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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홍콩 인생 맛집 <건강식품라멘>

겐코 쇼쿠힌 라멘 Kenko Shokuhin Ramen

오늘은 2022년 6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오늘은 산업은행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는 최윤진 형을 만나러 센트럴로 출발합니다. 홍콩시티대학 사무실에서 문을 열고 나가 IFC몰 애플 매장 앞에 도착하기까지 40분이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꽤나 먼 거리입니다. 귀국하면 한동안 한국의 장시간(?) 이동거리에 익숙하지 않을 듯합니다. <애플>과 <룰루레몬>이 마주보고 있는 통로 사이로 윤진이 형이 걸어오면 그 때부터 즐거운 대화의 시작이지요. 항상 일본 정식을 먹었는데, 오늘은 따로 소개시켜주고 싶은 곳이 있다며 저를 다른 곳으로 이끕니다. 알고 보니 미드레벨 근처 제가 자주 지나다녔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던 골목으로 꺾어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 여기는 센트럴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저렴한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윤진이 형은 "홍콩에 거주하는 일본인 주재원들이 손꼽는 라멘 집"이라면서 이 곳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일단 상호명은 참 멋이 없습니다. <건강식품 라멘>. 일본어로 "겐코쇼쿠힌 라멘." 이름이 너무도 정직합니다. 하지만 입장할 당시에는 너무 후텁지근한 날씨로 인해, 이런 점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진만 얼른 찍고 입장했습니다. 

보시다시피, 가게 안은 매우 좁고 좌석은 얼마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진 중앙에 보이는 흰 상의를 입은 여성과 사진 끝에 보이는 긴 머리의 여성은 모두 일본인이었습니다. 광동어를 거의 쓰지 않고 일본어와 영어로 주문을 받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긴 머리의 여성은 본디 스튜어디스 출신이었답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항공사를 그만두고 이 가게에서 일하게 된 것일까요? 코로나 시국에 많은 스튜어디스 분들이 직장을 잃었다던데, 혹시 그런 에피소드가 있는 것일까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즐겨 보다보니, 이런 라멘집에 오면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싶어집니다. 

좁은 가게 상단에 빈틈없이 늘어서 있는 정종들을 보시지요. 이 가게는 현재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밤에는 선술집으로 변할 듯합니다. 

메뉴판을 보고 제가 놀란 것은,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동이나 식사류 가격이 모두 HKD80 내외였습니다. 홍콩의 일식집 라멘이나 우동은 아무리 못해도 HKD100은 넘어야 하거든요. 저는 우동이나 덴푸라를 먹는 대신, 다른 메뉴판을 집어들고 "미소 라멘"에 돼지고기 2조각을 추가했습니다. 윤진이형도 라멘을 주문한 뒤에 가라아게(닭고기 튀김)를 추가했습니다. 

자, 오늘의 주인공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비주얼을 보는 순간 저는 그만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일단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게다가 스프에서 풍겨오는 진한 미소 향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돼지고기는 매우 크고 두껍게 썰려 있으며, 면발도 가늘면서 단단합니다. 한 젓갈 집어서 입에 넣은 순간, 저는 외쳤습니다. "키-타(올게 왔다)!" 제가 홍콩에서 먹어본 라멘 가운데 단연코 최고였습니다. 제 등 뒤에서 즐거이 수다를 떨고 있는 두 명의 일본인 입에서도 연신코 "우마이!"가 쏟아졌습니다. 진한 국물을 들이키는 것이 어찌나 즐거운지, 가라아케를 먹을 배를 그만 가득 채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라멘을 갓 먹기 시작했을 때, 가라아게(닭튀김)가 나왔습니다. 이 또한 아주 기막하게 잘 튀겼습니다. 레몬을 살짝 입혀 내놓았는데, 홍콩에서 판매되는 비싼 한국 치킨집보다 나았습니다. 어찌나 만족스러웠는지, 가게를 나서면서 일하시는 분들께 "다이만조쿠데스!" 하고 감사 표시를 하고 나왔습니다. 무뚝뚝한 홍콩인들과는 달리, 일본인 특유의 미소와 맞장구로 응대해주셨습니다. 역시 저는 홍콩 스타일은 아닌가 봅니다. 윤진이 형 또한 대만족해서 다음 번에는 밤에 이곳에서 만나 라멘에 맥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밤 11시까지 운영된다고 하니, 몹시 기대가 됩니다.  


점심을 잘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제가 커피를 살 차례이죠. 센트럴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 갑니다. 정말로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뭘 사먹지는 못하고, 윤진이 형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넸습니다. 

저기 오른쪽 노랗게 생긴 사각형의 커피 머신은 이제 한국에서도 친숙한 "마스트레나"입니다. 

저야 아예 커피를 끊었으니까, 최신 커피 머신의 놀라운 성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스타벅스가 커피 맛의 향상 및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커피 매니아인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커피 머신의 성능 못지 않게 원두의 품질 및 상태, 머신 청소 상태, 샷 내린 횟수, 그날의 습도 및 대기의 상태 등 정말로 많은 변수들이 커피 맛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심지어 스타벅스 매장도 정해놓고 다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장마다 맛의 차이가 너무 난다고 말이지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이 맛차라떼만 줄기차게 먹는 사람은 이런 고민에서 해방되었으니 좋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무엇인가를 까다롭게 즐길 만큼 좋아할 수 있는 건 정말로 멋진 일인 듯합니다. 오늘은 음식은 물론이요 인테리어의 감성까지 그 좋았던 80-9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멋진 라멘 집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괜찮은 하루입니다. 네이버에서 이 매장을 소개한 글이 있어 링크합니다. 

https://blog.naver.com/happyslave/2222486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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