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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몽콕 분식집, <카페 리투어>

오늘은 2022년 6월 18일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오후 1시가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오늘은 대충 정리하고 숙소에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온몸에서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을 빠져나와서 무작정 몽콕 쪽으로 걸었습니다.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이 참 많기도 합니다. 다만 제 배낭여행 스타일에 맞고, 또 저와 유사한 여행 스타일을 지니고 계신 분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곳이 어디일까,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오늘은 대학가 근처에서 다양하고 저렴한 메뉴를 제공하는 분식점 정도의 느낌을 지니는 카페 한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 참고로 홍콩에서 '카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숍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가벼운 홍콩 음식을 제공하는 곳은 모두 '카페'라고 불립니다. 

자, 오늘의 주인공인 <카페 리투어 Cafe Retour> 앞에 도착했습니다. 주변 거리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일단 카페 입구 유리벽에 부착되어 있는 여러 메뉴 소개들을 보겠습니다. <런치 세트 메뉴>가 있는데, 저는 오늘따라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습니다. '402'가 거기에 해당하겠네요. <런치 세트 메뉴>는 2시 반까지 제공되는데, 스프와 빵, 그리고 따뜻한 음료가 함께 제공됩니다. '402'의 경우에는 HKD40입니다. 6천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백종원의 <롤링 파스타>와 비교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진을 찍는 동안 주인장께서 나오셔서 저 메뉴 소개판을 탈착하고 '애프터눈 티 세트'로 바꾸시더군요. 아뿔사, 사진을 찍는 동안 2시 반이 넘어버렸습니다그려. 하지만 배도 별로 고프지 않은데, 간식 겸 크림 파스타 하나 뚝딱 해치우고 가야지, 하는 심정으로 입장했습니다.   

붉은 색 소파와 더불어 벽면에 붙어 있는 고흐의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가게는 제가 찍으면 없어 보여도, 전문가가 붙어서 야간에 촬영하면 <화양연화>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메뉴판 2개를 받았는데요, 첫번째는 <런치 메뉴>에 이은 <애프터눈 티 세트 메뉴>입니다. 어라? 아까 문밖에서 보았던 메뉴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변했습니다. 더 저렴해졌죠. 아무래도 점심 시간보다는 손님이 적은 오후 시간의 가격대가 더 낮아야겠죠? 그래서 제가 염두에 두고 있던 메뉴의 가격이 HKD37로 내려갔습니다. 아래 메뉴를 보시면, 홍콩 젊은이들에게는 꽤나 인기 있지만 한국에서는 또 찾아보기 어려운 요리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띕니다. 홍콩 로컬의 느끼한 음식은 아니지만, 또 나름대로 젊은이 취향에 맞추어 구성된 메뉴 같은데, 대만이나 일본에서 넘어온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치즈와 크림이 급격히 당기는 터라, 다음에 오게 되면 아래 메뉴들도 한 번 시켜보겠습니다.  

제 앉은 자리의 플라스틱 칸막이에는 '굴' 요리를 홍보하고 있군요. 5개에 HKD100이면 가격대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일본 히로시마'를 강조하고 있네요. '히로시마'는 일본 최대의 굴 생산지입니다. 히로시마=굴이죠. 제가 굴 요리를 딱히 찾아서 먹는 스타일은 아니고, 분식점에서 먹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굴 요리에 사케를 곁들여 먹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기는 했습니다.  

자, 몹시도 못나고 비루한 비주얼의 빵과 스프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친구들을 보자마자, 매우 홍콩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하튼 뭐든 많이 나오면 안됩니다. 그런데 스프는 생각보다 꽤 먹을 만했고, 빵은 제법 맛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바삭바삭한데, 무엇을 발라서 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달콤한 향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록 양은 적었지만 말이죠. 

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크림 스파게티가 나왔습니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양이 꽤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격이 저렴하길래, 아마 두 젓갈이면 끝날 정도의 분량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파스타 가게에서 내놓는 양보다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요? 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혜화 주변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성균관대학교 후문에서 파는 1만원 대 미만 파스타의 맛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진한 크림 소스 향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크림 파스타를 먹고 싶다는 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롤링 파스타>를 몇 번 방문했었는데, 그 때마다 파스타를 2개 주문해야 했습니다.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죠. <카페 리투어>는 양이 그렇게까지 적지 않습니다. 여하튼 오후 2시가 넘어서 먹은 첫 끼였는데도 속이 든든했으니까요. 홍콩을 여행하시는 분들 가운데 스파게티가 당기는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3만원 짜리 파스타를 먹기에는 망설여지는 분들에게 권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방문 의사가 있습니다. 


몽콕 역에서 아우마테이 역을 지나 조던 역 숙소로 돌아온 저는 양치질을 마치자마자, 2시간을 죽은 듯이 쓰러져 잤습니다. 아마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저녁 7시까지 숨 좀 돌리고 있다가, 다시 집 주변 산책을 나갔습니다. 

<템플 스트리트>에서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푸드코트인데, 해산물 요리가 주로 제공됩니다. 

10개 가까운 가게들이 사진에 보이는 복합공간안에 상주하는데, 메뉴는 거의 동일하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서, 바가지를 쓸 위험은 없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각보다 공간이 꽤 넓은데, 방콕 야시장의 분위기와 매우 유사해서 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저녁에 산책 나와서 현지인들과 섞여 식사해볼까 합니다. 

제 숙소에서 20m 떨어져 있는 <템플 스파이시 크랩> 입니다. 매운 양념의 크랩을 판매하는 가게가 여럿 몰려 있는데,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입니다. 

이곳은 앞선 복합공간보다 가격이 좀 더 나갑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졌고 시설도 좀 더 깨끗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코로나 시국이라 외국인을 보기 드물지만, 평소에는 서양인들도 꽤 많이 찾는 곳이라 합니다. 


며칠 동안 스파이시한 음식만 계속 먹었더니, 이제는 좀 상큼하고 건강한 느낌의 음식으로 저녁을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요거트와 포도 한 송이를 사서 숙소에서 맛있게 먹고 다시 곯아떨어져 버렸습니다. 홍콩은 서양인들이 많아서인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요거트를 팝니다. 남은 3주 동안은 좀 더 건강식으로 가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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