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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노 브루잉 랩 도쿄 역 지점 후기

240514 나홀로 도쿄 여행 1일차 (1)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오늘은 2024년 5월 14일에서 17일까지 3박 4일 동안 홀로 떠난 도쿄 여행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이 기록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대리 여행의 만족을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원 마들역 근처에 살고 있는 제가 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항 리무진 버스는 4:18분에 마들역에서 출발하는 6100번 버스입니다. 에어부산 항공기가 07시 35분에 출발하므로, 가급적 이른 시간에 이동해야만 했지요. 물론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전날부터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새벽 3시 반에 벌떡 일어나서 샤워를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하니, 05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셀프체크인을 하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수령한 뒤 도쿄에서 즐길 수많은 것들에 대해 망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리타 공항에 내리니 아래와 같은 귀여운 광고가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역시 아니메 덕후인 제 감성을 그대로 자극하는.........

평소에는 도쿄 도심으로 이동하기 위해 스카이라이너나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1300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나리타 공항에서 LCB(Low Cost Bus 저가 버스)라고 적힌 매표소를 찾아서 티켓을 직접 구입하면 됩니다. 매표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20m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동 시간 또한 매우 적게 소요됩니다. LCB는 다양한 곳에 정차하는데, 도쿄역으로 가는 경우 10분마다 한 대씩 출발하므로 가장 낫습니다. 저는 비록 숙소가 시부야에 있었지만, 도쿄역에서 방문할 곳도 있고 해서 도쿄역이 종점인 버스를 택했습니다. 

제가 탄 버스 안은 한국인은 없었고 일본인이 대부분, 서양인이 조금 있었습니다. 10시 50분에 출발했는데, 놀랍게도 도쿄역에 11시 50분에 도착했습니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딱 1시간 걸렸습니다. 표를 사서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 가격을 모두 고려해 보았을 때 단연코 스카이라이너나 나리타 익스프레스보다 낫습니다. 저는 귀국일에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만약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결과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도쿄 여행 제1일은 1300엔 버스를 이용하고자 합니다. 


저는 본디 이번 도쿄 여행의 목표를 <맥주 투어>로 잡았더랬습니다. 결국 다른 볼거리 때문에 맥주 투어를 소홀히 하기는 했지만, 자랑스러운 맥덕(맥주 덕후)의 일원으로서, 맥주 강국인 일본의 크래프트맥주(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 내는 맥주. 한국에서는 수제 맥주라고도 불린다)를 골고루 맛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곳! <히타치노 브루잉 랩 도쿄역 지점>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초창기, 일본 굴지의 주류 회사인 <히타치노>가 내놓은 "히타치노 네스트"는 매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10년 전에도 캔 하나에 8000원이 넘어서 쉽사리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한 번이라도 맛 본 사람이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맥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히타치노 네스트" 라인이 한국인이 느끼는 일본 크래프트 맥주의 기준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링크한 기사는 2017년에 작성되었는데, 신문물을 접한 충격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히타치노의 깜찍한 새는 "부엉이"가 아니라 "올빼미"입니다. 귀가 있으면 부엉이, 귀가 없으면 올빼미!!!!!!!

https://www.mk.co.kr/news/business/7918661

크래프트 맥주, 그 가운데에서도 "에일Ale" 맥주의 양대 강국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독일이나 체코는 "전통적인" 맥주의 강자이며 필스너 라거나 흑맥주, 밀맥주 등 기존 맥주에 강점을 보이지만, 에일 분야에서만큼은 일본을 따라갈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에일 맥주가 아닌 라거 맥주로 돌아가 보면, 전 세계의 라거 맥주는 각국의 음식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쌀을 주식으로 삼는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지닌 맥주는 일본 맥주입니다. "아니, 잠깐만요, 그러면 한국 맥주는?" 대기업 맥주만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맥주는 대한민국 특유의 "회식 문화"에 적합하게 발전하였습니다. 회식 문화에 적합한 술이란 무엇인가?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술,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는 술"입니다. 커피를 예로 들자면, 고급 원두를 써서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드립 커피가 아니라, 찌는 듯한 여름날에 보리차 대신 벌컥벌컥 들이킬 수 있는 물 탄 묽은 커피 같은 술이 바로 한국 맥주입니다.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맥아(몰트)와 홉의 맛을 거의 없애버리고 맥주 맛을 내는 저렴한 재료를 대신 투입한 맥주가 바로 한국의 카스와 하이트, 테라 등의 맥주입니다. 진짜 포도가 아닌 포도맛 캔디 같은 것이지요(그래서 "부가물 맥주"라고 불립니다). 왜냐하면 원재료의 향이 강할 경우 목구멍에서 쉽게 넘어가지 않고 많이 마실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일본에도 이런 맥주가 없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사히 수퍼 드라이"지요. 어째서 이름이 "수퍼 드라이"인가? 맥주의 홉과 몰트가 발산하는 특유의 향을 모조리(super) 날려 버렸기(dry) 때문에 "수퍼 드라이"입니다. 부가물을 썼는지라 제조 원가가 적게 들고, 목구멍에 걸리지 않으니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알콜 탄산 음료이지요. 사실 한국의 현대 맥주는 기본적으로 아사히 수퍼 드라이를 "아주 많이" 참조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90년대 한국의 적지 않은 히트곡들이 그렇듯이 말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XuyzUGn3lFU

