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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06 대망의 QWER 도쿄 콘서트 성료!!

QWER 도쿄 콘서트 및 성지순례 후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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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연장이 완전히 소등되고, 우리는 "무대 위 춤을 추는 d선상의 글자들"을 바라보며 환호했습니다. 다만 공연장의 특성상, 형형색색의 레이저 광선이 어지러이 흩어지지는 않았죠. 저는 지난 1월 25일 당시 그런 특수효과가 좋았는데 말이죠.

이윽고 무대 전체가 환해지며, QWER 4명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벚꽃 빛깔의 무대복이 아닌, 연두빛 나풀나풀한 의상을 입고 나왔습니다. 지난 1월 팬 콘서트와는 사뭇 다르게 예쁜 모습에 바위게들은 사랑한다고 아우성을 질렀습니다. 코와이...코아희...

대충 이런 '경칩 개구리' 폼인데, 미하라 야스히로와 협업했던 '루디' 님과 공연 후 포토타임을 가졌네요. 무대 의상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일본 맞춤형인데, 어떤 디자이너의 손을 거쳤을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미하라 야스히로의 이름이 박힌 저 포토에는 "우리 브랜드를 첫 일본 콘서트 무대 의상으로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보이죠. 그렇다면 경칩 개구리 커스텀의 제작자는 바로 미하라 야스히로겠네요.

'GD가 즐겨 신던 스니커즈'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미하라 야스히로는 QWER에게 선물받은 앨범을 인증하기도 했죠. 향후 QWER이 미하라 야스히로의 '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니, 그녀들의 신발도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스타일이네요.

[QWER 앨범 인증한 미하라 야스히로]

이번 도쿄 신주쿠 콘서트는 레퍼토리가 지난 1월의 콘서트와 거의 동일했고 세세한 차이만 있었습니다. 첫째, <디스코드>를 일본어로 바꿔 불렀죠. 둘째, 쵸단-마젠타의 <달리기> 및 히나-시요밍의 댄스 브레이크는 댄스팀을 동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복 의상을 입고 진행되었습니다. 셋째, 일본에서 유행하는 밈 따라하기 챌린지가 추가되었고요. 넷째, 바위게들을 향한 감사 편지 내용이 새로이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1월 25일 첫번째 팬 콘서트를 5회 분으로 나누어 브런치매거진에 자세히 연재했기에, 이번에는 일본 콘서트에 대한 소감만을 간단히 기술하고자 합니다. 공연 순서와 관계 없이, 곡이나 코너 별로 느낀 점을 적겠습니다.


우선 지난 3월 30일 [케이스타일 파티 2025]에서 첫 선을 보였던 <디스코드 Japanese ver.>로 출발한 오프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일본 팬들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죠. 게다가 바위게들이 주요 응원 파트를 외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편 K-바위게들의 우렁찬 "We are! We are!" 소리에 주변 일본 바위게들은 놀라서 입을 딱 벌렸습니다. 물론 콘서트까지 보러 올 정도면, 이미 QWER 공연장 분위기를 잘 알고 있을 터입니다. 지난 1월 팬 콘서트 풀 영상이 유튜브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바위게들의 사자후를 곁에서 직접 듣는 것은 또 다른 일이죠. 주성치 영화 <쿵푸허슬>에서 사자후를 토해내는 주인공인 '소용녀' 옆에 서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랄까요.

[<쿵푸허슬>에서 사자후를 토해내는 소용녀]

<지구정복>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바위게들에게 이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김계란 님은 4월 8일 새벽에 있었던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서 'QWER이 이제는 연예인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달성해야 지구를 정복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QWER이 2025년 한 해 동안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리라는 점만큼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매우 흥미롭게도, 이번 도쿄 콘서트 다음날 있었던 타워 레코드 팬사인회에서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대만 및 홍콩 바위게들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그 속에 본토 중국(mainland China, 제가 싫어하는 표현) 바위게도 포함되었겠죠. 향후 한한령이 풀릴 경우, QWER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유선언>까지 마치고 멘트 타임이 돌아왔을 때,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멤버 별로 구역을 나누어 함성 소리를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요밍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버벅거리며, '말바보'를 또 한 번 인증했습니다. "2층...二階(にかい, 니카이)...어버버버...."

중요한 것은 이 어수룩함이 바로 시요밍의 갭모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죠. 매일 바위게들에게 장문의 인사말을 쓰면서도 무대 위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시요밍. 그래서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운 건 아닐까요? 아, 그녀는 자기 소개 때 "민민민 민나노~ 시요밍!"을 드디어 들려주었습니다. 라이브로 들으니 그 달콤함에 고막이 녹는 것 같았습니다.


