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알이즈웰 전도사입니다.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저를 음악 중독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 걸밴드 QWER에 대한 생각을 97년 SES 데뷔 이후 걸그룹 역사를 팔로우하고 있는 "씹덕" 입장에서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QWER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겠지요. 2023년 10월 18일에 데뷔한 4인조 밴드로서, 300만 운동 유튜버인 김계란 님께서 만드셨습니다. 트위치에서 스트리머로 활약하고 있는 마젠타와 쵸단, 그리고 유명 틱톡커인 히나(냥뇽녕냥), 끝으로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인 "경력직 신입" 이시연(시요밍) 등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인 쵸단(리더)은 드럼, W인 마젠타는 베이스, E인 히나는 기타, 그리고 이시연은 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2023년 가을에 "디스코드"와 "별의 하모니" "수수께끼 다이어리" 등을 발매하며 "예상치 못한" 인기몰이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단발성 프로젝트 그룹에서 정식 아이돌로 데뷔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8일 현재는 (그들이 속한 기획사인 3Y 코퍼레이션의 규모로 볼 때) 입이 딱 벌어지는 놀라운 인기를 보여주며, "대기업의 완성형 아이돌이 하는 댄스읍악"이 압도적 주류인 K-pop 판에서 "중소기업의 성장형 아이돌이 하는 밴드음악"의 반란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K-pop의 글로벌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주목해야 할 아이돌이 바로 QWER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1997년 SES의 데뷔 이후 한국 걸그룹의 역사를 꾸준히 팔로우하고 있는 저는 QWER의 성공이 K-pop의 "장르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를 "완성형 vs 성장형" 그리고 "댄스 vs 밴드"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우선 여기서 "성장형 아이돌"이 실질적으로 무엇이며, 그것이 어째서 QWER이 데뷔하던 2023년 하반기 대한민국 아이돌 판에서 조롱거리였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성장형 아이돌 시스템"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한국의 "완성형 아이돌 시스템"과는 본질적으로 구분됩니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후자인 "완성형 아이돌 시스템"이겠지요. 사실 한국인들에게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오직 "완성형 아이돌 시스템" 하나밖에 없다고 여겨질 지경입니다. 그 시스템은 어린 나이의 연습생들을 뽑아서 무한경쟁 속에 밀어넣은 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춤과 노래만큼은 완성에 가까운 아이들만 뽑아서 처음부터 "완성형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아이돌 그룹은 항상 "완벽"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반면에 일본에서 시작된 "성장형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말 그대로 노래와 춤의 기초가 하나도 없는 아이들을 처음부터 데뷔시켜 팬들 앞에 노출시킨 상태에서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아이돌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부모와 삼촌의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응원합니다. 그리고 일본 아이돌들은 그렇게 해서 20대 초반이면 "졸업식"을 가집니다. 일찍 시작한 만큼 은퇴 또한 빠릅니다. 사실 자신이 지지하는 아이돌이 점점 성장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한국에서도 불패의 법칙입니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성공이 이를 입증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조차도 이미 노래와 춤에 대한 상당한 재능을 보이는 상태로 임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압도적 미모로 처음부터 비주얼 센터를 맡으면서, 거의 노래를 하지 않지요. 사실 춤은 어느 정도 연습하면 누구든 1인분 몫은 해낼 수 있고, 비주얼 센터는 담당한 역할이 있으니까요. 반면에 일본의 아이돌들은 초등학생 상태로 데뷔할 당시에 실력이 정말로 (한국 기준으로) 처참합니다. 세월이 지나서도 여전히 중고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아이돌 팬층들의 니즈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졸업할 때까지 음악적으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음악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일본 연습생들이 한국 진출을 꿈꾸는 케이스가 증가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제 QWER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QWER은 한국의 완성형 아이돌일까요, 아니면 일본의 성장형 아이돌일까요? 놀랍게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추고 나온 완성형 아이돌은 물론 아니지만, 일본 아이돌 시스템(일본 아이돌 판 또한 댄스 음악을 합니다)을 따른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QWER은 도대체 무엇을 참고로 해서 만든 "성장형 걸밴드"일까요? 정답은 <케이온>, <봇치 더 록!>으로 대표되는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진정성 있고 밝은 여고생 동아리 밴드"입니다. 놀랍게도 QWER은 한국이나 일본의 획일화된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김계란 님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여자 고등학교 동아리 밴드는 완벽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놀라운 포텐셜을 지닐 수는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처음부터 완벽해서는 안 됩니다. 여고생 밴드가 전성기의 본조비처럼 완벽하다면 이미 서사는 글러먹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하이브나 연예 3사 시스템에서 절대로 불가능한 틈새 시장입니다. 왜냐하면, 대기업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품을 내놓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Y 코퍼레이션과 같은 중소기업에서는 그런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게임의 룰 안에서 대기업을 이기지 못해 끊임없이 자멸해가는 중소 기획사들의 활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이브를 비롯한 대기업이 완벽한 상품"만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중소 기획사는 오히려 "어설프고 부족함"이 강점이고 그런 점들이 용인되는 아이돌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중소 기획사는 하이브나 연예 3사와 똑같은 "댄스 음악"을 하는 그룹들을 쏟아내고서 돈만 말린 채 그대로 소멸해갑니다. 그리고 내뱉습니다. 음악계도 다른 비지니스 분야와 다를 바 없다고 말입니다. 어차피 대기업이 다 해먹는 판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룰 안에서 똑같이 움직이면, 대기업에게 패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논리적으로 당연한 처사 아니겠습니까? 물론 사업을 하지 않는 제가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바도 없지 않습니다만, 저는 "씹덕 아재팬"으로서, kpop 시장의 무궁한 세계적 확장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절대로 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특성상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음이 용인되며, 오히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야만 팬들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장르와 소재를 발굴해서 치고 들어가야하지 않겠습니까? QWER이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사실 김계란 님의 천재적인 기획력이 다하는 지점입니다. 왜냐하면 저렇게 기획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잘 될 리는 없고, 이제는 멤버 개개인의 "개인기"가 빛을 발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