그리고 한국인들은 불행히도 수십 년 동안 이 "수퍼 드라이 스타일 부가물 맥주"에 입맛이 길들여졌습니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롯데주류에서 "클라우드" 등 업그레이드 버전 맥주를 시도해보았지만, 결국 상업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인 대다수의 입맛이 수퍼 드라이인데다, 클라우드는 술술 넘어가지 않아서 회식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기업도 고급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 상업적인 문제이지요. 결국 대한민국은 1인당 알콜 소비량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술이 단 하나도 없는 기이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차피 온 국민이 그 정도로 알콜을 많이 소비하면서 건강을 버렸다면, 대신 세계적인 술 몇 개라도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수업료를 들인 만큼 글로벌하게 돈이 되는 결과물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요?" 2021년을 기준으로 일본이 10년 연속 주류 수출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646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이 현상을 꼭 비난할 것만은 아닙니다. 고급 맥주는 향이 너무 강해서 삼겹살이나 감자탕의 맛을 잡아먹습니다. 소주에 말아먹기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회식만을 놓고 볼 때, 한국 대기업 맥주가 일본 프리미엄 맥주보다 훨씬 적합합니다. 저도 회식 자리라면 삿포로의 "all malt 프리미엄 에비스"보다 테라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회식 문화를 기피하는 MZ 세대들은 갈수록 개성 있고 향이 풍부한 프리미엄 계열 맥주를 찾게 될 것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는 이미 한일 대기업 맥주 가운데 페라리급 레벨을 지니는 명품 라거입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무시할 게 아니라 감사해야 할 일이죠. 그리고 중소기업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에는 깊고 풍부한 향미를 자랑하면서도 기가 막힌 밸런스를 지닌 히타치노 네스트 시리즈가 앞으로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아래는 히타치노 브루잉 랩 홈페이지)

https://hitachino.cc/brewing-lab/en/

히타치노 브루잉 랩 도쿄역 지점은 11시에 오픈입니다. 

메뉴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늘날 환율까지 고려한다면 적정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남이나 이태원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을 가면 저것보다 비싸게 마시게 되니까요. 이렇게 낯선 펍을 방문할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바로 "샘플러(tasting set)"를 주문하는 것입니다. 소량의 맥주를 여러 종 맛볼 수 있지요. 그리고 세컨드 라운드는 그 가운데 자기 입맛에 맞는 맥주를 고르면 되겠지요. 위의 메뉴판을 보면 "화이트 에일+라거+다이다이 에일(IPA)" 등 3종류를 1,100엔에 맛볼 수 있네요. 대략 1만원인데...이만하면 정말로 끝내주는 조합이지요. 바로 주문했습니다. 

