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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0 QWER 오사카 콘서트와 이시연

이시연의 일본 서사와 일본 팬들의 변함 없는 시연 사랑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5년 4월 6일 QWER 도쿄 콘서트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한 주, 그녀들은 4월 10일에 오사카에서 팬 콘서트를 가졌지요. 도쿄 콘서트와 오사카 콘서트, 모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둘 다 가면 물론 가장 좋죠. 하지만 두 공연 일정이 동시에 공개되었더라면, 많은 바위게들이 도쿄보다는 오사카 쪽을 선택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QWER의 메인 보컬 이시연이 오사카에서 NMB48의 멤버로 활동했었기 때문이죠. 시요밍과 관련된 거대한 서사 하나가 4월 10일에 일단락됩니다. 이 때문에 QWER 역사 전체로 보았을 때, 4월 10일 오사카 콘서트가 지니는 의미가 남다르죠.

평소에 QWER 사관(史官)을 자처했는지라, 무리를 해서라도 가볼까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현생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장난으로 '사관(史官)' 운운했다가, 지금은 엄청 후회하는 중입니다. 향후 제가 직접 보지 못하는 공연들이 전세계에서 펼쳐질 텐데, 그 공연장을 모두 따라 다니는 '찐' 바위게들 앞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도쿄에서 만난 바위게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했더니, "선생님께서 꾸준히 기록을 남기시는 것 자체가 매우 안정감을 줍니다."라고 답하시더군요. 아, 제가 쓰는 글이 이런 이유로 읽힌다면 앞으로도 제가 설 자리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하게 생각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제가 느낀 바를 적되, 가급적 QWER 관련 이벤트를 빼먹지 말고 기록하자! 뭔가 꾸준히 기록이 남는다는 것만으로도, 동료 바위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겠구나.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덕질 일기'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오사카 콘서트는 도쿄의 경우보다 늦은 시각인 저녁 7시에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장인 Yogibo Meta Valley의 규모는 작년 8월 이태원 다빈치모텔 공연장보다 협소해서, 오히려 QWER을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마젠타의 경우에는 앞열 바위게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했을 정도니까요. 다만 좁디 좁은 공연장 중간에 커다란 기둥이 있어, 일부 팬들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불편이 있었습니다. 공연 레퍼토리는 도쿄의 경우와 동일했고, 그래서인지 오사카 콘서트 자체에 대한 후기가 생각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K-바위게의 경우, 두 멤버의 감정 상태가 유독 신경이 쓰였습니다. 우선 QWER의 맏언니이자 베이시스트인 마젠타입니다. 그녀는 도쿄 콘서트가 있었던 당일 밤, 집안의 큰 변고를 통보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다음날 있었던 타워레코드 시부야점 팬사인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일시 귀국했습니다. 평소 여린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마젠타였기에, K-바위게들은 그녀를 많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젠타는 목요일 오사카 콘서트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이로 인해 바위게들은 코젠타와 더욱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QWER의 메인 보컬인 시요밍입니다. 그녀는 앞선 도쿄 콘서트 마지막 곡인 <별의 하모니>를 부르는 도중에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목이 메어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죠. 도쿄에서도 그렇게 감정이 북받쳤다면, 오사카에서는 대성통곡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물론 자기 가수가 울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팬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XL 사이즈의 시커먼 수컷 바위게들은 QWER이 울 경우,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사카 콘서트는 도쿄 콘서트 티켓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급작스레 결정되었고, 평일인 목요일 저녁에 있었습니다. 제가 도쿄에서 파악한 바로는, 정말 '찐 of 찐' K-바위게만이 그 곳에 갔습니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아쉽게도(?) 시요밍은 오사카 콘서트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이미 다 쏟아 버려 더 이상 쏟을 눈물이 없다나? 후훗, 이래서 저는 편한 마음으로 정신 승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시연의 일본 서사는 도쿄 콘서트에서 한 챕터를 마무리했고, 나는 거기 있었다니까!'


제 도쿄 콘서트 여행 목적이 '바위게 투어'였듯이, 금번 오사카 콘서트에 대한 제 관심사 또한 바위게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NMB48 시절부터 꾸준히 시요밍을 응원해 온 '올드 팬'의 소감이 듣고 싶었죠. 이제 어디에나 있는 바위게들 덕분에, 인상적인 소감 몇 개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QWER 멤버의 생일 카페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스파이크는 제가 이 사진들을 전송하자, "일본인들의 충성심과 순애보는 저로서는 범접할 수가 없네요. 존경스럽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QWER 역사의 일부인 일본 팬들의 소감을 갈무리해서 여기 아카이브에 보관하고자 합니다.

[사진 1]

사실 저는 오사카 콘서트 편을 따로 쓰지 않고, 4월 19일에 있을 QWER 해남 버스킹 편 인트로에 간단히 언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특공복을 입은 저 민머리 사내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오사카 콘서트 편을 당장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알이즈웰처럼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작은 체구의 저 사내, 그의 직업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폭주족 패션은 일본에서 오래된 패션 전통 가운데 하나이기에(쿠도 칸쿠로 감독의 <키사라즈 캐츠아이> 참고), 굳이 직업을 넘겨 짚을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저 분의 뒷모습에서 진정한 '오토코(사내)'의 포스를 느꼈습니다. 한 마리 용이 굽이치며 승천하는 가운데 '이!시!연!'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고, 그 위에는 QWER 네 글자를 수놓았습니다. 상남자 중의 상남자 포스인데도 또 '뽀짝' 하는 귀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내의 매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로 위에 "오카에리(おかえり, 잘 다녀 왔니)라는 히라가나 네 글자가 무심한 듯 쓰여 있었던 것입니다.

