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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과 바위게는 낭만 그 자체다

QWER 해남 버스킹 후기 2부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해남 버스킹 관련 포스팅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을 몰라, 2부로 나눠 쓰게 되었습니다. 1부는 아래에 링크했습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667


앞서 벌칙 게임을 통해 팬덤인 바위게에게 큰 웃음을 준 QWER. 그녀들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가짜 아이돌>과 <사랑하자>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더위를 끝내 이기지 못한 시요밍은 결국 연두빛 후드 티를 벗고 녹색 '퉁퉁퉁 사후르' 티셔츠를 입은 상태로 무대에 임했습니다. 이어진 공연은 <대관람차>였습니다. 이 곡은 늦여름이나 초가을의 선선한 저녁에 들으면 좋은데요. 역시 명곡은 어느 때나 들어도 최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최근 많은 케이팝 곡들은 '자의식 과잉'인 경우가 많습니다. 힘든 삶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목소리가 드뭅니다. 또한 틱톡 바이럴 용으로 만들어진 여러 히트곡들은 가사 내용조차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죠. 일부 가사가 영어라서 문제가 아니라, 한글 가사마저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케이팝 산업 주류의 분위기와는 달리, QWER의 노래들(특히 이동혁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들)은 '너와 함께 하는 삶'을 강조합니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친구 간의 우정이 주제이기도 하죠. 사실 제이팝에서는 흔한 테마인데, 한국에서는 꽤나 낯설죠. 또한 QWER의 곡들은 가사가 건전하고 아름다울 뿐더러, 문장 구조 및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해외 케이팝 팬들이 한글 공부를 위해 텍스트로 쓰기에 적합하죠.

제 마음 속에서 <대관람차>는 <별의 하모니>와 거의 동급인데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어떤 날이 와도...봐, 오늘 너머 내일의 너를 만나러 가고 있어~"라는 가사에 오늘도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대관람차>가 최애곡이라는 해남 바위게와 함께 있었기에, 더욱 벅차올랐죠. 그리고 QWER은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별의 하모니>를 세트 리스트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KDB1ls8KzW0

[히나가 알려주는 퉁퉁퉁 사후르 meme]

<별의 하모니> 연주 뒤에 포토 타임 및 숏츠 촬영 시간이 있었고요. 이어서 QWER은 일본 공연으로 인해 바위게들의 마음 속에 단단히 각인된 '나니가 스키?(무엇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바위게들은 "고민중독 요리모 아나타(고민중독보다 당신-QWER-)!"이라고 외치더군요. 이 상황을 지켜보며 저는 확실히 느꼈습니다. '나니가 스키' 문답은 귀여움이 포인트니, 시커먼 남자가 대답하면 절대 안 되겠구나. 여태까지는 바위게들이 시켜서 QWER끼리 했는데, 이번에는 어째서 QWER이 묻고 바위게가 대답하는 겁니까. 하긴 버스킹 초반에 마젠타가 "아기 바위게들, 소리질러 보세요!"라고 했더니, 뻔뻔스럽게 동굴 목소리로 "예!"라고 외친 'XL 성인 남성' 바위게들이죠. 뭐라도 할 분들이니, 말릴 수가 없습니다. 여하튼 바위게들의 소원대로, <고민중독>이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버스킹을 마무리한 그녀들은 좁은 잔디밭을 한 바퀴 돌면서 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인사했습니다. 행사 퇴근길이나 공항 마중 등에서는 쫓기는 분위기가 보였는데, 오늘만큼은 가수와 팬덤 모두 여유로웠습니다. 따뜻한 초여름 날씨 속에서 QWER은 분홍색 '큐떱카'를 타고 떠났는데요. 그녀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귀신같이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잠시 내리다 그쳤지만, 역시 QWER의 시요밍은 '날씨의 요정'이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렇게 QWER의 해남 버스킹은 막을 내렸습니다.


