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도쿄 콘서트 및 성지순례 후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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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Alliswell)입니다. 오늘은 QWER 도쿄 콘서트가 열린 다음날인 4월 7일입니다. 새벽 5시 반까지 술을 마신 터라, 숙소로 복귀했을 때는 이미 6시가 넘었습니다. 멀리서 신주쿠 역에 들어서는 새벽 지하철이 철로를 긁는 굉음이 들려왔죠. 13시 08분에 신주쿠 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되어 있으므로 이대로 그냥 자다가 체크아웃해도 되지만, 오전에는 큐떱 시모키타자와 성지순례를 떠나기로 합니다.
저는 작년에 이미 시모키타자와 성지순례를 다녀왔었습니다. 브런치매거진에도 글을 남겼죠. 그러나 좋은 건 또 봐야죠. 볼수록 새롭거든요. 한편 오늘도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가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찍어서, 과거 제 브런치의 사진들을 일부 재활용하고자 합니다. 역시 뭐라도 많이 찍어 놓으니, 나중에 쓸 데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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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키타자와는 그다지 큰 동네가 아니기 때문에, 주요 거점을 다 돌아보는 데에도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ZEPP 신주쿠에서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잠겨 버린 아재가 처음으로 지나간 장소는 갈색 별 모양으로 유명한 에스트렐라 헤어 살롱 간판입니다. 저는 지난 번에 왔을 때, '에스트렐라'가 미용실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펍(pub)인줄로만 알았죠. 이래서 한 번만 와서는 안 되는가 봅니다. 사실 시모키타자와는 과거에는 연극인의 거리로, 그리고 지금은 빈티지 패션의 성지로 자리잡았기에, QWER 성지순례가 아니고서라도 방문해 볼 만한 곳입니다.
저는 이번에도 QWER 멤버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그대로 재현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애초 목표를 까먹어버렸습니다. 이래서야 성지순례의 재미가 반감되는데 말이죠. 처음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해서 갔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다음은 일본 전역에 지점을 둔 <빌리지 뱅가드> 잡화 전문 매장입니다. 많은 한국인에게, 시모키타자와는 <봇치 더 록!> 성지로 유명하죠. 올해 초 <봇치 더 록!> 2기 확정 발표가 났을 때, 많은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빌리지 뱅가드> 광고면에도 그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포스터들이 다수 보이죠. <슬램덩크>가 가마쿠라고코마에 기찻길을 그리고 <봇치 더 록!>이 시모키타자와 거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을 보면, 소프트 파워로서의 문화가 지닌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봇치 더 록!>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가운데 하나인 자판기 골목입니다. QWER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사진을 여러 장 찍었었죠. 이번에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셨습니다. '오후의 홍차' 캔을 주문했는데요. 역시 달콤한 밀크티가 주는 행복함은 못 참죠. 그런데 애니메니션을 보았을 때, 이 자판기 골목은 한밤에 와야 운치가 제대로 나겠더군요. 다음 번에 도쿄를 찾는다면, 그 때는 저녁에 와서 시모키타자와 QWER 성지순례를 한 뒤 이자카야에서 목을 축이고자 합니다.
다음은 <봇치 더 록!>의 결속밴드가 활동했던 지하 라이브 클럽인 <셸터>입니다. QWER 자체 컨텐츠를 보면, 그녀들은 쉘터에 입장해서 미션 달성 여부를 체크하는 사진 고르기를 합니다. QWER 팬덤 내에서는 이제 빙빙보다 '빙은우'로 불리는 담당PD와 함께 말이죠.
