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5 나홀로 도쿄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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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락락동자(樂樂童子) 알이즈웰입니다! 새벽부터 <봇치더록!>과 QWER 성지순례를 돌다 보니 어느새 배가 고픕니다. 저는 아침 식사를 제외한 16:8 간헐적 단식을 지키는 편이라, 평소에는 아침밥을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왔으니, "모닝 말차 라떼"를 즐기기로 합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지라, 일찌감치 말차 라떼나 말차 프라푸치노를 제 취향으로 삼았습니다. 어느 카페를 가든 반드시 말차 계열 음료를 주문합니다. 제가 스벅남(스타벅스 남성)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6곳(시애틀, 상하이, 밀라노, 뉴욕, 도쿄, 시카고)밖에 없다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근처에 있는데 또 가보지 않을 수 없죠. 참고로 한국에 흔히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가 아니라,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입니다. 4층 높이의 거대한 로스팅 머신이 있어서, 이곳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합니다. 게다가 이 곳은 2층 전체를 티(tea) 전문 매장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저처럼 커피를 마시지 못하지만, 최상급의 말차 라떼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죠. 게다가 3층은 무려 위스키 바! 아니, 뭐라고! 스타벅스에 위스키 바가 있다고! 위스키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고! 이거 스타벅스 맞냐! 궁금증이 일어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카메구로 역으로 점프한 뒤에 초여름 날씨를 즐기며 스타벅스까지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벚꽃 시즌에는 매우 유명한 강변인데, 5월에 걸어도 멋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인적이 드문 오전에 이 곳 산책을 추천드립니다.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시원스레 들어오는 멋진 건물입니다.
힘이 딸리는 사람은 밀고 들어갈 수도 없는 육중한 현관을 자랑합니다. 물론 손으로 못 열면 몸뚱이로 밀면 됩니다. 중국인 아주머니들이 제 맞은편에서 그런 방식으로 탈출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면 제법 길게 줄을 서야 한다고 합니다. 번호표를 받아서 대기해야 한다고 하죠. 제 경우에는 이른 아침에 와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한 내부 모습에 크게 놀랐습니다. 베이커리에 진심인 일본인들을 위해 먹음직스러운 빵을 디스플레이했으며, 1층에서 직접 원두를 볶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1층 전체에는 진한 커피향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할 시 원두와 추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으니 잘 모르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무려 8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더군요.
저처럼 카쓰(카페인 쓰레기)가 아닌 커피 애호가라면, 정말로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옵션인 듯합니다. 게다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추출 방식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더군요. 커피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녹차 라떼가 목표인 저는 1층을 뒤로 하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으로 가는 계단 바로 옆에 다양한 빵을 파는 스타벅스 베이커리가 있었습니다. 딱 보아도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웠지만,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합니다.
각종 찻잔들로 빼곡히 장식된 벽면을 따라 올라가니, 2층에서 저를 맞이한 것은 놀랍게도 말차를 갈고 있는 맷돌이었습니다.
이제 저의 주문 방식에 따라 직접 맷돌로 말차를 갈아서 라떼를 만들어 서빙해 준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있는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우와, 이래서 일본이 장사를 잘 하는구나!"하고 경영학도다운 다소 천박한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감동받은 채로 말이지요. 즉석에서 맷돌에 말차를 갈아 라떼로 만들어 서빙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저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맷돌에 갈아 만든 말차 라떼(stone ground matcha tea latte)를 주문했습니다. 1,100엔이라 다소 가격이 있지만, 충분히 지불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눈 앞에서 칵테일 쉐이커와 유사한 통을 흔들어 직접 제조해서 주시더군요.
2층은 실내 좌석밖에 없어서, 3층으로 이동해서 야외 테이블에 착석했습니다. 우연하게 올라가 본 것일 뿐이지만, 알고 보니 대부분의 고객이 그런 방식으로 메구로 강을 내려다보며 모닝 커피를 즐기고 있더군요.
양편으로 번갈아가며 찍었는데, 막상 메구로 강을 바라보는 정면 샷이 없네요. 미야시타 파크의 스타벅스처럼 백그라운드 뮤직이 일체 없이 고요한 가운데, 조용한 공기의 움직임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나 봅니다. 여행 계획이 빡빡했지만, 어제처럼 다 내려놓았습니다. 특이하게도, 마음에 드는 스타벅스만 만나면 그냥 다 내려놓나 봅니다. 제가 지금 있는 나카메구로 역에서 한 정거장만 가면 에비스 역이 나옵니다. 에비스 역에는 <에비스 맥주 박물관>과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가 있습니다.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도 이번 여행에서 꼭 가 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지요. 기린 맥주의 전신으로, 무려 "일본 최초로 대중들에게 맥주를 판매한 회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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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 <나카메구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이번 맥주 투어에 대한 욕망이 확 꺾였습니다. 맥주 투어는 다음 번 여행에서 하고, 이번에는 그냥 이렇게 발이 닿는 대로 멍하니 앉아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싶었습니다. 물론 뛰어놀고 싶으면 또 그렇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아사히나 에비스, 산토리나 스프링밸리 직영점에서 탭맥주를 마시는 여행은 여기에서 접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커피 전문가도 녹차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래도 "녹차 라떼"는 남들 못지 않게 마셔 보았다고 자부합니다. 녹차 라떼는 녹차만 고급이라고 해서 맛있는 것이 아니지요. 녹차가 맛이 없으면 아예 논외지만 말이죠. 고품질의 우유와 녹차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싱겁지도 않은 균형, 마지막으로 휘핑 크림이 아닌 녹차 라떼 본연의 녹색 거품이 적절하게 일어야만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말차 라떼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저는 4월 15일 오전 이후로도 다른 스타벅스에서 말차 프라푸치노를 마셨습니다. 심지어 당일 저녁에도 마셨지요. 하지만 나카메구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의 말차 라떼는 정말 최고입니다. 일단 말차의 향이 정말 진해서 골이 띵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달콤함이 부드럽게 스며들면서 말차의 스트롱 베이스를 잡아줍니다. 거품 또한 지나치게 묽지 않고 적절한 농도로 일었습니다.
이 말차 라떼는 제게는 황송할 정도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예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 올림픽 공원 벤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몇 시간이고 햇빛을 받으면서 명상했듯이, 여기서도 종종 눈을 감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3시간 넘게 그렇게 있었습니다. "그럴 거면 뭣하러 여행을 가냐? 한국 스타벅스에서 똑같이 하고 있으면 되지!"라고 누가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이제 도쿄의 관광 명소는 볼 만큼 보았고, 제게 가장 필요한 테마가 "최고의 녹차 라떼를 마시면서 멍 때리기"였나 봅니다. 다음 여행 때에는 또 테마가 바뀔 수도 있겠지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 배꼽 시계는 틀리는 법이 없습니다. 이제 배가 고파오니 또 자리를 옮겨야 할 시간인가 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계단을 걸어내려옵니다. 다시 봐도 로스팅 머신이 멋집니다.
이렇게 해서 2024년 5월 15일 오전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에비스 역으로 넘어가서 <요시노야>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마무리하고, 다시 오모테산도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패션 투어를 할 차례입니다.
(To be continued)
https://www.starbucks.co.jp/reserve/roast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