[QWER은 '낭만 놀이터'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오늘 버스킹에서 아주 중요한 모멘트가 있었습니다. <별의 하모니>를 마치고 난 뒤, 마이크를 잡은 마젠타가 "뒤에 있는 바위게 분들, 뭔가 약간 슬램을 하고 계셔 가지고...<별의 하모니>인데."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연에 푹 빠져 주변을 살필 새가 없던 저는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공연 무대와 떨어진 잔디밭 한가운데에서 한 무리의 바위게들이 손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야외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깃발좌'가 거센 바람을 뚫고서 깃발을 흔들고 있었죠. 그 곳에 있는 바위게들 상당수는 낯이 익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QWER 공연에서 앞쪽 자리를 확보하는 대신, 뒤쪽에서 그들만의 열띤 놀이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향후 QWER 공연 직전에 오더라도 자리 스트레스 없이 신나게 즐기다 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죠. 심지어 QWER 소속사 PD인 빙빙이 직접 와서 "잘 보이지 않아서 뒤쪽으로 온 겁니까, 아니면 그냥 놀려고 옮긴 겁니까?"라는 취지로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대답은 후자였죠.


이는 케이팝 아이돌 팬덤 가운데 QWER 팬덤인 바위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퍼포먼스입니다. QWER은 댄스 아이돌이 아닌 밴드 아이돌이라서, 락 페스티벌 등에 많이 섰습니다. 보통 락 페스티벌에서는 각 밴드를 상징하는 커다란 깃발이 나부끼며, 무대 공연과 상관없이 팬들끼리 무리를 지어 함께 몸을 부딪히는 '슬램'을 하거나, 미친 듯이 춤사위를 벌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에 케이팝 메이저 아이돌 팬덤의 경우, 질서정연하게 앉아 응원봉을 흔들며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다수죠. 또한 밴드 아이돌이라도 팬덤이 여초일 경우, 깃발이나 슬램이 등장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QWER은 물론이요 그녀들의 팬덤인 바위게들은 한국 음악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점합니다. 락 페스티벌에서는 밴드 음악 팬들과 함께 거칠게 놀죠. 아이돌 페스티벌에서는 손수 준비해 온 응원봉을 흔들고 질서 정연하게 응원합니다. 하지만 제이팝 밴드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이! 어이!" 까지 동원하기 때문에, 기존의 한국 락 페스티벌 응원 스타일과도 차별화됩니다.

대한민국 아이돌 신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초 팬덤인 바위게! QWER은 그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남성 팬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간 아이돌 업계에서 남성 팬들의 입지가 터무니없이 좁았기에, 정상화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반인 남성 고객을 타게팅한 아이돌 그룹이 QWER을 제외하면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그녀들은 비즈니스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갈수록 연애와 결혼에 시들해진 남성들이 자기계발과 취미에 집중함에 따라, 아이돌 판에도 남성 팬들의 돈이 점차 많이 유입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이 CU와 와인 콜라보를 하고 각종 게임 행사를 휩쓰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술과 게임, 아직까지는 모두 남성 소비자 비율이 우세한 업종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면서 온라인 세계에 갇혀야만 했던 지구인들, 그들은 오프라인 활동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19 상황이 해제되면서, 야구장이나 페스티벌 등 야외 활동이 가능한 장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야구장은 이제 특정 팀을 응원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신나게 놀러 가는 오프 장소입니다. 락 페스티벌은 내 가수를 보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팬들과 몸을 부딪히며 노는 오프 놀이터입니다. 대한민국 유일한 밴드 아이돌인 QWER은 이런 기회를 어느 아이돌보다 많이 제공합니다. QWER 유니버스 자체가 무궁무진한 놀이터이죠. 일단 한 번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서 그녀들의 공연을 경험하고 바위게들과 함께 뛰다 보면, 절로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케이팝 팬덤 가운데 '웃긴' 팬덤은 QWER의 바위게가 유일합니다. 공감, 소통, 단합, 다 좋습니다. 그런 요소들은 기존 아이돌 팬덤에 있었고 바위게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수와 팬 모두의 엉뚱한 퍼포먼스에 박장대소하며 깔깔 웃을 수밖에 없는 팬덤은 바위게가 유일합니다. 공연 현장에서 자기 가수를 놀리는 주책바가지 팬덤을 아이돌 판에서 달리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웃음이 넘치는 QWER 및 웃기는 팬덤인 바위게의 등장은 대한민국 음악사에서 매우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FUN 경영'과도 맥락이 맞닿아 있죠.

QWER의 소속사 PD인 빙튜브 또한 바위게들이 노는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바위게들이 무대 멀찍이서 노는 영상을 촬영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네요.

