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에서 본 일본 최초의 브루어리의 역사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 소개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Spring Valley Brewery)는 도쿄 다이칸야마 역에서 북동쪽으로 약 3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양조장 겸 펍이다.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란 원래 일본에서 거의 최초로 문을 연 외국인 양조장이였는데, 이를 물려 받은 기린맥주가 2012년에 사내 벤쳐로 새롭게 만든 크래프트 양조장이다. 일반적인 방문은 펍을 이용하는 것이고 식사와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투명한 창을 통해 맥주가 끓고 있는(발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양조장의 위치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는 다이칸야마 역과 에비스 역에서 걸어갈 수 있다. 다이칸야마에서는 걸어서 3분 정도로 더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신주쿠나 신바시에서 연결된 야마노테 선을 타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 야마노테선 에비스역에서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린다. 에비스 역 개찰구에서 나와 왼쪽으로 끝까지 가서 출입구로 나온 후 에비스 동네 길을 산책하듯이 걸으면 양조장에 도착한다. 에비스 지역의 번화가를 지나고 조용한 동네를 지나면서 일본의 보통 집들을 감상하고, 깨끗한 거리를 걷다 보면 지척인 거리다.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
일본 〒150-0034 Tōkyō-to, Shibuya-ku, Daikanyamachō, 13−1 ログロード代官山内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의 역사
1870년 노르웨이 출신의 미국인 윌리엄 코플랜드는 요코하마의 외국인 거류지에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를 개설한다. 대중에게 맥주를 판매하는 회사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양조장이었다. 주변에 있는 연못에서 흘러 나오는 샘물을 사용하고, 주변 언덕 210M를 파내어 맥주를 저장했다고 한다. 요코하마의 날씨는 여름에도 온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맥주 숙성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렇게 생산된 맥주는 요코하마 주변의 술집에 판매되기도 하고, 코플랜드가 직접 오픈한 '스프링 밸리 비어 가든'에서 외국인 거주자와 외국인 선원들을 상대로 판매하였다. 맥주의 평판은 점점 좋아져 도쿄와 나가사키까지 출하하게 되었다.
한편, 거의 비슷한 시기 거의 비슷한 지역에 일본 최초의 양조장이 있었다.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보다 앞선 1869년에 독일 출신의 양조자 비간트(E. Wiegand)가 설립한 '재팬 요코하마 브루어리(후에 바바리안 브루어어리가 된다)'이다. 두 양조장은 금세 경쟁을 시작했다. 맥주의 가격은 싸지고, 노동자의 인건비는 늘어났으며, 이익은 점점 줄어들었다. 코플랜드는 비간트를 찾아가 경쟁을 끝내고 두 양조장을 합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하여 1876년 두 양조장이 합해져 '코플랜드 앤 비간트 상회'가 생겨 난다. 코플랜드가 지배인으로 일하고 비간트가 맥주 제조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공장 경영의 주도권을 두고 대립하여 타협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이다. 결국 재판까지 가서 상회는 해산되고 공장을 경매하게 된다. 경매의 결과로 양조장을 코플랜드가 다시 낙찰하여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라는 이름으로 맥주 제조를 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외국인 거류자뿐만 아닌 일본인을 위한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양조장 인수시에 쌓인 빚으로 1884년에 파산에 이르게 된다.
1885년 미츠비시 재벌인 이와사키는 외국 자본을 끌어 들이고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를 인수해 '재팬 브루어리'를 설립한다. 양조장의 기술과 직원은 대부분 그대로 인수하고 독일의 최신식 설비를 도입하여 양조장을 재건하였다. 이때 생산된 맥주가 바로 '기린' 맥주였다. 1907년에는 미츠비시 재벌과 메이지상회가 합작하여 일본 국적의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 하는데 이 회사가 바로 '기린맥주 주식회사'이다.
일본에서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는 '일본 최초로 대중에게 맥주를 판매한 회사'로 기억된다. 또한 스프링 브루어리를 설립한 코플랜드는 '일본 맥주 산업의 시조'라 불린다. 기린 맥주로 이양된 이후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로부터 약 100여년 후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다시 살아난다.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는 기린 맥주의 세 명의 직원으로부터 시작한 사내 벤처였다. 고객의 소리를 들어 6종의 맥주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매장에서 맛 볼수 있는 샘플러 6종이다. 그리고 2015년 맥주를 직접 팔 수 있는 매장을 요코하마와 도쿄에 오픈하게 된다.
맥주 소개
펍에서는 6종의 샘플러를 판매한다. 샘플러는 하나에 약 100ml정도 들어 있는 듯하다. 샘플러에는 IPA, 라거, 밀맥주, 흑맥주, 발포주 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가 있으니. 샘플러를 먼저 마셔보고 원하는 맥주를 추가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피자나 햄버거 등을 1000엔에서 1300엔 정도에 판매하니 같이 먹을만 하다. 떠날 때는 병맥주로 판매하는 샘플러를 살 수 있다.
'농밀한 홉의 느낌과 쓴맛과 단맛, 신맛이 균형 잡힌 무게감이 있는 IPA 맥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496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과 철학에서 완벽한 수라 일컬어 진다. 또한 한달 매일 마신다고 해도 질리지 않는 맥주라고 하는 의미가 있다. 한달을 1부터 31까지 더하면 496이 된다. SVB에서 가장 추천하는 맥주이고 실제로 가장 맛이 좋았다.
'맥아의 맛과 단맛, 아로마 홉의 고급 향과 쓴맛이 복잡하게 조화된 라거 맥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코플랜드라는 이름은 일본 맥주 산업의 시조이며 스프링 밸리 양조장의 설립자인 윌리엄 코플랜드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라거 맥주는 보통 크래프트 양조장에서는 잘 만들지 않는 맥주이다.
'로스트 감이나 쓴맛을 줄이고 부드러운 단맛과 고급적인 쓴맛을 이끌어 낸 흑맥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예로 부터 일몰 후 밝은 불빛에 특별한 이름을 부여했는데, 애프터다크라는 이름은 현실과 다른 차원이 서로 섞이는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순간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고 한다.
'밀과 넬슨 소 빈 홉을 사용한 상면 발효 방식의 밀맥주로 부드럽고 프루티한 향기를 즐길 수 있는 맥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온 더 클라우드리는 이름은 맥주의 신선함과 경쾌함이 상쾌한 향기가 퍼지는 홉 밭에서 떠도는 구름같아 지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친숙한 유자와 산초 등 독특한 일본 소재를 사용한 일본 화이트 맥주 스타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맥주라긴 보단 발포주이다. 데이 드림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담하게 도입한 실험적인 맥주로 앞으로 점점 진화해 나갈 꿈이라 하여 지었다고 한다.
'라즈베리 과즙을 첨가하고 과일 홉과 은은한 딸기 향기가 조화를 이룬 상쾌하고 화려한 개성적인 맥주'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역시 발포주이다. 재즈베리라는 이름은 다양한 원료와 공정의 조합이 재즈 세션처럼 자유롭다하여 지었다고 한다.
에필로그
개인적으로 기린 맥주의 전신이 되는 양조장에 흥미가 있어 찾아 갔지만, 양조장의 느낌 보다는 펍의 느낌이 강했다. 번화가도 아닌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서 일부러 찾아 가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근처에 시부야가 있고, 에비스 역 근처에는 에비스 맥주 박물관도 있어서 함께 방문하는 일정이면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일본에서 최대라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도 있으니 하루 혹은 반나절 코스로 추천한다.
참고 자료
1. 스프링 밸리 브루어리 홈페이지, https://www.springvalleybrewery.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