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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 다시 시작된 홍콩 코로나 웨이브

최근 홍콩 정부는 1월 7일(금)을 기점으로 해서 운동시설과 바 등을 폐쇄하고 저녁 6시 이후 식당 영업을 금지하는 등, 코로나 대책을 강화했습니다. 아울러 제가 근무중인 홍콩시티대학에서는 2022년 1월 10일(월)에 다음과 같은 새로운 코로나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As required by the government, all people wishing to enter campus, including students, staff, and contractors, will be required to have received at least one dose of a Covid-19 vaccine starting from 24 February. Only those who are unfit to be vaccinated due to a medical condition will be exempted, and only when a valid medical certificate is presented." 지침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홍콩시티대학을 방문하는 이는 최소한 백신 1차 접종을 마쳐야 하고, 그 점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오늘이 1월 10일이니, 내일부터 부리나케 신청해서 접종하면 1차는 물론이요 2차 접종까지 완료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2차 접종은 1차 접종한지 3주일 후에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대학 홈페이지에 백신 접종 완료 등록 기능이 추가된다고 하니,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는 통상적으로 저녁식사를 오후 5시 전후로 하기 때문에, 어차피 레스토랑에 앉아서 먹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느라 저녁식사가 조금 늦어, <테이스트>에서 돼지고기 바베큐와 채소를 얹은 쌀밥 요리를 구매했습니다. 사무실에서 후딱 해치우고 있는데, 연구실을 함께 쓰는 대학원생 D가 제게 꿀팁을 알려 줍니다. "선생님, 요즘 많은 식당에서 저녁식사의 경우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요. 참고하세요." 그녀는 홍콩에 온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홍콩의 코로나 시국을 처음부터 겪었던 터라, 모르는 게 없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표한 뒤, 식사를 마치고 <페스티발 워크>에 산책을 나갑니다. 

과연 그녀의 말은 정확했습니다. 비록 모든 레스토랑이 저 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꽤나 많은 식당이 저녁 식사를 테이크아웃으로 할 경우 20% 할인 정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판매하는 <어썸>이라는 곳입니다. 예전부터 이 곳의 애프터눈 티 세트가 매우 탐났습니다. 참고로 홍콩의 '애프터눈 티 세트'는 홍차에 마카롱을 곁들인 것이 아닙니다. 비록 '티'가 없을지라도 오후 특정 시간에 판매되는 메뉴는 모두 '애프터눈 티 세트'로 불립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닭국수'에 미쳐 살았는데, 여기에서 그것을 판매하더라고요.  

오후 2시부터 5시 반까지는 '닭국수+음료'가 '애프터눈 티 세트'입니다. 비록 양은 적어 보이지만, 요즘 저도 다이어트에 신경써야 할 정도로 몸이 불었는지라 조만간 이른 저녁을 저 곳에서 해결할까 합니다.  


2022년 1월 11일 화요일, 당분간은 학교 식당이 아닌 곳에서의 식사를 삼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저도 모르게 <페스티벌 워크>로 브런치를 해결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습관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오늘은 홍콩인들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높은 일본 음식점 <요시오카>에서 브랙퍼스트 세트를 먹기로 했습니다. 

메뉴가 꽤나 다양한데요, 저는 이 가운데 J5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일본차가 따라나온다는데, 마셔보니 현미차였습니다. 

<페스티벌 워크> 포드코트에서 음식을 수령한 뒤에 테이블이 놓인 식사 장소에 입장합니다. 그런데 백신 패스를 찍게 되어 있는 입구에 'type C mode of operation'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타입 C란 사회적 거리두기의 적용범위를 지칭합니다. A에서 D까지 있는데, C 타입의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Maximum 4 persons per table. Dine-in services until 5:59 p.m.. Maximum 20 participants in any one banquet. Must use the “LeaveHomeSafe” mobile application, except persons aged under 16 with an accompanying adult." 말이 복잡한데, 쉽게 말해서 저녁 6시까지는 4명 식사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회사 식당에서 푸짐하게 나오는 점심 메뉴를 생각해보면, 매우 적은 분량에 반찬마저 없는 것이 때로는 서글퍼집니다. 하지만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소식(적게 먹음)'이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세계 최장수 국가는 일본이 아닌 홍콩입니다! 저 기사에서는 홍콩이 최장수 국가인 비결로 훌륭한 의료서비스와 건강한 식단을 들었습니다. 저야 지금 아픈 데가 없으니까 의료 서비스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엇을 먹느냐 못지 않게 얼마나 많은 양을 먹느냐 또한 건강과 장수를 좌우하는 중요한 팩터임은 알고 있습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28/2016072802405.html

홍콩 특유의 느끼함이 아닌 일본 특유의 담백함이 돋보이는 메뉴였습니다. 제게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자, 오후 4시 반. 위에서 언급했던 <어썸>의 닭칼국수가 생각나서 기어이 대학원생 A와 함께 그곳으로 향합니다. 오후 5시 반까지만 제공되는 세트인지라, 지금쯤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도착하니 매장이 텅 빈 것이 안쓰러웠지만, 제게는 소확행이었습니다. 

메뉴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양이 많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음료는 4가지 메뉴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솔직히 저는 무엇을 골랐는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핵심은 저 친구를 다시는 주문하지 않겠다는 제 다짐입니다. 노란 스프는 다소 싸늘한 홍콩의 1월 겨울 날씨를 잊게 해주었고, 면은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HKD 38에 서비스 차지가 없으니, 이만하면 꽤나 가성비가 높은 메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늘색 남방을 입고 있는 젊은 친구에게 가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야근하면서 제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해 줄 것입니다. 정말로 맛이 별로지만, 그래도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묘한 짠 맛이 있습니다. 버리기는 아까우니 다 비워버릴 것입니다. 홍콩 정부는 지난 주 금요일부터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시적으로 강화했습니다. 물론 홍콩은 대한민국 정부처럼 2주씩 연장해서 2년을 가는 해괴망측한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2주 안에 끝나지는 않지만, 평균적으로 2달 안에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저는 2주 동안은 대학교 구내식당에서만 식사하리라고 마음먹었었습니다만, 금세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의 원인이 된 페스티벌 워크에서 이렇게 간 크게 저는 오늘 저녁 식사를 마칩니다. 사실 찾는 이들이 적어 텅 빈 쇼핑몰은 학생들로 바글바글한 구내식당보다 오히려 더 안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몽콕 bar 기행을 망가뜨린 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오늘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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