<소다> 퍼포먼스에서는 경국지색 고양이 히나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연주 도중에 '얼룩이' 기타줄이 끊겼을 때, 침착하게 '까망이'로 바꿔 들고 여유롭게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그녀가 스쿨존 창법으로 "소다, 소다, 소다~"를 외쳤을 때, 시요밍은 곁에서 계속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심지어 연주 중인 기타리스트의 팔을 쓰다듬기도 했죠. '더 농구' 러셀 웨스트브룩의 폭주를 보는 듯했습니다. 아무튼 이날 공연에서 히나의 귀여움은 평소의 몇 배였으며, 치명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저 키에 저 외모에 저 목소리라니...생태교란종을 넘어 생태파괴종임이 분명합니다.

<소다>와 결이 잘 맞는 <수수께끼 다이어리> 무대가 이어졌는데, 거의 대부분의 가사를 바위게들이 따라 불렀습니다. 그만큼 애정이 넘치는 곡이죠. 시요밍의 목소리만도 귀여운데, "요~네?" 파트는 히나의 스쿨존 목소리가 곁들여집니다. 제이팝 스타일의 곡이라, 도쿄 콘서트에서 들으니 더욱 맛깔나더군요.


<청춘록> 스타일의 VCR이 플레이되었을 때, 일부 K-바위게는 <하프타임>이나 <애니마 파워>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농담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음 곡이 무엇일지 이미 훤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든다."라는 말은 진리죠. 제가 사랑하고 김계란 님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다는 <메아리> 쇼타임!입니다. 교복 의상으로 갈아입고 기타 솔로 애드립을 성공적으로 마친 냥뇽녕냥 히나가 환하게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자리에 복귀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귀엽습니다. <메아리>를 새로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keep해두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이대로 묻히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명곡입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새로이 등장한 <2025 도전 QWER TIME>은 일본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밈을 4명의 멤버들이 따라하는 코너였습니다. 일본 바위게들을 배려한 자리였는데, 상당수 내용을 마젠타가 이미 방송에서 스포했었습니다. 물론 프로 방송인인 그녀는 일부러 바위게들에게 콘서트 내용을 알려주었을 것입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더욱 크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으니까요.

NMB48 경험이 풍부한 시요밍은 능청스럽게 모든 파트를 소화했던 반면, 히나는 매번 부끄러움에 몸을 바르르 떨었습니다. 특히 <러브라이브> 애니의 <아이스크림>이라는 곡에서 인기를 끌었던 "나니가 스키?" 파트를 멤버들이 따라했을 때는...아아...일본 바위게들도 매우 만족했을 터입니다. 귀여움이 치사량이었습니다. 아마 오사카 콘서트 때에는 더욱 업그레이드되어서 나오겠지요(듣자 하니, 도쿄 콘서트 때보다 더욱 길게 했다고 합니다. 어휴, 부러워...).

https://www.youtube.com/shorts/d6tLY-5Oh3M


지난 1월 콘서트 당시, 무릎 치료를 받고 있던 쵸단은 붕대를 감은 채 <달리기> 무대에 올라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죠. 이번 4월 6일 콘서트, 드디어 우리의 '청순가련 전투인형'은 붕대를 완전히 풀고서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섰습니다. 그리고 저는 알게 되었죠. 쵸단의 어색한 몸놀림은 결코 무릎 부상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박자 쪼개는데 누구보다 능한 드러머가 몸치라니! 이 또한 부끄러움을 잘 타는 격투가인 쵸단의 갭모에 가운데 하나죠. 게다가 수줍던 쵸단이 <달리기> 마지막 장면에서 마젠타의 넥타이를 확 끌어당긴 뒤 볼에 입까지 맞추다니! 이 날은 미녀 콜렉터인 젠타도 성불한 날이네요. 젠타야, 새 베이스 정말 이쁘더라!

대형 댄스팀이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히나와 시요밍은 교복을 입은 상태로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습니다. 교복을 입은지라, 한국 콘서트 때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져 다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복장과 분위기가 달라서, 또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2인조로 나뉜 두 팀(언니즈, 막내즈)은 상대 팀이 공연할 때마다, 무대 구석에서 따라하며 조롱을 이어갔습니다. 이게 바로 QWER이죠.


대부분 레퍼토리가 인기 있었지만, 아무래도 끝판왕은 <고민중독>이죠. 여기서 시요밍은 바위게들을 향해, "모오 이치도(もう一度, 한 번 더) 소리 질러!"라고 기괴한 한본어를 작렬했습니다. 그녀는 공연 도중에도 한숨을 푹 쉬며 "일본어, 다 까먹었습니다."라고 한탄해서, 바위게들의 폭소를 자아냈죠. 여하튼 매력덩어리입니다.

