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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의 첫 자작곡, <청춘서약> 공개!

QWER, 여름-바다-청춘 자작곡 발사!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월 28일(금)은 QWER 데뷔 500일이자, 그녀들의 소속사 PD인 빙빙(빙튜브)의 생일이었습니다. 아니, 어째서 소속사 PD 생일까지 알게 되었느냐? PD인 빙빙과 매니저인 검검, 율율이 새벽부터 합동 라이브 방송을 했기 때문입니다. 소속사 직원들은 인스타 방송에서 <소다>를 비롯한 QWER 노래를 맛깔나게 불러 주었죠. 그리고 합동 방송이 끝나자마자 마젠타가 개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바위게들의 현생을 박살내는 2월 마지막 금요일 새벽이었습니다. 하지만 QWER의 데뷔 500일인 2월 28일의 서프라이즈는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지난 2월 15일에 녹화된 [싱어미닛 Sing a Minute]이 방영되었습니다. QWER은 쵸단이 빠진상태에서 결선 축하 무대를 펼쳤는데요. QWER의 공연 이외에도 2025년 음악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멋진 자리였죠. [싱어미닛]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주최하고 틱톡이 후원하는 1분 가요제입니다. 60초 미만의 숏폼에 적합한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발굴해내는 시기적절한 실험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AI를 사용해서 누구든 작사-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자신이 악기를 연주할 필요도, 심지어 직접 부를 필요조차 없습니다. 물론 멜로디마저 AI가 뽑아주는 시대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챗GPT가 글을 써준다고 해서 제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듯, 인간은 직접 곡을 쓰고 작사하며 몸소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재미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싱어미닛]은 뛰어난 음악적 아이디어를 지닌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끼를 발휘할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신동엽이 MC를 보고 QWER이 축하 공연을 할 만큼 섭외에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홍보나 진행 방식이 매우 미숙했습니다. 카메라 무빙이나 음향에도 문제가 많았죠. 그런 점들은 향후 개선되리라 봅니다. 앞으로도 언더독 뮤지션들을 위한 다양한 무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한껏 응원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8G9mbfpHA

[4화-싱어미닛]

2월 28일 저녁 6시. 다음 주 개학을 앞둔 저는 그 동안 QWER 생일 카페 투어를 함께 해 준 스파이크와 함께 대학로 <자미더홍> 2층에 앉아 있었습니다. 홍콩 디저트 요리점인 차찬텡을 잘 구현한 멋진 카페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나 QWER에 몰입했던지, 신나는 대화 중에도 갑자기 촉이 왔습니다. 이거 뭔가 업로드되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QWER의 최초 자작곡인 <청춘서약>이 최종 믹싱을 거치지 않은 날 것의 상태로 업로드되었던 것입니다!

두 40대 아재는 서둘러 이어폰을 꺼내어 한 쪽씩 나눈 뒤, 카페에서 <청춘서약>을 함께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각한 식빵소녀(遅刻する食パン少女)', 다시 말해 "지각이다, 지각이야!"를 외치며 입에 식빵을 문 채 푸른 하늘과 바다가 펼쳐진 여름 에노시마 골목길을 뛰어다가 잘생긴 남학생 서태웅과 부딪혀 책을 떨어뜨리는 북산 고등학교 여학생 채소연의 밈(meme)이 곧바로 그려졌습니다(고멘, 강백호). 그런데 1절을 채 듣기도 전에, 스파이크의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저녁식사를 하러 들어오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다 듣지도 못한 채, 지하철역에서 헤어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Gvqj7bzCVY

<청춘서약>

저는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에서부터 귀가해서까지 <청춘서약>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별의 하모니> 및 <메아리>와 주제 의식을 같이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지만 아직은 어설픈 청춘이 힘을 합쳐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내용이지요. 실제로 그녀들은 프리즘필터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해냈고, 대학가요제 스타일 투박한 기악과 녹음이 오히려 몇 배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청춘서약>은 듣는 이를 대번에 풋풋한 청춘 시절로 돌려 보내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나오자마자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을 기록한 영상 아래 달린 댓글들의 감동 포인트 또한 이 점에 집중되는 듯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저만의 색다른 <청춘서약> 감상평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 곡이야말로 2025년 대한민국에 없는데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거든요. 저는 이 곡에서 20세기 이후 한국 메이저 신에서 보기 힘든 '여름-바다-청춘' 곡의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20세기에는 DJ DOC의 <여름 이야기>는 물론 쿨의 <해변의 여인>, 듀스의 <여름 안에서> 등 여름 바다를 직접적인 주제로 삼는 곡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21세기 초반까지 이어져, 유엔은 2001년에 <파도> 등의 히트곡을 내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 이후로는 '여름 바다'를 주제로 삼는 곡들이 메이저 신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 듣기 좋은 청량한 곡들은 꾸준히 나왔지만, 여름 바다를 직접적인 주제로 하는 곡은 드물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여름 노래는 20대 이상 남녀의 성숙한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학창 시절의 풋풋한 감정을 강조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여름 노래와는 또 달랐습니다(시스타의 대표적 여름 노래인 <Touch my body>와 <Shake it>을 재패니메이션 여름 청춘 노래와 비교해 봅시다).


