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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타워레코드와 QWER 그리고 미야시타 파크

240514 나홀로 도쿄 여행 1일차 (2)  

https://brunch.co.kr/@joogangl/527

안녕하세요, 알이즈웰입니다. <히타치노 브루잉 랩- 도쿄역 지점>을 나와 지하철역에서 "72시간 무제한 도쿄 메트로 패스"를 수령했습니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예매했으며, QR코드를 사용해서 인증하고 출력하면 됩니다. 참고로 수령한 시간부터 카운터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한 시간부터 72시간까지 무제한 사용 가능합니다. 오후 2시에 티켓 머신에서 뽑았다 하더라도 오후 5시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당연히 5시를 기준으로 카운팅이 들어가겠지요. 사실 <히타치노 브루잉 랩>을 나오면서 너무 흥에 취해서 캐리어를 놓아둔 채 나왔더랬습니다. 지하철 타기 직전에 알아채서 부리나케 가게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잃어버릴 염려는 없지만, 다시 돌아올 길이 막막해서입니다. 술 마실 때에는 항상 짐을 제대로 챙깁시다! 


제가 시부야에서 묵은 숙소는 남성 전용의 <코뮨 시부야>입니다. 캡슐 호텔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이번 3박 4일 일정 동안 시부야를 중심으로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으며, 무엇보다 시부야 밤거리를 늦게까지 쏘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숙소에 아예 들어오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귀가해서 샤워만 하고 쓰러져 자는 스타일이라, 숙소는 그냥 깨끗하고 조용하게 잠만 잘 수 있으면 족합니다. 저는 묵는 기간 동안 대단히 만족스러웠는데, 저와 여행 스타일이 맞는 남성의 경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치약과 칫솔, 면도기, 면도크림, 수건 등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신발장과 락커룸도 깨끗합니다. 샤워 시설이 잘 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떠들 수가 없는 분위기라서 조용하기도 합니다. 코인 세탁기가 있으므로 장기 투숙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글 맵을 사용하는데 아직도 서툰 저 같은 사람은 위치를 파악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알고 보면 시부야 중심가와 한 끗 차이라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데.......아래는 저보다 더 자세히 쓴  <코뮨 시부야> 이용 후기입니다. 

https://blog.naver.com/yenyo2/223037763382

체크인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본디 이번 여행의 테마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맥주! 둘째, 패션! 이었습니다. 작년 10월에 도쿄를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을 때, 아시아 패션의 성지인 오모테산도 근방와 캣 스트리트(cat street)의 편집샵과 빈티지샵을 보고 그만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 때는 일흔 노모를 모시고 다닌 터라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지만, 다음 방문 때에는 반드시 시간을 충분히 두고 패션을 즐기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 패션에 박식한 여러 유튜버들의 채널을 접했고, 오모테산도를 좀 더 파보자는 생각이 짙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숙소를 시부야에 잡기도 한 것이죠.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 등은 시부야에서 걸어서 갈 수 있거든요(이럴 거면 72시간 무제한 패스를 왜 산 건지...).

https://www.youtube.com/watch?v=wez-s-vHnug  

패션모델이자 인기 유튜버인 주우재 씨가 침착맨과 함께 시부야, 오모테산도와 캣 스트리트를 돌아다니는 유명한 영상입니다(이들이 묵은 숙소가 제가 현재 머무는 코뮨 시부야와 상당히 가깝더군요). 패션에 관심이 없는 침착맨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영상에서 그렇게 나옵니다. 하지만 주우재 씨 입장에서는 그냥 신날 따름이지요. 그는 시부야 근방 패션 지도를 머리 속에 그대로 지니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 집처럼 편안하게 다니더군요. 아마 유명 모델인 그는 캣 스트리트에만 풀어 놓아도 일주일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저의 오늘 목표도 3시에 체크인을 마치면 곧바로 오모테산도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시부야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니까 말이지요(물론 걸어가는 편이 더 좋습니다. "패션의 기본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니까요!"-<파이브 스타 스토리> 번외편에서 마모루 나가노가 한 말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걸밴드인 QWER은 시부야가 상당히 위험한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왜냐하면 <주술회전>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가 시부야이기 때문이죠.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인 <주술회전>에서 "주인공인 이타도리 유지보다 인기가 많은" 고조 사토루가 봉인된 이후, 시부야에서는 엄청난 사건들(시부야 사변)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QWER의 리더인 쵸단은 시부야를 경계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리더가 강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컬 담당인 이시연(시요밍)은 "이타도리에게 흑섬 맞은 료멘 스쿠나처럼" 다음과 같이 까칠하게 말합니다.  

