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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홍콩시티대학 맛집 <로지 비스트로>

오늘은 2022년 6월 19일 일요일입니다. 홍콩중문대학 박사과정의 최국 후배가 오늘 홍콩시티대학 캠퍼스에 방문해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귀한 후배가 왔으니, 좋은 곳으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원생 B가 <로지 비스트로 Lodge Bistro>를 6시 30분으로 예약했고, 우리는 교내를 산책하며 사진을 찍다가 시간에 맞춰 입장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차서 입장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좌석에 다소 여유가 있었습니다. 

테이블 사이의 공간이 꽤나 넓습니다. 평일에는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들이 주로 방문합니다. 

메뉴를 고르고 있는 최국 후배는 왜 뒷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요?

메뉴판 사진을 찍으면 항상 흐릿하게 나오는 것이, 아마 카메라 설정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불행히도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meat lovers나 seafood는 주문 불가였습니다. 그래서 파스타 코너로 갔습니다. 

저와 최국은 셰프 추천인 "크랩 미트 링귀네Crab Meat Linguine"를 주문했습니다. "게살 스파게티"인데, 제 유일한 소원은 양이 부족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파스타를 주문하면 항상 그렇듯이, 빵이 한 덩이 먼저 나옵니다. 속이 매우 부드러운데 겉은 바삭하니 잘 구워졌습니다. 버터는 학생식당에서 제공하는 그 친구 그대로입니다. 이왕이면 버터까지 상급으로 제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의 메인 요리를 공개하겠습니다.

네,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게살 파스타를 주문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고소한 게살이 매콤한 고추와 어울리니, 한국인의 입맛에는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오일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좋은 재료를 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대한민국 남자들 99.9%가 소개팅으로 파스타 집에 갔을 때 공통적으로 받는 그 느낌이 오늘도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젓가락을 단 두 번만 휘두르면 저 고급스러운 디시가 텅 빌 만큼의 애처로운 양이였습니다. 남자들이 보통 파스타 레스토랑을 가면 느끼는 점은 딱 한 가지 이지요. 양이 너무 적어서,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직장 초년생일 때에는 소개팅 하면 파스타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남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그리고 항상 후회스러웠습니다. 뭔가 초면에 만나면 식사 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하고, 그러러면 뭔가 먹을 것이 많아야 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파스타 그릇이 텅 비고, 그렇다고 와인을 마시기도 뭣하니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제 돈 주고 먹기 가장 아까운 음식이 바로 파스타인데, "없어 보일까봐" 전부 속앓이하면서 차마 말도 못했습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돈 주고 먹고 싶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차라리 집에서 넉넉한 분량으로 직접 만들어 먹을지언정, 밖에서 사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파스타라는 음식 자체가 맛이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사실 어저께에도 몽콕에 소재한 <리투어>라는 카페에 가서 파스타를 먹었거든요. 그리고 제 후기에도 나와 있듯이, 그 카페의 파스타는 오히려 양이 넉넉했습니다. 하지만 <로지 비스트로>의 파스타 양은 정말로 처참했습니다. 결국 제 나이 또래의 남성들이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마친 뒤 으례 그러듯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홍콩시티대학은 10시 45분이 되면, 방문객께서는 캠퍼스에서 나와 주시라는 정중한 방송이 나옵니다. 우리 3명은 회의실에서 티 타임을 갖고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송을 듣고서 나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지하철 안에서 최국에게 오늘 파스타의 양이 부족하지 않았냐고 카톡을 보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배가 너무 고파서 기숙사에 돌아가면 라면을 하나 끓여먹어야겠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저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빵을 몇 덩이 사서 먹고서야 겨우 허기를 면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자니, 그래도 제 젊은 시절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소개팅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자못 즐거웠습니다. 물론 그 즐거움은 여기까지! 이제 양이 부족한 식당은 어디든 가지 않겠다고 다시금 마음 먹으면서, 오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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