제이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여름-바다-청춘을 소재로 한 곡들이 많다는 점이지요. 저는 이 점이 바로 일본 락과 영미 락을 크게 구분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청춘 키워드와 영미의 청춘 키워드는 확실히 다릅니다. (이미지만을 놓고 볼 때) 영미의 청춘이 좀 더 육체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죠. 미국 마이애미 해변의 청춘과 일본 영화 및 애니의 여름 바다 에피소드에 나오는 청춘은 이미지가 전혀 다릅니다. 구릿빛 육체에 성적 욕망을 내뿜는 미국의 바다 젊은이는 푸른 빛이 아닌 붉은 빛을 띱니다. 풋풋하게 푸른 색으로 빛나는 일본 해변의 청춘과 느낌이 다르죠(전형적인 이미지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물론 모든 노래가 청춘이나 여름 바다를 주제로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본 가수들이 유달리 도덕적이라는 뜻 또한 아닙니다. 실제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음악팬들이 여름-바다-청춘의 분위기를 몹시 사랑하지만, 2025년 세계 다른 음악 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QWER의 첫 번째 자작곡인 <청춘서약>이 여름-바다-청춘을 명시적으로 노래한 곡은 아닙니다. 우선 <청춘서약>은 '여름'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젠타가 그린 음원 자켓은 한여름 해변 분위기를 물씬 풍기죠. 가사의 전체적인 바이브 또한 여름입니다.

다음으로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내 손을 잡아줘. 소용돌이치는 시간을 건너서"라는 가사는 '바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QWER은 '출항'이라는 첫번째 테마와 '자기만의 이야기'라는 두번째 테마를 멋지게 묶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밴드'라는 배를 타고 첫 항해에 나선 4명의 선원들은 매사가 서툽니다. 때로는 속상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함께라면 이 힘든 항해를 끝까지 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듭니다. 4명의 '청춘'들은 이처럼 멋진 마음가짐으로 달려갑니다. "오늘도 빛이 비추는 저 너머로." 이로써 '빛'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떡밥마저도 성공적으로 회수합니다.

유우리(<여름소리 夏音>), 미세스 그린 애플(<푸름과 여름 青と夏>), 요루시카(미니 1집 <여름풀이 방해를 해 夏草が邪魔をする>), 아이묭(<마리골드 マリーゴールド>) 등 제이팝 밴드나 싱어송라이터에게 여름 노래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습니다. QWER의 레퍼토리 가운데 <청춘서약>은 여름 노래에 가장 가깝습니다. 저는 향후 일본에서도 활발히 활동할 QWER이 여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곡을 하나 장착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르다 못해 터져버렸습니다. 물론 향후 일본의 다양한 여름 락 페스티벌 무대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미세스 그린 애플의 <푸름과 여름 青と夏>(M/V 조회수 1.8억 회의 메가 히트송)과 같은 교과서적 여름 청춘 노래 하나쯤 추가하길 기대해 봅니다.


한편 <청춘서약>을 공개한 뒤, QWER은 무려 4연속 방송을 함으로써 팬들을 잠 못들게 했습니다. 위버스에서 4명이 모여 데뷔 500일 축하 및 자작곡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더니, 시요밍-히나-마젠타 순으로 개인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그녀들이 음악방송 3관왕을 하거나 팬 콘서트를 마쳤을 때에도 없었던 일입니다. 그만큼 첫번째 자작곡 도전이 QWER에게 큰 의미를 지녔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 도전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습니다.

QWER 바라기인 제가 성공적이라고 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청춘서약>의 음악적 완성도가 탑급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확실히 멜로디나 리듬, 그리고 가사 내용은 그녀들이 흠뻑 빠져 있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송 분위기를 냅니다. 그래서 그녀들의 음악 멘토들은 "너희들의 색깔이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어."라고 충고했지요.

하지만 이번 도전은 매우 바쁜 와중에 촉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애니 덕후들에게서 나온 노래가 애니 풍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욱 솔직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작가나 화가들도 초기 작풍이나 화풍은 자신이 가장 즐겨 접하는 선배의 그것을 따라갑니다. 가령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 그의 데뷔작인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제2의 고골리(선배 러시아 문학가)' 탄생을 알리며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하였습니다. 하지만 후속작들마저도 고골리 풍이어서, 개성이 없다는 혹독한 비평을 받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죠.

작사와 작곡의 기본 문법을 익숙히 하는 초기 단계인 QWER에게, 애니 풍의 자작곡이야말로 가장 티끌이 없는 참된 원석이 아닐까요? 게다가 온라인 상에서는 <청춘서약>이 애니 엔딩 송같은 분위기라며 칭송이 자자합니다. 어떤 애니 엔딩 장면에 <청춘서약>을 삽입해도 찰떡같이 어울리니 말입니다. QWER 데뷔 초반에 노래가 일본 애니 송 같다고 비판 받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입니다.


<자작곡 대작전> 프로젝트 영상을 쭉 보면, 처음부터 그녀들이 4인 4색의 개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청춘서약>을 듣자마자, '고양이 구름'은 시요밍이, 그리고 '서투름'은 마젠타가 쓴 가사임을 대번에 알아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그녀들의 라이브 방송에서 이런 점들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그녀들의 작사-작곡 실력이 쌓이면, 독창성 있는 곡들이 점차 나올 것입니다.

21세기는 소품(小品)의 시대입니다. 거대 담론을 논하기보다, 일상의 구체적인 사물들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노래하죠. 제이팝이 이런 장르에 강합니다. 그러면 QWER은? 예컨대 쵸단은 헤비메탈 풍으로 <아드벡이냐 발베니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락 발라드를 내놓을 수도 있죠. 마젠타는 <악덕 영애 유튜버, 환생한 삼국지 초선과 합방하다>라는 랩/락 계열 곡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 스타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쵸단과 함께 <비행기>를 부르는 것을 보니, 프리스타일 랩에도 소질이 있더군요. 랩이 꼭 진지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마젠타처럼 웃음을 주는 래퍼가 없다면, 마젠타가 '개그 랩' 선두주자이지요. 어떤 새로운 영역이든 개척 가능하니, 바위게들은 그녀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기쁨을 누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shorts/-1LQuNI0V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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