언니들에게 이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팀이면, 정말로 분위기가 좋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40대 아재인 제가 <주술회전>과 QWER 팬인 것에 소름이 돋으며 "그게 뭔데 씹떡아!"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네요. 뭐, 저는 이미 다 내려놓았습니다. 인생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든 재미있게 살아아죠. 이게 제 취미에 맞으니, 달리 무엇을 하겠습니다. QWER은 이번 여행의 동선을 짜는 데에도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QWER은 시부야를 가게 됩니다. 저처럼. 자! 오모테산도로 영역전개!


이제 <코뮨 시부야>를 나와서 오모테산도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 유명한 스크램블 교차로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도쿄를 방문하면, 어떻게든 반드시 방문하는 곳입니다. 

스타벅스 시부야 츠타야 점은 지난 몇 개월 동안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서 지난 달인 2024년 4월에 재개장한 상태입니다. 생긴 이래로 처음이라지요. 또 가보지 않을 수가 없지요. 

온라인 상에서 워낙 리오픈한 스타벅스 매장에 대한 찬양이 넘치는지라, 저는 10년 넘게 꾸준히 이곳을 방문한 매니아로서 솔직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입장하자마자 도떼기시장의 냄새가 풍겼습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스타벅스가 2층 전체를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2층 전체를 스타벅스 매장으로 개조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이 더욱 몰려, 그 안의 공기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물론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 스크램블 교차로 츠타야 지점은 리모델링을 한 이후에 오히려 개성이 더욱 없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를 방문할 때마다 반드시 이 곳을 찾았던 저로서는 다소 서글픈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빠르게 돌아서 나왔습니다. 

안녕, 스크램블 교차로 스타벅스...당분간은 올 일이 없겠구나(라고 쓰고서, 이틀 뒤 이 곳을 약속 장소로 잡아서 후배를 만났습니다. 물론 만나고 나서 곧바로 이동했습니다). 


스타벅스를 빠져나온 뒤 길을 건너서 <자라 ZARA> 매장을 지나 타워 레코드 본점 쪽으로 갑니다. 일본의 타워 레코드는 시부야점이 본점입니다. 입구에서는 무려 "아이브"의 신곡 <해야> 뮤직비디오가 반복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이신 장원영 오죠사마의 모습에 일본 MZ들이 그만 입을 벌리고 정지 장면처럼 서 있었습니다. 그 외에 JYP의 "잇지" 광고도 있네요. 케이팝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타워 레코드를 몇십 년 만에 방문하게 됩니다. 물론 확인해 보고 싶은 바가 있었지요. 

타워 레코드 시부야 본점에서 "케이팝" 코너는 5층에 있습니다. 아니, 5층 전체가 케이팝입니다. 그리고 제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은........

그렇네요. 역시 QWER 코너가 케이팝 매장 내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관련되지 않은 영역은 거의 없습니다. 저렇게 판매대를 따로 갖추는데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QWER이 속한 3Y 코퍼레이션은 "영세 기획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소규모 기업입니다. 작곡자 그룹까지 합쳐서 직원 숫자가 10명이 안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몇 달에 걸쳐서" QWER 코너가 일본 타워 레코드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을까요? 혹시 타워 레코드 사장이 "바위게(QWER 팬클럽 이름)"?

<QWER, 시부야 타워레코드에 방문하다>

여하튼 삼촌 팬 특유의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저는 타워 레코드를 빠져나왔습니다. 빨리 오모테산도 쪽으로 넘어가고 싶었지요. 그런데 걷다 보니, 또 <미야시타 파크> 스타벅스를 한 번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야시타 파크는 1958년에 개설되었으며 1960년 대에 일본 최초의 "옥상 공원"으로 재정비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기간 동안에 다시 멋지게 리모델링해서 지금은 도쿄의 가장 핫한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출처: https://cityhoppers.co/content/story/miyashitapark>

저도 지난번에 방문하고 단숨에 매료되어서, 이번 여행 때는 꼭 재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야시타 파크 옥상에 있는 <스타벅스>가 백미입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4일 내내 이 곳을 방문했습니다. 

