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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06 QWER 도쿄 콘서트를 기다리며

QWER 도쿄 콘서트 및 성지순례 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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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All is well)입입니다.

키타노마루 공원에서 벚꽃 구경을 마친 저는 신주쿠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 잠깐 짐 정리를 한 뒤, 걸어서 콘서트홀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현재까지 QWER은 ZEPP 공연장 위주로 해외 단독 콘서트를 진행 중입니다. 'ZEPP 도쿄'와 'ZEPP 뉴 타이페이' 공연이 그러합니다(오사카의 경우에는 Yogibo Meta Valley입니다).

ZEPP은 '소니 뮤직 재팬'의 자회사인 Zepp Hall Networks가 운영하는 라이브하우스 체인입니다. ZEPP 콘서트홀은 일본 각지뿐만 아니라, 싱가폴과 대만, 그리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공연 또한 예상할 수 있겠지요. 또한 일본 내에도 삿포로, 나고야, 오사카, 요코하마 등에 ZEPP 공연장이 있으니만큼, 일본 전국 투어도 가능합니다. QWER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바빠질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편 'ZEPP 신주쿠'는 2023년에 완공된 가부키초 타워 지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라, 따뜻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때가 오후 2시 40분 경이었습니다.

가부키초 타워 바깥에는 일본 아이돌들이 야외 무대에서 공연 중이었고,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그 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QWER 공연을 위해 대기하는 바위게들은 다른 쪽에서 서성거리며 대기 중이었습니다. 낯이 익은 바위게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벌써부터 제게 와서 인사해주시는 바위게들이 꽤 계셨습니다. 해외에서 보니 더욱 반갑고, 그래서인지 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유부남 바위게 콘서트 도전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많은 유부남 바위게들에게,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국룰입니다. QWER 덕질을 하기 위해서는 와이프와 아이에게 몇 배로 잘해야만 하죠. 게다가 덕질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와이프를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예컨대 (스탠딩 공연에서 버티기 위해) 술을 줄이고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은 와이프에게 기특하게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갖 노력을 해도 '사전 허락'은 쉽지 않습니다. "나하고 데이트 할 때는 살을 안 빼더니, 걸밴드 덕질하려고 살을 빼? 이게 미쳤나? 가기는 어딜 가!" 이 때문에 일단 질러 놓고 '사후 용서'를 비는 편이 빠르죠. 유부남 바위게들이 QWER만큼이나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NweTpIe-U

[유부남이 QWER 덕질하는 방법]

한편 저는 한 바위게와 이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제 책을 구입하신 바위게께서 사인을 부탁하셨는데, 당연히 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함께 활동을 하는 '친구 바위게'와 같이 오셨는데, 두 분 모두 체격이 든든하고 성량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일당백이 가능한 역전의 용사임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바닥에 주저 앉아 책에 사인을 해드렸는데, 알고 보니 큰 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곧장 가부키초 타워 내에 소재한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죠. 평평한 책상에서 썼다면 글씨가 좀 더 나았을 텐데, 시요밍 못지 않은 악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익히 예상할 수 있듯이, 가부키초 타워 내의 스타벅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두 바위게 분은 짐이 많았기에, 우리는 조그마한 테이블 하나를 두고 끼어 앉았습니다. 그런데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왁자지껄 떠드는 바위게들을 유심히 보던 일본 소녀 한 명이, 자기가 앉아 있던 테이블을 양보했습니다. 3명이 앉기에 넉넉한 자리였죠.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그 소녀에게 선물 및 QWER 홍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기 보다는 제가 그렇게 하자고 부추겼습니다.

예전에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옥상 스타벅스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제가 답례로 스타벅스 말차 쿠키를 선물하자 그 여성 분께서 정말 고마워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답례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 바위게'께서 핑크(쟈나이, 마젠타다!)빛 마카롱까지 사오셔서, 우리는 포토카드를 곁들여 그 분께 드렸습니다. 기뻐하는 모습에 저으기 안도가 되었습니다. 해외 어디를 나가도 넉넉하고 친절한 바위게의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스타벅스는 바위게의 농도가 꽤나 높았습니다. 평소에 실시간 직캠을 올리는 바위게를 비롯해서, 평소 활동이 활발한 바위게가 여럿 보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 분들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사인 바위게'께서 잘 알려주셨습니다.