이번에는 방문할 때마다 에피소드가 하나씩 생기는 놀이터입니다. 작년에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늙수그레한 동네 주민 분께 부탁해서 저 기구를 타는 사진을 찍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저 놀이터를 갔더니, 2명의 엄마와 여러 명의 미취학 아동들이 모여서 저 기구를 타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놀이터에 핀 벚꽃을 바라보며 대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낯선 외국인이 계속 대기하며 앉아서 그 쪽을 쳐다보니, 엄마들이 다소 긴장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게다가 민머리 아재가 그곳에서 대기하는 까닭이, 오직 저 놀이기구 한 번 타보는 것이라면 그분들이 납득하시겠습니까? 이래서 덕질은 어느 정도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게다가 엄마가 "이제 그만 놀고 가자~!"라는 투로 아이들을 달래서 대다수가 모래를 털고 일어섰지만, 꼭 말 안 듣고 기구를 거꾸로 타거나 그 위에 올라서면서 버티는 장난꾸러기들이 있습니다. "고노 야로! 한국에서 온 아재가 그 기구를 타고 사진 찍은 다음에 빨리 나리타 익스프레스 타러 가야 하는데! 엄마 말 좀 들어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본어가 능통하지 않아서 꾹 참았습니다. 결국 사진 찍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만, 건질 게 없네요.
드디어 마지막 '아티스트 샷'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봇치!를 사랑하는 일본인이 여럿 와서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작년에 철거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 있을지 심히 의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예전과 다름 없이 서 있었습니다. 사실 좁아 터진 골목에 비좁게 자리 잡은 허름한 건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봇치 더 록!>의 팬, 그리고 QWER의 팬덤인 바위게에게는 저 건물이 유달리 의미가 있죠. 철거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있을 때 한 컷이라도 더 사진을 남기는 편이 옳습니다. 향후 저 곳을 방문하는 바위게께서는 QWER 관련 그래피티 하나 남겨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귀국하고 나서야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못내 아쉽습니다.
제가 시모키타자와 성지순례를 마치고 신주쿠 역에 떨어진 때가 정오 경이었습니다. 13:08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기까지, 약 1시간 가량 남았죠. 마지막까지 신주쿠를 느껴보고 싶어서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유니클로 신주쿠 본점'앞에 우뚝 섰습니다. "아, 맞다! 유니클로 신주쿠 본점에는 '유니클로 커피'가 있지! 그렇지 않아도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목 좀 축이고 갈까나?"
'유니클로 신주쿠 본점'은 2024년 10월 25일에 오픈했습니다. 다시 말해, 오픈한 지 아직 6개월도 되지 않았죠. 유니클로는 이 글로벌 플래그샵을 통해, 무인양품처럼 라이프스타일을 토털 패키지로 제공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한답니다. 여기는 유니클로 꽃집, 유니클로 카페, 티셔츠와 수트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코너 등 별의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1층에서 3층까지 대충 둘러보니 볼 것이 참 많은데,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유니클로 카페만 둘러보기로 합니다.
신주쿠 물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가격은 상당히 착한 편입니다. 저는 카페인에 취약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기에, 평소 하던 대로 말차 쪽으로 갑니다. "우지 말차 밀크'의 가격은 300엔이네요.