<스타벅스 미야시타 파크 점>

사진의 각도 상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스타벅스 주변으로 인공 잔디가 깔려 있고 그곳에는 남녀노소가 편안히 드러누워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미야시타 파크 스타벅스에는 거의 배경 음악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악에 방해받지 않은 채 살아 있는 도시 자체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일본에는 카페나 술집에 거의 음악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4일 내내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는데, 첫날에는 그냥 3시간 가까이 저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그냥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오모테산도 패션 투어는 이로써 물 건너갔습니다. 왜냐하면 오모테산도의 편집샵들은 대부분 초저녁에 문을 닫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패션 투어를 포기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시부야가 좋고, 시부야의 분위기와 사람들 모두가 좋았습니다. 이십 대에도 좋았는데 사십 대에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저는 스크램블 교차로 스타벅스가 아닌 미야시타 파크 교차로 스타벅스로 제 "최애 스타벅스"를 바꿨습니다. 

해가 저물고 배가 슬슬 고파지자, 저는 자리를 떠서 이동했습니다. 사실 미야시타 파크는 저녁 때가 가장 볼만 합니다. 일본 전국의 인플루언서와 틱톡커들이 몰려와 여기에서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해야 하겠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옵니다. 

<시부야 요코초>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시부야 요코초>는 벌써부터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길게 늘어선 매장 안에는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저녁 6시 경인데.....대단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부럽습니다. 한국에도 빨리 이런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노원역 근처에 살고 있는데, 서울 변두리인 노원에도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 곳에 무슨 볼 것이 있다고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노원이야말로 저와 같이 세련된 술골목을 조성하는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베이 요코초>

사실 <시부야 요코초>는 미야시타 파크가 재단장하면서 그 건물 1층에 새로이 생긴 핫스팟이고, 시부야에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술골목은 <논베이 요코초>이죠. 이곳이 훨씬 조용하고 정겹습니다. 방문객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골목을 찾아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녁 6시가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혼자 여행을 올 때는 일본의 체인점을 주로 이용합니다. 왜냐하면 식사에 큰 무게를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맛이 아주 없어서는 안 되고, 다만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을 따름입니다. 저는 먹거리에 관해서는 일본 맛집 투어보다는 "편의점 투어"를 선호합니다. 일본하면, 역시 편의점 먹거리죠!

도쿄의 식당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로 제가 애정하는 <토요일의 도쿄>에서는 "스시 체인점" "규동 체인점" "카레 체인점" "일본 정식 체인점" "돈까스 체인점" 등을 한 영상에 담아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p16zYonF2I

<토요일의 도쿄: 가성비 탑티어 일본 체인점들은 과연 맛있을까? 모두가 원했던 리뷰>

제 경우에는 주로 <마츠야>나 <요시노야>를 이용하는 편인데, 오늘 저녁은 <마츠야>에서 간단히 끝내고 맥주 투어를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3대 규동 체인점이라 하면 <요시노야> <마츠야> <스키야>가 있는데, 저는 모두 좋아합니다. 

쇠고기 규동 + 미소된장 세트인데, 사진의 느낌과는 달리 양이 많고 희한하게 저 미소된장이 맛있습니다. 건더기도 풍부합니다. 규동이야, 사실 뭐 고급 규동이란 것을 따로 생각하기 힘듭니다. <토요일의 도쿄> 님이 말한 것처럼, "규동 집은 그냥 제일 가까운 데 가세요!" 하지만 일본 규동 체인은 절대 돈값을 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도 조만간 <요시노야>나 <마츠야>와 유사한 가성비 체인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물가가 너무 높아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5천원 내외로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런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전국 규모 체인점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 백종원 님이 벌써 구상하고 계시지 않을까? 어? 

저처럼 식사량이 매우 적은 소식가는 항상 외식할 때 음식의 양이 부담됩니다. 식당에서 나오는 양의 반만 해서 가격도 한 60~70% 정도만 받으면 안 될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여하튼 저는 식사를 마치고 또 맥주를 즐기러 가야 하기 때문에 위장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렇게 단촐해 보이는 식단도 실제로 보면 양이 꽤 되어서 배가 그만 가득 차고 말았습니다. 저는 정말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다 보면 또 그들만의 사연이 보이는 것 같아서 더욱 좋습니다. 저는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자, 이렇게 해서 저녁 식사를 간단히 마쳤으니, 저는 지하철을 타고 오모테산도 역 근처에 있는 <요나요나 비어웍스 오모테산도 점>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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