한편 1월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바위게들을 향한 4인 멤버의 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일본 팬들까지 배려해서 새로 작성되었더군요. 다만 일본 콘서트에서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히나와 마젠타의 편지는 한글로만 쓰여 있었습니다. 소속사의 배려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한편 히나는 1월 때와는 달리, 편지에 세로 드립을 넣지 않았습니다. 몹시 기대했는데...마지막으로 시요밍의 삐뚤빼뚤한 글씨체는 일본 바위게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카와이이~." 제가 봐도 카와이이합니다.


이날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한 근본곡은 <별의 하모니>였습니다. 그런데 시요밍이 노래 도중에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노래를 제대로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간신히 마쳤죠. 시커먼 수컷 바위게들의 눈에서도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세상에는 정말 비현실적인 서사가 실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가장 비현실적인 영웅 서사는 다름 아닌 '이순신 장군(제독)의 삶'입니다. 아니, 저게 된다고? 저런 기승전결이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것이냐고!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존경 받는 인물 가운데 하나죠.

물론 시요밍의 경우를 과거 영웅에 비교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2023년 중반부터 시작된 그녀의 서사는 데뷔 2년이 채 되지 않아,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정말 비현실적이죠. QWER 전체의 서사 또한 놀랍습니다만, 시요밍의 서사는 더욱 가슴 시립니다.

시요밍의 가장 큰 매력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끝없이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녀는 어린 아이가 아니며,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성인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아이돌은 연습생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며, 승자독식의 배틀 로얄 우승자 신분으로 데뷔하죠. 반면에 시요밍은 길거리 댄스팀 나풀나풀에서 '댄스 버스킹'을 하며 꿈을 키웠던 마이너 중의 마이너입니다. 게다가 그녀의 보석과 같은 목소리를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NMB 시절에는 얻지 못했죠. 그녀의 진가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 줄 프로듀서와 작곡팀, 그리고 트레이너를 만나, 그녀는 비로소 밴드 보컬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 이제 도쿄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눈물이 북받쳐 오르지 않겠습니까.

저는 시요밍과 함께 코를 훌쩍이면서, '우와, 오사카 콘서트 진짜 가고 싶네'라고 혼자 계속 되뇌었습니다. 이태원 다빈치 모텔보다 작은 규모의 콘서트장에서 시요밍이 NMB 시절 팬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덕질에 인생을 갈아넣는 데까지 나갈 일은 없겠지만, 모든 해외 공연을 따라 다니는 팬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빙빙, 당신만 믿습니다).


콘서트 종료 후 4명의 멤버들은 서로 얼싸안고 한참 동안 서 있었습니다. 한국 콘서트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죠. 쵸단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고, 마젠타 또한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콘서트장에 계속 남아 있던 K-바위게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보다 관객 퇴장 시간이 길었기에, 저는 무대 앞쪽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다 검검과 눈이 마주쳐, 힘차게 손을 흔들었죠. 살이 쏙 빠진 검검은 정말 미남이었습니다. 매니저가 살을 뺀다면, QWER도 곧 새 앨범으로 찾아온다는 의미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QWER이 저의 큰 기쁨이 될 것이란 점에는 변함이 없네요.

[250406 도쿄 콘서트 성료 후 QWER]

콘서트가 끝난 뒤, 저는 한 바위게와 함께 신오쿠보역 K-플라자 대형 전광판에서 송출 중인 'QWER 콘서트 광고'를 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저녁 9시 가까이 되어서 갔더니, 9시 정각에 전광판이 아예 소등되더군요. QWER 광고를 제외한 다른 광고는 모두 보았는데...이렇게 놓치는 것도 낭만의 한 조각인지라, 그다지 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4월 6일 공식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QWER 도쿄 콘서트의 주된 목적은 '바위게 투어'였습니다. QWER 입덕 동기, 가장 좋았던 무대 및 노래, QWER로 인해 변화된 삶 등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거든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저의 도쿄 여행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어차피 오프 활동 이외에는 만날 일이 없는 분들입니다. 제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런 이해 관계 없이 오직 QWER로 하나 되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게다가 오프 활동에서 자주 마주쳐 말까지 트게 된 바위게들은 대부분 나이가 있거나 유부남이었으며, 20대의 경우에도 생각이 매우 성숙했습니다. 제가 듣고 배울 점도 많았죠.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남자 아이돌 팬덤이었다면, 어찌 제가 감히 그곳에 발을 들일 생각을 했겠습니까. 영세 기획사 소속의 걸밴드 QWER을 좋아하는 바위게들 사이에는 확실히 공통의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그녀들이 월드 스타가 되고 팬덤의 규모가 커진다면, 이 느낌이 사뭇 달라지거나 옅어지겠죠. 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제게 주어진 이 행운을 기꺼이 즐길까 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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