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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셩완 피자 맛집 <자코맥스>

2022년 6월 19일 교회 친구들과 함께

오늘은 6월 19일 일요일, 제가 존슨 목사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교회(Island Baptist Church)에 가는 날입니다. 저는 비록 기독교 신자는 아닙니다만, 예수의 말씀을 즐겨 배우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아일랜드 밥티스트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까요. 제 산업은행 동기인 우희성 형은 이제 우리은행 홍콩 지점에서 근무 중인데, 독실한 신자인 그가 저를 여기로 이끌었습니다. 참으로 분위기가 좋은 교회인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얼마 나가지 못해서 못내 아쉽습니다. 저는 일요일 11시 예배에 참석합니다.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조나단 존슨 목사님입니다. 오늘은 아버지의 날(father's day)입니다. 그래서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조나단 목사님께서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습니다. 비록 성경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주로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설교하셨습니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말씀을 잘 하는 스피치 강사는 목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 저렇게 청산유수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지 정말로 경이롭습니다. 물론 내용도 좋고요. 조나단 목사님과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온라인으로 바이블 스터디 중인데, 오늘 주일을 끝으로 1달 동안 미국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십니다. 그래서 조나단 목사님을 실물로 뵙는 것은 아마도 돌아오는 화요일 점심 환송연이 마지막일 듯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인연이 닿아서 계속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홍콩에 올 일이 아주 없지는 않을텐데, 주말에 와서 예배도 드리고 가고 싶네요. 

그러나 목사님께서 한 달간 미국에 가 계신다고 해서 교회가 비어서는 안 되겠지요. 부목사이신 매튜(Matt  Herbster) 목사님께서 대신 목회를 이끌 예정입니다. 사실 매튜 헙스터 목사님께서는 미국에서 꽤나 유명하고 인지도가 있으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청소년 캠프(youth camp)를 오랜 기간 이끄셨는데, 2020년 코로나 시국에 홍콩으로 넘어오셨습니다. 키가 크고 강철 같은 근육질 몸매(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에 온갖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시고, 50대에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자제분이 무려 다섯입니다. 말 한 마디에 농담이 적어도 두 마디입니다. 이 바쁘신 분과 야외 활동을 약속했는데, 아마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몸이 열 개여도 모자라신 분이니까요. 정말 세상에는 놀라운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홍콩에 1년 정도 더 있게 된다면 깊이 사귀고 싶은 분들인데, 코로나 시국 때 거의 뵙지 못하다가 이제 사정이 좀 나아지니까 제가 떠나게 되네요. 어떻게든 앞으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홍콩에 거주하시면서 영어로 진행되는 예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찾아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빡빡머리의 "닥터 리"가 추천했다고 한 마디만 전해주셔도 좋고요. 

https://islandbaptist.com.hk/


예배가 끝난 뒤, 교회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중국 출신의 비앤과 그녀의 여동생(너무 조용해서 그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대만 출신의 레베카와 중국 출신의 윌 부부, 그리고 저 이렇게 5명이서 로컬인의 추천을 받은 피자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자코맥스>입니다.  

셩완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이 레스토랑에 대한 네이버 블로그도 몇 개 발견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는 뜻이겠지요.  

피자도 피자인데, 입구에서부터 아주 대놓고 "해피 아워-필스너 맥주 HKD 50"이라고 보란 듯이 써놓았습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홀리한 친구들과 첫 점심인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살짝 망설였습니다. 물론 결과는 뻔하지만 말이죠. 

