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서)
제 경험상, 중소돌(중소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는 확실해야만 합니다. 첫째, 곡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좋아야 합니다. 둘째, 메인 보컬이 노래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잘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입니다. 만약 대기업 아이돌이라면 이 두 가지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메인 보컬이 자기 파트를 라이브로 못 부르더라도 얼마든지 1위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들어줄 가치가 없는 곡이라도, 대규모 팬덤이 미친 듯이 스트리밍을 돌리고 앨범을 사주면 세계 정복이 가능합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이른바 4세대 아이돌 판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지!"라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는 음악 팬들이 이 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아이돌 빠질"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 아이돌 판도 게임계 대기업이 내놓은 <리니지>나 <메이플>처럼 "고인 물"들의 돈을 빨아들이며 혁신 없이 연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심한 짓거리도 대기업 아이돌일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중소기업 아이돌은 저런 호사는 꿈도 꿀 수 없고, 매우 좋은 곡과 매우 좋은 메인 보컬을 "디폴트로" 장착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QWER은 이런 점에서 합격점입니다. 저는 QWER의 숱한 장점 가운데 이 글에서는 딱 두 가지만 다루고자 합니다.
우선 곡의 측면에서 아주 짧게 살펴 봅시다. 그들의 첫번째 싱글 앨범에 담긴 <디스코드>와 <수수께끼 다이어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빠르고 발랄한 노래입니다. 이른바 "덕후 몰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덕후가 아닌 일반 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는 메인 보컬인 이시연의 역량과도 관련됩니다. 한편 <별의 하모니>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감히 "마스터피스"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앞에 두고서도 너와 함께 한다면 두렵지 않다는 내용의 "일본 노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사를 담고 있지만, 곡 자체는 반드시 일본 풍이라고는 볼 수 없는 웅장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석은 보다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저는 메인 보컬인 이시연 님에게 주목하고 싶습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한국에서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 해야 합니다." 물론 아이돌 그룹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릅니다. 다시 말해 비주얼 담당, 랩 담당, 댄스 담당, 서브 보컬, 메인 보컬 등 다양한 역할을 멤버들이 분담하고 있고, 이 때문에 모든 멤버가 노래를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메인 보컬은 노래를 아주 "끝내주게" 잘 해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걸그룹 시조새인 SES와 핑클 때부터 이미 세팅된 공식입니다. SES의 경우, 유진이 노래를 아주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그룹에는 "바다"라는 탑티어 가수가 있습니다. 핑클의 경우, 비주얼 센터인 성유리가 노래를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뮤지컬 가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옥주현"이 그 그룹의 메인 보컬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르를 막론하고 메인 보컬은 노래를 "눈에 띄게" 잘 해야만 합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이 내놓은 양산형 아이돌이 메인 보컬조차 자기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중소기업은 오히려 압도적인 노래 실력으로 승부를 보아야만 합니다.
