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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2 홍콩 플로버 코브 댐

제가 오늘 자전거 도로를 도보 여행한 까닭은 바로 <투어코리아> 뉴스에 실려 있는 아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방문해보면 저런 느낌이 전혀 아닙니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저런 분위기가 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로버 코스 저수지(Plover Cose Reservoir)가 별로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저 사진과는 다른 느낌으로 제게는 좋았습니다.

http://www.tournews21.com/news/articleView.html?idxno=43331

앞선 글에서 보여드렸던 타이메이툭으로 가는 표지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세련된 도시풍의 산책로가 아니라,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제가 무작정 걸어가면서 보았던 그 한국의 시골길과 닮은 자전거도로가 계속 이어집니다. 도시풍의 잘 가꿔진 산책로가 마음에 드시는 분들은 타이와이 역에서 홍콩 사이언스 파크까지 걸어가서 와인을 즐긴 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귀가하시거나 아니면 곧장 플로버 코스 컨트리 파크까지 버스로 이동하시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저는 걷는 것 자체를 너무도 좋아해서, 한국의 도보 여행을 떠올리며 계속 전진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한국의 블로그를 꽤나 많이 찾아보았는데, 도보로 여행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제 전립선을 위협하는 자전거 여행보다는 "바람 구두를 신은" 랭보처럼 가볍게 걸어가는 편을 선호합니다. 정말 제 타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쳐 기어 다닐 때까지 걷고만 싶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888343 

한적한 시골길을 계속 걷다 보니(사실은 시골이 아닌 도심입니다), 멋진 건물들이 등장합니다. 일주일 뒤 홍콩인을 만나 물어보니, 비싸기로 유명한 빌라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빌라는 한국에서 말하는 빌라가 아닙니다. 여하튼 저기 갈색 자전거도로는 저 빌라 단지를 끼고돕니다. 저는 덕분에 저 빌라 - 누렇게 변색된 타지마할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고색창연한 건물-을 지나쳐 계속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걷다 보니, 한국인 대학생 여럿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습니다.

이제 제법 다 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한적한 길 모퉁이에 저와 같이 대학생들이 자전거를 세워 놓고 술과 간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부러운지, 하마터면 저도 털썩 앉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참아야죠.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타이메이 BBQ King>이라는 화려한 이름의 레스토랑입니다. 주말이면 1인당 190홍달(3만원)에 3시간 동안 각종 육류와 채소, 해산물, 그리고 맥주를 무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타이와이 역 또는 샤틴 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던 사람들이 이제 이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합니다. 다시 말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자, 드디어 타이메이툭에 소재한 플레버 코스 저수지에 도착했습니다. 5시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멋진 석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승객을 찾기 어려운 오리 보트들이 외로이 떠 있습니다.


플레버 코스 저수지에는 메인 댐 1개와 서비스 댐 3개 등 총 4개의 댐이 있습니다. 보통 길이가 2km인 메인 댐에서 사진을 많이 촬영합니다. 저도 초행이라 하이킹 코스를 다 둘러볼 생각은 없고, 일단 메인 댐을 거닐어 봅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사실 이 댐의 편도 거리가 2km라는 것을 출발 전에는 몰랐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당최 끝이 나지 않아 꽤나 당황했습니다.

이 중국인 여성 3명은 댐을 배경으로 동영상을 촬영 중이었습니다. 오늘은 영상을 촬영하는 팀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여성 멤버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한 남성. 참으로 익숙한 풍경입니다.

왼편으로는 조그마한 드론이, 그리고 오른편으로는 연이 날아다닙니다. 홍콩인들은 이와 같은 댐에서 연날리기를 꽤 즐겼습니다. 바이크 라이딩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왼편 젊은이들이 복장이 친숙하실 것입니다.

댐 끝쪽으로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었습니다. 댐의 끝자락은 생각보다 허무했습니다.

그러나 트래킹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사실 여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10km가 넘고 난이도가 상당한 트래킹 코스가 저수지 주변을 끼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아예 아침 일찍 타이와이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걸어온 다음, 다시 트래킹을 해 볼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많이 걸어서인지, 이제 다리에 힘이 살짝 떨어집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니, 날벌레들이 점점 꼬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귀가해야 할 시간입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놀러 온 가족들이 오른편으로 샤틴 해역을 끼고 귀가 중입니다. 참으로 고즈넉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2km라는 거리가 실감 났습니다. 저 멀리 거대한 흰색 불상이 보입니다. 사전 공부를 덜 해온 탓에, 여기까지 와서 홍콩 최초의 불교 박물관도 보지 못하고 귀가합니다. 홍콩 최고의 부자인 리자청이 2015년 세운 <자산사>라는 절입니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방문할 예정입니다. 어차피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입장 불가일 터입니다.

http://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326

타이메이툭에서 제가 사는 집 쪽으로 돌아가려면, 20c 미니버스나 75k 2층 버스를 타고 "타이포 마켓 스테이션"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오면 됩니다. 저는 20c 미니버스를 권합니다. 75k는 1시간가량 빙빙 돌아서 가니까요.

센터 지박령인 저는 별 수 없이 다시 홍콩시티대학에 돌아와서 넷플릭스로 좀비 드라마를 보다가 늦게 귀가합니다. 홍콩 설날 대표 선물이 귤나무가 가득한 플라워 마켓을 지나갑니다. 플라워 마켓 근처에 사는 저는 이렇게 매일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행운을 누립니다. 노무현 대통령 말마따나, 저는 참 운이 좋은 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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