Ⅶ. 사토리 세대는 연애에 담백하다?-1

이제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다루어할 할 시점에 도달했다. 과연 사토리 세대가 연애에 담백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아사히신문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요코하마시(横浜市)의 20세 남학생은 호감형의 미남이지만, 여자 친구가 없다. 친한 여자들은 몇 명 있으나, 그는 그녀들과 연애는 하지 않는다. 이에 40대 남성이 “정말 그걸로 괜찮아?”라고 놀라며 물어보았지만, 젊은이는 “요새 다들 이래요. 다 같이 잘 지내면 그걸로 충분하죠.”라고 대답했다.


이 훈훈한 젊은이는 아마도 흔히 말하는 초식남 또는 절식남에 해당할 것이다. 즉 그는 여성을 혐오하거나 기피하지는 않는다. 그는 다만 대인관계로 인해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것을 꺼려하는 듯하며, 이에 따라 여성과의 만남 또한 ‘담백하게’ 가져가고자 한다. 그는 돈이 없어서 연애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은 아닌 듯하며, 따라서 우리의 논의에 그다지 유용하게 활용될 케이스는 아니다.


나는 이번 장(章)에서 ‘돈이 없어서 연애하지 않는다’는 말이 과연 타당한지에 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논의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삼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베리타스알파 2014년 12월 23일 자 기사 「우리나라 여대생들 결혼에 부정적, "과연 삼포세대(三抛世代)"」에서는 “삼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의 지출 등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말한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이 기사를 통해서 볼 때, 삼포 세대는 현재의 경제력이나 향후 경제력을 고려할 경우 집값이나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연애와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는 것 같다.


2015년 1월 26일 MBC 다큐스페셜에서 방영된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젊은이들의 삶」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중식이밴드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란 노래의 가사는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의 처절한 고백이 눈에 띈다. “아이를 낳고 싶다니……나 지금 니가 무서워. 너 우리 상황 모르니. 난 재주도 없고 재수도 없어. 집도 가난하지 머리도 멍청하지 모아놓은 재산도 없지. 아이를 낳고 결혼도 하잔 말이지. 학교도 보내잔 말이지. 나는 고졸이고 넌 지방대야. 계산 좀 해봐. 너와 나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들어. 뭐 애만 없으면 돼. 너랑 나 지금처럼 계속 사랑만 하며 살기로 해.”


그런데 나는 중식이밴드의 솔직함에 감동하면서 특히나, ‘너랑 나 지금처럼 계속 사랑만 하며 살기로 해’라는 부분이 매우 와 닿았다. 이 노래의 남자 주인공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중식이밴드는 엄밀히 말해 이포 세대는 될지언정 삼포 세대는 아닌 셈이다.


게다가 중식이밴드의 사랑노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 듯하다. 가사를 쓴 이의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보다 한 술 더 뜬다. 돈도 없는 상황에서 애까지 낳자고 말하기 때문이다. 노래 속의 남자는 비록 가난하지만 애만 없으면 사랑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니 애 낳지 말고 연애만 하자고 말하는 반면, 여자 친구는 애까지 낳자고 요구하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열악한 경제적 형편을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는 삼포 가운데 세 가지를 전혀 포기하지 않는 반면에 남자 친구는 두 가지를 포기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삼포니 이포니 하는 것들은 죄다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상상일 따름임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절대적인 삼포 현실이나 이포 현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개인의 사고방식에 따라 동일한 현실이 삼포 현실이 될 수도 있고 이포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저와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에 하나 술집에서 접할 경우, 테이블에 둘러앉아 소주잔을 주고받던 남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역시 남자들은 이성적이고 여자들은 감정적이야. 여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결혼하고 애를 낳을 생각을 하지? 물론 결혼하고 싶고 애 낳고 싶지. 하지만 땡전 한 푼 없는 주제에 어떻게 결혼하고 애 낳을 생각을 다 하지? 여자들 말 다 들어주다가는 쪽박 차기 딱 좋지. 돈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은 나 하나로 족하지, 어떻게 내 자식까지 고생을 시키겠어. 내가 중식이밴드 노래의 남자 주인공이라면 절대 여자 친구 말 안 따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소비하고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 소비이자 능동적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했었다. 술자리의 남자들 또한 ‘물론 나도 결혼하고 싶고 애 낳고 싶지’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는 결혼과 출산임을 내비쳤다. 내가 보기에는 중식이밴드 노래의 남자 친구 또한 돈이 없어서 괴로워할 따름이지, 여자 친구와 같이 결혼하고 출산하고 싶은 욕구는 동일하다는 점이 분명하다.


사실 우리는 이미 주제를 많이 벗어났다. 왜냐하면 나는 돈이 없을 경우 연애 또한 할 수 없는지에 관해서만 다루려고 했으며, 중식이밴드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연애할 수 있다고 결론한 뒤 본 장을 끝내려 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진정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스스로 결혼과 출산 문제를 결정할 것이다. 나는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시비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혼과 출산을 원하고 그것들을 할 경우 행복하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외부조건을 핑계로 그것들을 하지 않고서 불행해지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나는 하고 싶었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 가운데 시작점이 되는 것은 당연히 연애이다. 일단 연애가 시작되어야 그 뒤에 결혼이나 출산이 논해질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거나 취업이 어렵다고 해서, 몹시 연애를 하고 싶으면서도 억지로 연애를 포기하면 불행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2015년 2월 17일 한국대학신문 「삼포 넘어 오포세대… 구직자들 “취직 위해 인간관계 포기”」이라는 기사에는 취업 준비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연애 등을 포기하며, “구직자 대부분은 취업을 위해 포기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절반 가까운 구직자는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 보인다. 결혼과 출산은 일단 연애 뒤에 생각하자.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으면서도 연애를 포기하여 불행을 자초하지는 말자. 이것이 능동적 사고방식에 따른 연애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나는 앞선 장에서 연애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는 능동적 사고방식에 따라서, 연애를 원하지 않을 경우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위에서 지적한 것은 연애를 하고 싶으면서도 연애를 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욕구에 맞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연애에 진정 관심이 없다면 그는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나는 여기서 모든 인간에게 연애와 결혼과 출산은 본성상 필연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성향을 갖고 태어나며, 그 가운데에는 연애나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욕구가 없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에게 괜히 ‘어떻게 인간이 연애나 결혼에 흥미가 없을 수 있느냐’고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전혀 없다. 나는 이로써 히토리 군과 같은 싱글이 죄인이나 기인 취급되는 불행한 세태에 분명히 답했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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