레스토랑 안은 상당히 힙한데, 입구에 한국인 커플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한국만큼 큰 매장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왼쪽부터 레베카, 비앤,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입니다. 다들 어찌나 독실하고 사람이 좋은지, 성선설을 가르치면서도 엉뚱한 생각으로 가득한 제가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제 옆자리의 윌(레베카의 남편)은 그래도 좀 유도리가 있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무엇을 주문할 것인가? 물론 여성 동지들에게 맡겨야죠. 저는 그냥 맥주만 하나 시켰습니다. 오늘 모임의 주선자인 비앤(중앙)은 이곳의 '고르곤졸라&애플' 피자가 시그니처라고 말합니다. 재료 구성만 보면 썩 당기지 않는데, 먹어보면 끝내준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맛봐야죠. 그 외에 단품으로 어니언링 등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파니니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고르곤졸라+애플 피자는 딱 제가 예상했던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우(빵)를 매우 노릇노릇하게 잘 구웠습니다. 제가 홍콩에서 느낀 점은, 이 도시에서 빵 굽는 스타일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가 제빵 전문가가 아니니 뭔가 콕 집어서 말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도우 주변이 거무스름하게 익은 것이 눈에 보이시죠? 한국 빵은 뭔가 일본 스타일에 훨씬 가까운 듯합니다. 이 피자 레스토랑은 "미국식"이라고 내외부에 광고를 붙여놓았는데, 그래서인지 훨씬 바삭하고 짭조름하며 대단히 향이 강한 방식으로 빵을 구워 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피자 위에 얹는 재료는 전세계에서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 피자 도우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건더기(?)들은 외국인들을 기절 직전 또는 광란 직전까지 몰고 갑니다(영국 남자 초기 동영상을 참조해 주세요. 거기에도 목사님이 나오는군요?) 하지만 이 도우 맛은 누가 낫다기보다도 그냥 다릅니다. 저는 홍콩의 도우 맛에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제가 차마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이집 해피 아워 필스너 맥주가 아주 좋습니다. 양이 많으며, 맛도 그만입니다. 저는 맥주를 아주 천천히 즐기는 스타일인데, 너무 천천히 즐기다보니 마지막에는 허겁지겁 들이키고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아쉽네요. <자코맥스>의 피자와 음식, 맥주 모두 훌륭합니다. 가격도 홍콩 물가를 생각하면 크게 높지 않습니다. 홍콩에서 로컬들이 추천하는 피자 가게를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비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으며, 레베카와 윌 부부 또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비앤의 여동생은 교회에 오기 전에 홍콩의 당근마켓인 '카로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판매하고 왔습니다. 홍콩은 물가가 너무 비싼 데다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중고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비앤 자매는 카로셀을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홍콩의 치안이 좋아서 젊은 여성들이 카로셀을 이용해도 전혀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당근 마켓을 이용하는 젊은 여성들의 후기에도 '안전' 문제가 자주 언급됩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치안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대만과 중국, 그리고 홍콩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는 엄청납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 시간 내내 한국 드라마와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외모도 상당히 한국인스러운 레베카는 돌솥비빔밥을 매우 좋아해서 자주 먹으며, 오늘도 한식 레스토랑에 가자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대만에서도 김치를 먹는다며, 하얀 색 김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맵지 않고, 향도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저 또한 '백김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매우 좋아했습니다. 비앤 남매는 한국 드라마를 저보다 더 많이 보았는데, 여기 있는 중화권 친구 4명 모두 '배용준'을 알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배용준은 대만에서 별명이 "mommy killer"였답니다. 일본에서도 "마미 킬러"였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배용준과 송준기가 성균관대학교를 나왔는데 제가 거기 소속이라 하니까,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저는 배용준과 송준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말이죠.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이 성균관대학교 소속인 것은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요....그녀들은 모두 '박보검'의 광팬이었습니다. 박보검을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그렇게 선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중국 출신의 상남자인 '윌'은 요즘 한국 남자배우들이 예쁘게 생겨서 자기는 별로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윌은 또 귀엽게 생겼습니다. 실제로 시진핑 공산당 정부는 한국의 영향을 받은 중국 남자 배우들이 지나치게 '남성적이지 않다며' 경고하기도 했지요. 배우 권상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길래, 이 배우는 혀가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며 제가 혀 짧은 소리를 조금 흉내내어 보여주었습니다. 이 순수한 친구들이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릅니다. 당장 귀가해서 권상우 드라마를 찾아서 진짜 혀가 짧은지 확인하겠답니다. 저는 외국인이 들어서는 잘 구분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습니다. 제가 조금 오버해서 연기했거든요.   


오늘 식사를 함께 한 여성 3명은 함께 미용실에 가야 한다고 일어섰습니다. 모두 20대 여성들입니다. 비록 모두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나 불굴의 노력으로 이까지 왔기에 마냥 어려보이지는 않지만, 이럴 때에는 전부 애기 같습니다. 점심 식사 비용을 1/n로 나누어 치른 뒤, 이들은 친절하게 저를 셩완 지하철역 앞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지하철을 탈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귀한 친구들을 목적지로 떠나보내고, 저는 센트럴 역까지 소화도 시킬 겸 산책에 나섰습니다. 

센트럴 쪽에 오기만 하면 이방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저와 같은 벽화들...

이곳은 한 때 한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필수 코스였는데,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골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월이 무상할 따름입니다. 

색이 바랜 벽화들이 즐비한 골목을 오르자니, 제가 항상 방문하겠다고 째려보고 있던 <미츠 MEATS>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줄이 항상 길고 분위기가 좋은데, 도저히 혼자 갈 자신이 없네요. 이렇게 끝나나 봅니다. 

며칠 전 침사추이 <베이크하우스>를 방문했더랬습니다. 오늘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지점을 지나칩니다. 빵을 사먹을 만큼 위장에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정말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더운 날씨에 무려 정장을 입고 있어서 빨리 사무실로 복귀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타이퀀 문화센터>에 혹시 뭔 행사라도 있나 한번 가보았습니다. 

뭘 잔뜩 하기는 하는데, 항상 한국보다 규모가 작아서 좀 심심합니다. 

<타이퀀 문화센터>에 오면 눈에 가장 띄는 것이 바로 저 <샤넬> 광고입니다. 시계에도 '샤넬' 로고가 박혀 있는데, 명품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저는 "아, 샤넬에서도 손목시계가 나오는 모양이구나."하고 그냥 심드렁하게 넘어갔습니다. 오늘은 브런치 글을 쓰다가, 결국 정보 제공 삼아 한 번 검색해 보았습니다. <J12 DIAMOND TOURBILLON CALIBRE 5>라는 제품이네요. HKD777,000이라고 인터넷에 나오는데 한국 돈으로 약 1억 2천만원이네요. 

https://www.chanel.com/hk-en/watches/manufacture-movement-watches/?gclid=Cj0KCQjwkruVBhCHARIsACVIiOziXUHHfv2iJDw4WQ7c46wv9UuM8WWutBuS4Z7TM9_yUsV2k1m6S9UaAoDJEALw_wcB


오늘 저녁은 홍콩중문대학 후배가 캠퍼스 구경 삼아 놀러온다고 해서, 학교 내 좋은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맛집 탐방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글에서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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