아울러 긴 머리를 멋지게 휘날리는 락커 스타일의 바위게가 우리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지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는 에노시마에서 1박을 한 뒤, 신주쿠 콘서트홀로 넘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포스가 워낙 범상치 않아 대단히 활동이 활발한 바위게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대화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수컷 바위게 평균 사이즈는 XL이다'라고 많이 쓰는데요. 키가 커서 사이즈가 XL일 수는 있겠으나, 대부분이 훈남이었습니다. 눈에 띄게 잘 생긴 미남들도 많더군요. 무엇보다 눈빛이 긍정적으로 반짝이고 있어서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3시 반 경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QWER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티셔츠를 분배하기 시작했는데, 사인 바위게 2인조는 티셔츠를 수령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저 또한 3시 40분에 다른 바위게들과 약속이 있었습니다. 가부키초 타워를 빠져 나오니, 햇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QWER 팬튜브를 운영 중인 전바시(전지적 바위게 시점) 님을 비롯한 여러 바위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금융권에서 일하는 바위게 3명을 만나 근처 위스키 바로 이동했습니다. 콘서트 전에 술을 마실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빈 속에 야마자키 위스키를 한 잔 쏟아 부으니, 금세 온 몸에 열이 올랐습니다. '콘서트 전에 취하면 안 되는데...오늘 저녁에도 모임이 많을 텐데...'라는 생각에, 한 잔으로 그쳤습니다. QWER을 사랑하는 바위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참으로 '온 세상이 QWER'입니다.

'금융 바위게'들과 헤어진 뒤 저는 다시 가부키초 타워로 이동했는데, 전바시 님의 카메라에 걸려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술에 취해서 그랬는지, <고민중독> 한 소절을 불러 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이제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뭘 해도 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외에 히나 생일 카페 투어 때 만났던 두 분의 바위게와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분도 못 말리는 훈남들입니다. 한 분은 형제가 QWER 팬이고, 다른 한 분은 기타를 맹렬히 연습 중이시죠. 총 3분이 한 팀으로 오셨는데, 오사카 콘서트까지 가실 예정이라 했습니다. 1월 당시 이 바위게 분들과 홍대 카페에서 너무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꼭 오시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오사카 콘서트까지 해치울 계획이라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입장을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시간이라, 우리는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한 채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바위게 분들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놀랍게도 '사인 바위게'와 '친구 바위게', 그리고 저는 지정번호가 연속 순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바로 옆에서 함께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또한 하늘이 내린 운명인 걸까요? 하지만 다른 바위게들과 이야기하느라 그 분들과 헤어져서,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1,000명이 넘는 바위게들을 몇 백 단위로 끊어서 줄 세웠는데, 한국보다 체계적이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생긴 바위게 한 분이 친절하게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오사카에서 근무하다 이제는 도쿄에서 일하는 일본 거주 바위게였습니다. 편의상 '일본 바위게'라고 부르겠습니다. 외국인 신분으로 오사카에서 일하면서, 그는 필연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시요밍의 오사카 스토리를 들었을 때, 자기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당연히 그는 시요밍의 팬이 되었는데, 일본에 거주하는지라 한국 오프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차에 도쿄 콘서트가 결정되었으니, 일본 바위게의 기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는 료(RYO)라는 이름의 일본인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료는 쵸단이 오시(推し, 최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 손을 흔드니, 줄을 서 있던 다른 일본 바위게들이 호응하더군요. 그들은 콘서트가 끝난 뒤 뒷풀이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귀한 일본 바위게들과 잠시나마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외에 제 앞쪽에 'K-pop watchmen'이 서 있었습니다. 일본인인 그는 K-POP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k-pop watchmen>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데요. QWER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고민중독>, <가짜 아이돌>, <내 이름 맑음> 등을 분석하는 영상을 여럿 올렸습니다. 검은 뿔테 안경이 인상적인 그를 현장에서 실제로 보니 매우 반가웠고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중구난방인 운영으로 미루어 볼 때, 제가 자리를 뜨는 순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꾹 참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확성기를 통해 한 명씩 번호를 호명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갑갑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친절하기도 해서 딱히 반감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막상 입장 시간이 되자마자 그냥 우왕좌왕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칼같이 순서대로 입장시키기란 불가능했으니까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줄을 서 있을 때 포토카드를 나누었어야 했는데, 완전히 까먹고 있었습니다. 귀국한 뒤에도 이 점이 못내 아쉽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vqiB8FjtOOw

