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 철학에 대한 단상

비록 성경에 나오는 구절은 아니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하며,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를 외치는 문재인 후보가 기본적으로 이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사람이 먼저라고 할 때, 사람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뜻일까? 나는 '사람이 죄보다 먼저다'라고 해석한다. 즉 사람이 죄보다 앞서고 중요하기에, 예수가 말한 바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가능하다. '죄가 사람보다 앞선다'라고 잘못 생각하면, 그 사람이 죄를 짓는 순간 그 사람이 사람같이 보이지가 않는다. 오직 '사람이 죄보다 앞선다'라고 이해해야만, 그 사람이 죄를 지어도 사람 자체를 배척하지 않고 그 죄를 고쳐주려 애쓰게 된다.
죄가 사람보다 앞선다고 착각하는 숱한 야권 강경파들은 대한민국의 반을 차지하는 보수 진영 사람들을 아예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인사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과연 노무현-문재인이 말한 바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올바로 이해한 데서 나온 것일까? 그들의 강경 입장은 문재인 씨를 제대로 이해하고 돕는 것일까, 아니면 실질적으로 문재인 씨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일까? 극성팬이라면서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가장 다루기 어렵지 않을까?
구체적인 예를 들어 살펴보자. 정청래 전 의원은 참으로 의협심이 높고 재치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문재인 씨와 토론한 상대방은 자신이 인격적으로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반면에, 정청래 씨와 토론한 상대 진영 사람들은 굉장히 상처받고 돌아선다.
내 기억에 무척이나 충격적으로 남은 장면이 하나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로 인해 주승용 최고위원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데, 문재인 대표가 그를 만류하려 쫓아나가는 그 유명한 장면이다. 집안의 억센 아들내미가 잘못한 것을 인자한 아버지가 대신 처리하느라 애쓰는 형상이었다.
상대방의 잘못된 견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우리는 '막말'이라 부르지 않는다. 견해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그 견해를 말하는 사람 그 자체를 공격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막말이라 부른다. 그 당시 문재인 씨와 정청래 씨는 정반대의 철학에 서 있었다.
문재인 씨는 '사람이 죄보다 먼저다'는 철학에 따라 견해가 다르더라도(꼭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주승용 최고위원을 따라 나갔다. 반면에 정청래 씨는 '죄가 사람보다 먼저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보기에 틀린 견해를 고집하는 주승용 의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막말을 던져서 사단을 냈다. 그리고 그 뒷수습은 정청래 본인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가장'인 문재인 씨가 해야만 했다. 결국 정청래 본인은 당으로부터 ‘당직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당의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재인 씨를 볼 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왜냐하면 아비 마음도 모르고 속 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장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당시 한나라 당 때문에 그가 외로웠을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힘들기는 할지언정, 외롭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장 내 편이고 내 측근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도저히 말이 안 통할 때, 외롭다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정청래 씨, 그리고 최근의 추미애 씨, 기타 문재인 주변에서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진정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의 진심을 이해했더라면 그와 같은 사단을 냈을까?

집안의 가장이 워낙 인자해서 자식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꾸짖지 않고 스스로 고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알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아들 따님들은 제발 아버지의 속뜻을 이해하려 애써주길 바란다. 애정이 있어 하는 충고조차도 '내부 총질'로 받아들이는 아들 따님들이 문재인 아버지를 더욱 외롭게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의 말을 본인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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