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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5 홍콩 삼수이포 어방(魚鈁)

魚鈁(深水埗店) Fish Fran Restaurant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이고, 홍콩에는 어린이날이 없습니다. 대신 홍콩에는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날은 매년 5월 둘째주 일요일이며, 아버지의 날은 매년 6월 3번째 일요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린이날을 없애고,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각각 한국에 새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방정환 선생님께서 만드신 최초의 어린이날이 1923년 5월 1일입니다(1961년에 5월 5일로 공식 지정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날짜 변동이 자주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데, 이제 어린이날이 예전만큼 중요한 날인지 의문스럽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어린이날은 행복한 날이 아니라 온 가족(어린이 포함)에게 지옥이 되는 날이며, 다소 슬프게도 많은 어린이들이 그 날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입니다. 만약 기념일이어야만 한다면, 굳이 공휴일일 필요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물론어머니날과 아버지날 또한 자녀들에게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적어도 더욱 소중하게 여겨질 듯합니다.  


5월 5일부터 홍콩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층 완화되었습니다. 이제 야외에서 운동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며, 식당 테이블 당 허용인원도 8명으로 늘었습니다. 제게는 5월 19일이 더욱 중요한 날입니다. 왜냐하면 5월 19일을 시작으로, 술집이 새벽 2시까지 그리고 식당이 자정까지 운영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7월 8일 전후로 출국 예정인 제게, 홍콩의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당장 술집을 풀어주었으면 좋으련만, 홍콩 독거노인 뜻대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20504104925446


오늘 아침에는 파인애플 번와 칵테일 번을 각각 하나씩 먹고 둥글레차를 마셨습니다. 조금 허기가 질 때에는 어제 사둔 포도를 하나씩 떼어 먹었지요. 그래도 3시쯤 되니 배가 고파왔습니다. 그래서 센터에 함께 있는 대학원생과 함께 삼수이포에 있는 맛집에 가서 늦점을 해치우기로 했습니다. 

<어방>이라는 곳인데요, 홍콩 내에서 평이 매우 좋습니다. 삼수이포 역 C2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금방 찾을 수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특히 "麻辣魚春魚卜煲 "라는 메뉴가 유명합니다. 대충 매운생선찜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오늘 홍콩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화창합니다. 습도도 낮아서 걸어가는 동안 찝찝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홍콩시티대학에서 여기까지 지하철로 10분도 안 되어 이동합니다. C2 출구로 나와 대학원생의 안내로 쭉 걸어가다 보니, 다음과 같은 입구가 나옵니다. 

오후 5시까지는 애프터눈 티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조선 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에는 다른 시간대와 다른 메뉴를 저렴하게 제공합니다. 마침 잘 맞춰 왔군요.  

백신패스를 찍고 난 뒤에 23번 테이블에 자리잡습니다. 평소에는 북적거릴 명소이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한가합니다. 아니, 우리 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더 좋습니다. 

메뉴판이 매우 지저분해 보이지만, 실내는 깔끔합니다. 우리는 위에서 살펴보았던 메인 메뉴에 흰공기밥, 그리고 F메뉴(중경계반)를 주문했습니다. 

먼저 속이 확 풀릴 듯한 닭죽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애프터눈 티 시간이라 레몬티가 무료로 딸려나왔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티를 시켰는데, 차가운 친구가 대령하였습니다. 뭐, 별 고민 없이 마시고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주문을 잘못 이해했다며, 뜨거운 티를 무료로 제공해주셨습니다. 

이윽고 오늘의 요리 2개가 나왔습니다. 냄비에 담긴 왼쪽 친구는 한국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었던 특이한 향과 매콤함을 지녔는데, 밥도둑이었습니다. 저녁에도 할 일이 있어 폭식을 애써 참았지만, 한국 분들께 권할 만합니다. 오른쪽의 메뉴는 닭을 튀겨 양념을 입힌 방식이 한국과 매우 유사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터질 듯한 배를 두드리고 나오니, 1인당 HKD 100불(15,000원)씩 나왔습니다.


이제 귀가할 때는 걸어가기로 합니다. 넉넉히 30~40분 정도 걸으면 될 듯합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구태여 바쁜 듯이 걸어갈 필요는 없고, 어슬렁거리면서 한인마트에 들어가 참깨라면도 사고 거리 감상도 하면서 갑니다. 요즘 점점 씀씀이가 커지는 것이, 여행 막판에 남은 외화를 몽땅 쓰고 오는 기분입니다. 물론 아직 2달 가까이 남긴 했지만 말이죠. 어젯 저녁에 산업은행 동기들과 침사추이 <서울식당>에서 만나 안창살과 발렌타인21에다가 오삼불고기까지 잔뜩 먹었더니, 아직까지 약간 속이 더부룩한 느낌입니다. 참고로 <서울식당>은 한우가 아닌 호주 쇠고기를 쓰는데, 한우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전세계 쇠고기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이곳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국뽕"은 통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센터로 돌아와 내친 김에 맥도날드 아이스크림까지 해치운 뒤에야 비로소 뭔가 마무리가 된 듯 하군요. 일터로 돌아와 노트북을 여니, 제 홍콩 후임자가 결정되었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제가 잘 아는 성균관대학교 후배인데, 사람이 참 착하고 성실합니다. 저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제가 참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아직 저녁 5시. 제게는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는 말고, 일찍 접고 들어가서 침사추이 해변에 가서 바닷바람을 쐬고 싶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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