[K-pop watchmen이 QWER을 소개하는 영상]

'ZEPP 신주쿠' 지하로 내려가는 어두컴컴한 통로는 지난 2024년 8월 '이태원 다빈치 모텔' 콘서트장과 유사했습니다. 말하자면 생각보다 꽤나 길었고, 그만큼 긴장이 고조되었다는 의미지요. 600엔 음료 코인을 구입했는데 결국 음료를 마시지는 않았고, 대신 기념으로 그 코인을 한국에 가져왔습니다. 아울러 한국 바위게분들이 나눠 주시는 고품격 슬로건을 받고서 텐션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꾸불꾸불 돌고 돌아, 드디어 우리 3명 바위게는 콘서트홀에 입장했습니다.


'ZEPP 신주쿠'는 천장이 높아, 실내 공기가 정말 쾌적했습니다. 공연장은 무대가 좁은 대신 관객석이 세로로 길게 뻗어 있었습니다. 무대가 좁을 경우, 4명의 멤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대형 댄스팀을 동반한 퍼포먼스는 불가능하죠(댄스팀이 불필요한 밴드 전용 콘서트홀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지정번호가 뒷쪽일 경우, 무대에서 너무 멀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600번 대였기 때문에 중간 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편 일본 공연 문화 특성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앞뒤 줄 간격이 꽤나 넓어서 사람들과 몸이 닿는 경우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YES24홀 콘서트 때 닭장 체험을 했던 바위게들로서는 꽤나 편안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욱 미친 사람처럼 뛰고 놀 수 있었습니다.

제 오른쪽으로는 '사인 바위게' 2인조가 자리했고, 왼쪽에는 온라인에서 부지런히 활동하시는 '선글라스 바위게'가 함께 하셨습니다. 대기열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쵸단과 취향을 함께 하는 분이셨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하신, 참으로 쾌남이셨습니다.


공연 시작이 다가오자, 수줍은 미소를 보이시던 '사인 바위게' 2인조의 눈빛이 갑자기 진지하게 바뀌었습니다. 커다란 더플백에서 나온 응원 도구들이 하나 둘 착용되는 폼이 마치 아이언맨과도 같았습니다. 굿즈 하나 제대로 챙기지 않은 제게, 이것 저것 도구들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미치도록 놀되, 무엇 하나도 어설퍼서는 안 된다! 저 또한 그들 못지 않게 중무장하고, 헐크 버스터가 되어 으르렁거렸습니다(사실은 판초를 입고 길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멕시코 집시 같네요).

'친구 바위게'께서는 "선생님, 좀 시끄러울 수도 있습니다."라고 제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저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말 한 마디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주언사인 '이누마키 토게'(<주술회전> 등장인물)와도 같았습니다. 강철성대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비브라늄 성대를 지니셨더군요. 완전히 주변을 압도했습니다.

콘서트 시작 전부터 QWER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K-바위게들에게는 이미 그 때부터 공연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우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멤버를 호명하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후기들을 읽어보니,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네요. 지금까지 오프 활동을 통틀어, 이번 도쿄 콘서트 때 가장 크게 목이 쉬어라 외쳤네요. 양 옆의 관우-장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제 뒤에 서 계셨던 키다리 K-바위게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하튼 대체로 K-바위게는 이날 미쳐 돌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공연 오프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팬 콘서트 경험이 있는 우리 4인조에게는 느낌이 왔죠. 이에 우리는 라이트밴드에 4인 4색의 불을 밝히고, 하나가 되어 뭉쳤습니다. 오늘만큼은 미친 듯이 한 번 놀아봅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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