이 점에서 QWER의 메인 보컬인 이시연은 합격점을 넘어서서, 거의 반쯤 다듬어진 다이아몬드 원석과도 같은 귀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만의 대체 불가능한 "음색"과 "감성" 때문입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대기업에서 보컬 트레이닝 수업을 받으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호흡하고 발성하고 바이브레이션을 넣고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베끼거나 연습해서 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색"입니다. 왜냐하면 음색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씹덕인 제가 감히 오버를 좀 하자면, 이시연 님의 음색은 정말로 "대체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애니 풍의 <수수께끼 다이어리>와 록 발라드인 <별의 하모니>를 동시에 높은 완성도로 불러낼 수 있는 가수는 대한민국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는 가창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타고난 "음색"과 "감성" 때문입니다. 우선 이시연의 팬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오토튠"을 입혀놓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제가 보아도 극강의 맑음과 청량함을 지닌 그녀의 목소리는 오토튠을 입혀놓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미 숱한 라이브 공연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의 오토튠 목소리가 타고난 것임을 입증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PANmtbHHc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청량하면서도 동시에 가볍지 않고 매우 무게가 있으며 탄탄한 느낌을 줍니다. 이것이 바로 이시연 보컬의 강점입니다. 가령 <수수께끼 다이어리>의 경우, 일본 애니 특유의 띵똥거리며 빠르게 진행되는 코드가 특징인데, 일본의 탑급 애니메이션 성우라면 이 노래를 소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일본 애니 풍인데도 또 다르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시연 보컬의 목소리가 가볍지 않고 안정적으로 깔리기 때문입니다. 일본 애니 노래의 경우, 한없이 목소리가 가볍고 방방 뜨며 날아다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나쁘다거나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본 애니 성우들의 발성이나 창법 자체가 그러합니다. 하지만 <디스코드>나 <수수께끼 다이어리>의 경우, 이시연 보컬의 목소리가 워낙 안정적이고 탄탄하며 맑고도 무게가 있고 성량 또한 크기 때문에, 노래가 가볍게 방방 뜨거나 날아다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또한 이시연 보컬은 자신이 일본에서 아이돌로 활동했으며 실제로 일본 애니 덕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노래의 감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장르에 적합한 음색과 감성을 지니고 심지어 안정적인 가창력을 가진 가수가 한국에서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저는 이시연이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일본 애니풍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할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록 발라드인 <별의 하모니> 또한 놀라운 감성으로 불러낸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감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 올리거나 기교를 잔뜩 부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녀는 사실 굉장히 테크니컬한 보컬이지만, <별의 하모니>를 부를 때는 잔 기교 없이 목소리를 쭉쭉 뽑아냅니다. 그리고 "희망과 긍정을 노래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고 아련한" 그런 감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립니다. 심지어 그런 감정을 "오버"하지 않고 담담하게 뿝어냅니다. 이처럼 과장되지 않게 부르면서도 감정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별의 하모니>는 정말 부르지 쉽지 않은 곡인데, 기교나 높이 문제가 아니라 감성 문제입니다. 이시연 보컬은 앞으로도 많은 부분을 다듬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데뷔 앨범에서 저 정도 포텐셜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완벽주의"에 찌든 2024년의 대한민국, 성장형 밴드의 어설픈 연주를 용인할 리가 없는 한국 아이돌 팬들조차 "프론트맨"인 이시연의 압도적인 보컬 역량으로 인해, QWER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마룬 파이브>와 같은 세계적인 밴드의 경우에도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컬인 애덤 리바인 외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처럼 밴드 퍼포먼스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전면에 나서는 보컬입니다. QWER은 이처럼 경력직 신입인 이시연 보컬의 "하드캐리"로 단숨에 주목할 만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첨언하자면, 그녀가 매우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가졌음은 추가 설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QWER의 공연 영상 몇 개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YBYjpUC1eU
QWER은 이 외에도 숱한 장점을 지닌 그룹이며, 그 장점은 그룹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오히려 함께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사실 메인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멤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거물"입니다. 마젠타와 쵸단은 트위치에서 탑급 스트리머이고, 히나(냥뇽녕냥)은 틱톡에서는 거의 "천상계"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입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연습실에 박혀 세상 물정 모른 채 연습만 하다 나온 연습생이 아니라, 전쟁터와도 같은 SNS에서 숱한 악플에 시달리면서 수 년을 버티고 지금의 지위에 서 있는 "역전의 용사"들입니다. 작년 10월에 데뷔할 즈음에는 생전 다루어보지 못한 악기를 새로 배우느라 자신의 장기를 펼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마니또> 앨범 또한 인기 몰이 조짐이 보이자, 슬슬 자신들의 주전공인 "덕후 몰이" 활동을 시작하는 듯합니다. 물론 이들은 음악적으로도 매우 야망이 큰 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분들까지 다루다간 분량이 넘칠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밴드 음악이란, 21세기 세계 어디에서도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입니다. 이 때문에,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진성 팬들은 QWER의 현재 실력이 어떤지를 문제삼지 않고, 이들이 열심히 활동해서 밴드 음악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보다 커지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록 밴드와 메탈 밴드가 유행하던 1980년대와 90년대를 살았던 아재로서, QWER이 지금처럼 꾸준히 활동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