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0일, 사토리 군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온 신경을 에어아시아 홈페이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에어아시아가 한국 축구 선수 박지성을 에어아시아 홍보대사로 임명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 출발 모든 직항노선에서 항공요금 0원(세금 및 유류할증료 별도)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류할증료가 없는 에어아시아 엑스와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의 노선은 공항세만 내면 되는데, 인천~방콕 노선의 경우 2만 9900원만 부담하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왕복 비행기 요금이 6만 원이 채 안 된다는 뜻이었다.
평소에 너무나 태국을 방문해 보고 싶었던 사토리 군은 오후 5시에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미친 듯이 인터넷에 접속해서 동시접속자들을 원망하며 거듭 예약을 시도했고, 마침내 원하던 왕복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토리 군은 뛸 듯이 기뻤다. 사실 제주도 여행을 가는 데에도 체류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여행 가기가 망설여졌던 그였다. 하지만 이제 국내여행만큼이나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방콕에 대해 여러 모로 조사해보니, 저렴한 도미토리의 경우 1박에 1만 원도 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했으며, 음식 값도 매우 저렴했다. 사토리 군은 가장 친한 친구인 히토리 군도 같이 가자며 꼬드겼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히토리 군은 해외여행을 질색했다. 사토리 군으로서는 아쉬웠지만, 그것 또한 그런대로 좋았다. 방학인 7월에 여행이 확정된 만큼 지금부터 더욱 열심히 돈을 벌고 여행 계획을 짜야겠다는 생각에 사토리 군은 저도 모르게 용수철처럼 펄쩍 뛰었고, 지나가던 여학생들은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펄쩍 뛰는 것을 보니 고시공부를 하다 실성했음이 틀림없다며 혀를 찼다.
나는 사토리 세대들이 여행을 꺼려한다는 점에 대해 여러 분석가들과 이해를 달리 한다. 앞선 자동차나 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좋아하거나 꺼리는 것은 철저히 개인 취향의 문제이다. 가령 능동적 사고방식을 지닌 히토리 군 같은 이라도 여행 다니는 것보다 가만히 집에 앉아서 책 보기를 즐길 경우, 여행을 갈 이유가 전혀 없다. 그는 여행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기보다 집에서 책 보기를 좋아할 따름이다. 자신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아사히신문 기사에는 도쿄도내의 한 대학에 다니는 남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해외는 물론이거니와 일본 또한 남쪽으로는 멀리 경험이 없다. 심지어 그는 여권도 없다. 하지만 그는 타국의 요리를 자기 고향에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으며, 해외의 풍경들은 인터넷으로 보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남학생의 경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 기본적으로 해외여행을 싫어해서 가지 않는다기보다는, 해외여행을 통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국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으므로 구태여 해외여행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며 여행을 통해서 자꾸 현실도피를 추구하는 일부 수동적 여행자들에 비하면, 이 남학생의 사고는 매우 건전하고 합리적이다. 앞서 말한 대로 히토리 군 또한 이 남학생의 경우와 유사하게 구태여 해외여행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능동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여행을 떠난다. 왜냐하면 여행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공감하듯이, 여행은 돈이 없으면 떠나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기한 실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거리 국가로의 해외여행 비용과 대한민국 국내여행 비용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을 경우,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는 여기까지의 논의에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선 논의 말미에서, 관심사를 공유할 친구 찾기가 어렵다고 해서 대인관계 자체를 끊어버리는 것보다는 관심사를 공유할 친구를 찾아 나서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서, 나는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태국의 카오산 로드를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말을 듣고 약간 귀가 솔깃해서 카오산 로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히키코모리들은 아마 십중팔구 질겁할 것이다. 거기에는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별의별 희한한 사람들이 모여 논다. 아니,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려운데 저렇게 황당한 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을 일부러 여행 가라니 누구를 죽일 작정이냐고 내게 항의가 들어올 법도 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집단들은 매우 획일적인 경우가 많으며, 그 때문에 히키코모리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인물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파라다이스인 카오산 로드에는 온갖 생각과 취향을 가진 이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오며, 이에 따라 히키코모리들이 며칠 동안 자발적으로 마음만 연다면 얼마든지 자신과 관심사를 같이 하는 친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히키코모리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 또한 낯선 여행지에 가면 오히려 쉽게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간 태국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과 풍문을 바탕으로 「송끄란 인 카오산」이라는 소설을 ebook으로 출간했다. 소설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이렇게라도 일단 세상에 내놓아야 나중에 부끄러운 나머지 개작할 마음이라도 생길까 해서였다. 소설적인 기법은 형편없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만큼은 충분히 털어놓았으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여행과 축제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 있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제6부 끝. 제7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