저 네 글자를 보자마자, 그만 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터졌습니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 짜는 '신파 드라마'가 아니라, 외모는 거칠지만 가슴은 따뜻한 상남자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은 가짜가 아니었구나. 정말로 저런 무심한 듯 따뜻한 감정이 있구나.' 저 거칠고 입이 무거운 사내는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시요밍을 응원해 왔습니다. 시요밍을 한국으로 떠나 보내면서도, 오직 잘 되기만을 바랬겠지요. 그리고 수많은 K-바위게들과 함께 시요밍은 오사카에 돌아왔습니다. '타다이마(ただいま,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제게 있어, 저 상남자의 뒷모습은 '올해의 포토제닉' 수상감입니다. 저 사진 한 장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요. K-바위게에게 이렇듯 뜻깊은 사진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2]
[사진 3: 이시연 조끼(왼쪽)]

이 두 번째 글의 경우에도 저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요밍은 NMB48에서 인기 멤버가 아니었습니다. 언어 장벽을 포함한 여러 난관들로 인해, 그녀는 항상 NMB 무대에서 맨 끝 가장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졸업할 때까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죠. 이 때문에 NMB 시절의 그녀를 응원했던 팬이야말로 '찐 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일본인 특유의 '기다림의 미덕'을 보여줍니다. 시요밍이 다시 일본에 돌아와 NMB48의 멤버로 활동할 가능성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연의 넘버 배틀 2 조끼'를 소중히 간직합니다. 언젠가 성공해서 돌아올 그녀를 기다리며.

뜻밖에도, 그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QWER은 2024 유튜브 코리아 뮤직 연간 1위인 <고민중독>을 필두로 거듭 대박을 터뜨리며 비중 있는 케이팝 아이돌 가운데 한 팀으로 자리잡습니다. 그런 가운데 도쿄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시연은 다시 오사카를 찾습니다. 그것도 좁디 좁은 공연장을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조그마한 Yogibo Meta Valley야말로 내가 힘껏 응원하는 아이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죠.

시요민국에 거주하던 여러 국민 가운데에서도,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요밍의 NMB 활동 기간 내내 그녀의 넘버를 단 조끼를 입고 있던 유일한 팬이 바로 저 글의 작성자였으니까요. 그가 QWER의 팬이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시요밍을 응원할, 속 깊은 '진짜 남자'입니다.


[사진 4]
[사진 5]

[사진 4]와 [사진 5] 역시 오랫 동안 시요밍을 지켜보았던 NMB48 팬의 소감입니다. 시요밍은 졸업 공연에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한 줌의 일본 팬들에게, 반드시 크게 되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죠. 그리고 일본 팬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 꿈을 이뤄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K-바위게들과 함께 말이죠. 유달리 이런 서사를 좋아하는 일본 팬의 입장에서,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지요.

[사진 5]의 경우, 필자는 시요밍이 메이드로 일하던 시절부터 그녀를 지켜본 찐팬입니다. 이시연은 NMB48 공식 데뷔 전인 2021년 초에 메이드 카페 체인인 <앳홈 오사카 점>에서 하루네(はるね)라는 이름으로 근무했습니다. 다시 말해 '하루네'의 팬이라면 NMB48보다도 더욱 오래된 팬이라는 점을 알 수 있죠. 시요밍의 데뷔 및 졸업 무대까지 보았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시요밍이 활동했던 거의 모든 무대를 함께 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일본인 특유의 감성인지, 그녀에게 바라는 바가 없습니다. 그냥 멀리서 묵묵히 지켜 보며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가 가는 곳 어디라도 함께 할 따름입니다. 그런 그에게, 오사카로 돌아온 시요밍의 무대를 보지 않겠다는 선택지 자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한국의 QWER 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후기에는 "QWER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등의 담담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은 보다 직설적이고, 감정 표현이 '날 것'이죠.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느낌, 그러면서도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꾸준함을 드러내는 이런 팬심을 재패니메이션이 아닌 현생에서 접할 수 있는 것도 저의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6]
[사진 7]

[사진 6]와 [사진 7]은 이시연이 NMB48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그녀의 팬 모임이었던 '시요민국'의 멤버 뒷풀이 사진인 듯합니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어마어마한 전완근을 자랑하는 남성에서부터 회색 치마를 입은 여성까지 다양한 분들이 모였습니다. 두 사진의 멤버가 동일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몇 년을 기다려 온 뜻 깊은 자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그리고 NMB48 극장 앞에서 사진을 찍음으로써, 이 기념비적인 날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셨네요. 비록 이 분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적어도 '낭만' 그 자체라는 점만큼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늘 제가 올린 사진 7장의 주인공들만 모아서 인터뷰를 해도, 다큐멘터리 하나는 뚝딱 나오겠네요. 이 분들은 QWER의 결성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QWER 메인 보컬인 이시연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를 담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QWER 유니버스' 전체에 불가결한 집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4월 10일 오사카 콘서트를 마치고 쉴 틈도 없이, QWER은 닷새 뒤인 4월 15일부터 '어디로든 버스킹' 일정에 들어갑니다. 그 가운데 5월 2일 오사카 버스킹이 유달리 눈에 띄는군요. 아마 일본의 시요민국 국민들도 다수 참석하시겠지요. 이번에는 시요밍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며, 벅찬 행복을 안고 뒷풀이에 임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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