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 情답게 (4)

그렇다면 이제부터는‘나답게’ 살면 행복한 반면에‘남 따라’ 살면 행복하지 않다는 소박한 진리를 전 세계에 걸쳐 널리 사랑받는 대중가요 속에서 확인해 보자.

1996년 일본에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기동전함 나데시코機動戦艦ナデシコ�의 히로인인 유리카(ユリカ)는 「나답게私らしく」라는 곡에서 다음과 같이 외친다.


“꿈을 좇다 보니 웃음과 눈물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는 걸 알고는 있지만/ 때로는 좀 더 나답게 바람을 느끼고 싶어요. 햇볕도 소나기도 모두 받아 안을 테니까/ 내일부턴 좀 더 나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미래를 찾고 싶어서.”


유리카는 철없는 10대 소녀에 불과하지만,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지구를 수호하는 우주전함의 함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떠맡고 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흔히 겪듯이, 그녀 또한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여러 상황들에 끊임없이 내던져진다. 모든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고서도 여전히 결정이 망설여질 때 가장 후회 없는 방법은 결국 ‘그녀답게 그녀 자신을 믿고 결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으며, 우주전함의 승무원들은 모두 함장인 그녀를 믿고 그녀의 결정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기동전함 나데시코�보다 더욱 유명한 �세일러문SS美少女戦士セーラームーンSuperS�의 엔딩 테마곡 제목은 「나답게 갑시다!らしくいきましょ」인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남자 친구를 만나 어떻게 대할까 고민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서로 충돌하는 여러 조언들을 따르는 것보다는 나답게, 내 감정에 따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쪽이 가장 행복하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가 메가 히트를 기록한 까닭은 그의 소설이 모든 이들의 최대 관심사인 ‘사랑’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문제에 답할 수 있다며 으스대는 많은 철학자들이 실제 삶 속에서 연애 문제에 꼼짝 못 하거나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처럼 여성을 비하한대서야, 그들의 철학을 어디에 쓰겠는가. 오늘날 철학이 천대받는 까닭은 어쩌면 실제 삶에 도움을 주는 철학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10대 소녀에 불과한 세일러문은‘양다리 걸치는 남자 친구’을 어떻게 대하고자 하는가? 그녀가 내린 결론은‘나답게 가자’이다. 그녀는 남자 친구를 만나서 깊이 대화해 본 뒤 헤어질 수도 있고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세상에 널린 연애박사들의 서로 다른 조언들에 자기 자신의 감정을 굽혀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비록 참고문헌은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두 사람만의 일’인 자신의 연애에 정답을 주지는 못한다. 정답은 결국 그녀의 감정 속에 담겨 있다. 결별 여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그녀답게 결정할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뒤에도 “그래도 고백하고 나니 기분이 개운하네. 친구들은 차일 것이 분명하다며 고백하지 말라고 했지만, 걔들의 말을 듣고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는 고백하고 시원하게 차이는 편이 낫지.”라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나답게’ 철학은 행복함, 평안함, 개운함 등의 긍정적 결과로써‘나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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