[빙빙이 촬영한 바위게]

QWER 해남 버스킹이 끝난 뒤, 바위게들은 남아서 쓰레기를 수거하며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QWER 관련 여러 행사에서 보았던 얼굴들을 다시 보니, 마치 이산가족을 상봉한 느낌이었지요. 물론 우리는 이대로 헤어져 다른 오프 활동에서 우연히 만나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낭만 밴드 QWER'이라는 키워드 아래 하나로 뭉쳐 언제든 웃으며 재회하겠지요. 본인이 성장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는데 혈안이 된 '대혐오의 시대', QWER과 바위게는 오직 행동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세계 남녀노소가 어린아이처럼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요?


잠실로 복귀하는 2호차, 그 안에서는 이제 전면에 달린 대형 TV를 통해 오늘 본 버스킹을 단체로 리뷰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여러 바위게들이 촬영에 임했고, 그 가운데 실시간 중계가 이미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었으니까요. 멀찌감치 별도 응원을 하던 바위게들에게 저 영상은 새로웠고, 저처럼 코 앞에서 보았던 바위게들은 놓쳤던 디테일을 확인하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도중에 함평군 옥당기사식당에 내려 '제육볶음을 겸한' 뷔페 식사를 마친 바위게들은 배를 두드리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또 한국인의 특성상 단체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죠. "하나, 둘, 셋, 좋아해!"라고 외치면서 찍었는데 낭만이 치사량이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탄 바위게들은 이제 <고려대 입실렌티>이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 기념비적인 공연들을 함께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버스 안의 바위게들은 입덕 시기 및 공연 경험이 제각기 달랐습니다. 따라서 대화하면 할수록 서로 배울 점이 많았죠. 2024년 레전드 영상들을 함께 보고 있자니, 지금 이렇게 마음 편히 QWER 덕질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 당시에는 주는 것 없이 증명만을 요구하는 많은 목소리에 답하느라,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미치도록 즐거웠지만 힘든 순간들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니, 모든 순간이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잠실역에 내리는 그 때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 2호차의 슈마허 기사님은 이번에도 8시를 조금 넘겨 잠실역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잠실역에 내린 바위게들은 다음 오프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운이 남아 도저히 이대로 귀가할 수 없었죠. 아직 9시도 되지 않은터라, 시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세 명의 바위게와 함께 잠실 롯데월드몰에 있는 <고호재>를 찾아, 9시 45분 마감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남성 4명이 모였습니다만, QWER이라는 주제 하나로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밤을 새우라면 새울 수도 있을 정도였죠. 무엇보다 당일치기로 해남을 왕복했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탔던 벤츠 밴의 경우, 노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운스가 심했는데도 말이지요. 모두들 그만큼 열정이 넘쳤나 봅니다. 그렇게 우리는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마지막까지 신나게 대화하다 제 갈 길로 갔습니다. 정말 길고도 재미있던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팬 커뮤니티 운영진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세계인의 놀이터가 될 QWER 유니버스]

2025년 4월 19일 QWER 해남 버스킹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낭만'입니다. 이 '낭만'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몸으로 느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 그러나 사실은 그 무엇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며 벅차오르게 하는 바로 그 단어. '낭만'은 QWER이라는 뮤지션과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 그리고 팬덤인 바위게가 삼위일체가 될 때 극에 달합니다. 저는 이들을 합쳐 'QWER 유니버스'라고 부릅니다. QWER 덕질이 돈이나 시간의 낭비가 아닌 까닭은, 덕질 활동을 통해 얻는 수많은 경험들이 내게 낭만을 불어놓고 그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열정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25년에도 QWER과 바위게들은 이 낭만을 계속 만끽할 것이며, 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QWER 유니버스'로 놀러 올 것입니다. 어딘가에서 신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더 나아가 거기에 뛰어들어 함께 놀고 싶어지지요. QWER 유니버스가 '세계인의 놀이터'가 되어 '평화로운 지구 정복'을 달성하는 그 날까지, 바위게의 일원으로서 즐겁게 뛰놀아보겠습니다. 노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낭만과 재미만큼은 우리가 최고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문의사항이 있으신 바위게께서는 joogangl@gmail.com로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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