커피는 제가 마셔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지 말차 밀크는 달콤하고 쌉쌀한 맛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어, 상당히 마실 만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유니클로가 자기 이름을 걸고 오픈한 카페인데, 맛이 허접해서는 안 되겠지요. 상업적이라기보다는 홍보의 목적으로 연 카페일 테니까요. 저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넓디 넓은 유니클로 매장 한 쪽에 저와 같이 앉아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돗대기 시장과도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피해 아늑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더군요. 저는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QWER과 관련된 추억을 가슴에 안고 떠나야 할 때입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경우, 이용하는 날짜나 시간을 정하지 않고 '미지정석'으로 티켓을 발권할 수 있습니다. 몇 시 열차를 이용할 지 확실하지 않은 때 유용한 방법이죠. 저 또한 미지정석 티켓으로 13:08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좌석 배정을 하지 않으면 서서 갈 위험도 있다지만, 평상시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텅텅 비어 가기 때문에 그럴 위험이 없습니다. 다만 4월 7일은 무슨 일인지, 거의 3/4 이상 좌석이 찬 상태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금액을 다 지불하고서도 2번이나 자리를 옮겨야 했지요. 그래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나리타 제2터미널에 내려서 3터미널로 걸어가는 중, 제 오른편으로 다음과 같은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서 바위게들은 어떤 장면을 회상할까요? 제 경우에는 QWER의 발연기가 돋보이는 <청춘록>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dbh0w-KnaE
갑자기 뜬금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QWER과 함께 했던 지난 1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QWER의 메인 보컬 이시연의 도쿄와 오사카 금의환향을 끝으로, 그녀들은 장대한 QWER 역사의 한 챕터를 완성했습니다. 모든 바위게가 바라던 일이었고, 예상보다 빨리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바위게들은 QWER 덕질을 통해, 예전에는 생각조차 못 했던 여러 활동을 경험하며 삶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응원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해외 여행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QWER 덕분에 제 삶은 보다 다채로워졌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쿄에서 만난 바위게들은 QWER에 대한 애정과 그녀들에게 쏟는 열정의 레벨이 저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런 대단한 분들이 저를 격려해 주시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니, 정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더 세상을 행복하게 해 주고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이 떠난 뒤에 더욱 행복하게 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QWER이 있기 전보다 있고 난 뒤, 세상은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지요. 비록 평범한 글재주이지만 그래도 제 글을 읽고서 좋았다는 바위게들이 있으시니, 저 또한 바위게와 독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계속 글을 써나가고자 합니다.
4월 7일 밤 11시 경에 귀가한 뒤 곧장 곯아떨어졌는데, 4월 8일 새벽에 김계란 님께서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하셨더군요. 그리고 콘서트장에서 줄을 서 있는 저를 보았다고 언급해 주셨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 큰 기쁨입니다.
지난 3월 28일에 3Y 코프레이션 소속 버추얼 가수인 '헤비'가 <늘>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죠. 4월 12일 오전 현재 296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팬층이 탄탄한 헤비이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서도 매우 성공적인 데뷔입니다. 그런데 헤비의 총괄 프로듀서가 '김계란'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저는 3Y가 '서브 컬처계의 하이브'를 목표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괄 프로듀서인 김계란 님 또한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겠지요. 물론 '대혐오의 시대', 프로불편러들이 판 치는 세상에서 이런 포부를 소리 높여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향적이고 겸손한 김계란 님의 성격상, 극구 부인할 수밖에 없는 포부이고요. 3Y는 작년에 QWER 이외에도 고말숙 님이 주도가 되는 지하 아이돌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버추얼 아티스트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죠. 이 모든 시도들은 '서브 컬처계의 하이브'로 가는 과정이지요.
물론 '서브 컬처'를 표방하는 회사인지라, 규모가 현재의 케이팝 대형기획사 수준으로 커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하지만 사실 돈 문제는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제게 있어 3Y는 가장 재미있는 연예기획사이거든요. QWER 못지 않게, 3Y가 얼마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지도 꾸준히 팔로우업하고 싶은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무쪼록 QWER과 바위게, 그리고 3Y코프레이션이 모두 속한 'QWER 유니버스'가 2025년 한 해에도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손꼽아 기원합니다!
[알이즈웰의 온라인 활동 여부]
많은 분들이 도쿄 콘서트 때 질문해 주셔서 여기에 답변 드립니다. 저는 자료 수집을 위해 다수의 QWER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방문해서 글을 읽습니다. 굿즈를 구입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공식 팬카페 포함)에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신주쿠에서 만난 바위게들께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글을 쓰며 활동하게 된다면 그 곳의 바위게들이 오히려 불편해 하실 것입니다.
게다가 저는 가급적 많은 바위게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고 싶지만, 동시에 '친목'을 도모한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임드'가 되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오프라인에서만 자유롭게 활동하며, 다양한 바위게들과 부담 없이 어울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해남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