이 삼총사를 영접했던 며칠 전을 잊을 수가 없네요. 새벽 3시 반에 기상해서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도쿄는 서울보다 기온이 높아서 벌써 초여름입니다. 빈 속에 맥주를 맛보기 위해 기상해서 지금까지 물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혹자는 "빈 속에 술을 먹다니!"하고 혀를 찰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술을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느라 위벽에 구멍을 내는 한국 회식문화에 익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탄식입니다. 저도 그런 문화를 즐겼고, 지금도 친구들과 만나면 그와 같이 회식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저는 일주일에 1번 정도 술을 마시고 그것도 맥주 두 캔을 넘지 않습니다. 저랑 똑같은 맥주 덕후 선배와 함께 집에서 다양한 세계 맥주 4캔을 2시간에 걸쳐 천천히 나눠 마시지요. 뱃속에 무언가 가득 찬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내 입과 몸이 그 맥주를 100%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배꼽이 튀어나갈 정도로 삼겹살을 잔뜩 먹은 상태에서 마시는 드립 커피와 아침에 빈 속에 마시는 드립 커피, 어느 쪽이 드립 커피의 참맛을 음미하기에 좋은 몸 상태일까요?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이트 에일 첫 모금이 혀와 식도를 핥으면서 내려가는 순간, 천국을 느꼈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매우 깔끔하게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에일 맥주의 양대 강국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그런데 이 에일 맥주 스타일이 각국의 평균적인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의 에일은 "선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이렇게 홉의 맛을 강하게 한다고!" "아니, 이렇게까지 도수를 높인다고!" "아니, 이렇게 미친 놈처럼 자몽의 맛을 강하게 한다고?" 이런 맥주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맥주들을 가끔 마실 때에는 마치 디즈니랜드에 간 것처럼 즐겁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매일 하루 한 잔씩 꾸준히 에일 맥주를 즐긴다면, 저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일본의 에일을 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인 스타일처럼, "선을 넘지 않고 기가 막히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개성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양한 풍미를 내면서도 여전히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일본의 모든 에일 맥주를 마셔본 것이 아니고 맥주 전문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히타치노 사의 술들은 그러합니다. 

기분이 워낙 좋아서 좁은 매장 안을 휘 둘러보니, 역시 본디 위스키로 유명한 회사답게 위스키 관련 상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맥주 덕후답게 저 맥주잔을 구매하고 싶다는 열망이 치솟아올랐지만, 보관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의 제가 반드시 깨먹을 것을 알아서 간신히 참았습니다(사실 참을 줄 안다면 이미 맥주 덕후가 아닙니다. 반성에 또 반성......). 

화이트 에일을 다 마셨으니, 다음은 라거이겠지요? 술을 너무 즐겁게 마신 탓에 라거를 마시는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개인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매장을 방문할 때에는 라거는 마시지 않습니다. 왜냐? 수많은 맥주 덕후들이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일본의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나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등이 라거의 끝판왕을 찍었다고 봅니다. 여기서 "끝판왕"이라 함은 맛 자체 뿐만 아니라 구매 가격, 그 맛을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는 회사의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한 표현입니다. 그 외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독일과 체코 맥주들 대부분이 라거이며, 소규모 양조장에서 획득하기 힘든 노하우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수십 년 동안 공인된 명품들입니다. 제가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라거를 마신다면, 그것은 탭에서 곧장 뽑아낸 생맥주라서 병입날짜가 한참 지난 수입 맥주보다 신선도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저 샘플러에 속한 히타치노 라거 또한 히타치노 직영 매장에서 직접 탭으로 뽑아서 제공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히타치노는 믿어도 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다이다이 에일"(IPA)을 맛봅니다. 신선한 시트러스 향이 입앗에 퍼지지만, 역시 일본 맥주답게 목구멍을 확 긁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은은하게 스며듭니다. 과일 향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다시 부드러운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미국 맥주처럼 미친 놈 널 뛰는 듯한 분위기가 아니라, 아다치 미츠루의 <H2>처럼 여운이 남는 맛입니다. 


11시 50분 경 입장했는데 어느새 14시가 넘었습니다. 점심 시간 내내 남녀노소가 골고루 와서 점심 식사 대신 맥주 한 잔을 음미하고 자리를 떴습니다(여기는 식사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주로 샌드위치입니다). 이게 진정한 낮술의 매력입니다. 술은 본디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고급 커피처럼 음미해야 할 멋진 기호품이지요. 여기서 온종일 앉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때만 해도 가급적 많은 펍(pub)을 방문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이 강했으므로, 화장실에 가서 좀 비우고 나와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화장실에 있는 히타치노 구인광고입니다. 모델이 너무도 선하게 생기셔서 찍고 나왔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한낮입니다. 이제 시부야에 있는 숙소에 체크인하러 가야 할 때입니다. 캐리어를 끌고 술집을 전전할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인증샷 한 번 진하게 박고 갑니다. 저는 앞으로도 도쿄에 온다면 반드시 히타치노 브루잉 랩을 방문할 것입니다. 다만 다음 번에는 아키하바라 지점 등도 즐겨보고자 합니다. 적다 보니 무슨 맥주 근본주의자처럼 글 속에 냉소가 넘치는데, 그냥 독거노인의 넋두리라 보시고 편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맥주든 뭐든 먹거리 불변의 법칙은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최고!"입니다. 앞으로도 도쿄 여행기는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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