Wat Tsuen)'에서 내리면 되니, 기사 양반께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한참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골든비치를 지나게 되는군요! 잘 되었다, 오늘 점심은 여기에서 해결하자! 고 마음먹습니다.


종점에서 내려 발을 디딘 첫 느낌은 이곳이 경기도 양평군에 소재한 지하철 용문역 주변 풍경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느낌이 나서 매우 좋았습니다. 공기는 쾌적했고, 날씨는 따뜻했습니다. 우리가 목표한 뷰포인트(viewpoint)까지 가는 길은 잘 닦여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말 그대로 하이킹 느낌이었습니다. 

길 한 가운데에 즐거운 방해꾼인 염소 친구들이 엄청 돌아다닙니다. 길가 숲에서 예고 없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예상치 못한 염소 구경에 신나기는 합니다만, 길바닥에 염소 똥이 워낙 많아서 피해다니는 데 다소 애를 먹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뷰포인트까지는 2.5km, 약 1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큰 마음 먹고 멀리 나왔는데, 거리가 다소 짧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한국 분위기가 있어 아주 좋습니다. 제가 위에서 단풍 이야기를 드렸는데, 한국과 같이 불타오르는 듯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을 여기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시기를 잘못 잡았을 수도 있고, 홍콩 단풍이 한국과는 다른 느낌을 지녔을 수도 있습니다. 표지판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외길이라서 헤맬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만, 그래도 갈림길이 몇 군데 있습니다. 물론 표지판을 잘 보고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멋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등산객이 거의 없어 의아합니다. 홍콩에는 멋진 트레일 러닝이나 하이킹 코스가 다수 있습니다만, 찾는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한국에는 산이면 산마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가득한 데 말이지요. 뭐, 코로나 시국에 드문 인적을 즐기며 쾌적하게 등산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람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걷다 보니 벌써부터 거대한 저수지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청주호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유람선이 있었으면 했지만, 아쉽게도 찾는 이가 없어서인지 그런 관광시설은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20여 분을 걸어가니, 이제 목적지인 뷰포인트까지 200m가 남았다는 표지가 보입니다. 매우 간단한 코스라서 무릎이 좋지 않으신 분도 편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마침내 목적지인 뷰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카메라로는 이 멋진 장관을 다 담기 어렵습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떠서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얼마전에 <Goods of Desire=GOD>에서 세일 가격으로 구입한 '아이 러브 홍콩' 티를 드러내며 사진을 찍습니다. 근처의 홍콩인들이 소리 없이 웃습니다. 내친 김에 다소 경사가 있지만 풍경과 더 가까운 지점으로 바위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12시가 가까이 되니 기온이 제법 올라가서, 아예 점퍼를 벗었습니다. 희성 형은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바위에 걸터앉아 어렵사리 인생샷을 남겼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신학과 철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매우 좋은 동반자입니다. 


어렵지 않은 하산행을 마친 뒤, 2km를 걸어 골든 비치에 가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기로 했습니다. 희성 형은 햄버거를 매우 좋아합니다만, 그의 두 자녀가 패스트푸드를 싫어하는 건강한 입맛을 지닌 까닭에 맥도날드를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맥도날드를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골드 코스트 피아자>입니다. 골든 비치 근처에 있는 유일한 푸드 코트입니다. 세븐 일레븐과 같은 편의점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맥주를 사서 해변으로 가면 됩니다만, 오늘은 맥도날드 행입니다. 

한국에서는 앵거스 버거를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홍콩에서만큼은 앵거스 버거를 물리도록 먹고만 싶습니다. 16:8 간헐적 단식을 하는 까닭에 아침을 먹지 않아 매우 배가 고픕니다. 둘이서 앵거스 버거 세트를 말 그대로 게눈 감추듯 먹고 나와서 골든 비치를 걷습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8일, 홍콩의 낮 기온은 30도입니다. 이것은 평행세계입니까?!! 사람들이 평안하게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골든 비치는 '카페테리아 올드 비치' 및 '카두리 비치'로 이어지는 멋진 산책로를 자랑합니다. 우리 둘은 그 가운데 카페테리아 올드 비치에 있는 '바베큐 에어리어'에 다다랐을 때 벤치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홍콩에는 사설 또는 국영 바베큐 에어리어가 곳곳에 있습니다. 서핑 보드를 좌석으로 삼은 것이 매우 센스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20105 홍콩 몽콕 펍 '더 에일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