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은 장르다! 이제는 Q팝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일단 오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에렌 예거에 빙의해 땅울림 한 번만 시전 하겠습니다. "<디데이(D-Day)>단 모여라!!" 휴, 위버스 라이브를 보니, 히나가 디데이단 단장을 자청했군요. 그녀는 <메아리>를 좋아한다고도 말했었죠. 역시 <고민중독>, <메아리(고민중독 2)>, <디데이(메아리 2)> 스타일의 곡을 좋아하는 밝은 히나! 쇼케이스에서 '마젠타, 코 크다!'를 질러버린 진성 락커! 음, 여기까지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5월 21일, QWER의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은 공식 팬카페에 새 앨범 발표 전 타임테이블을 다음과 같이 게시했습니다.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타임테이블은 군필여고생 바위게들의 F감성을 벌써부터 뒤흔들었죠.
다만 지난 <Algorithm's Blossom> 앨범 때와는 달리, 타임테이블에 집중하기에는 QWER 행사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가령 5월 26일에서 30일까지는 앨범 콘셉트 포토가 순차적으로 공개되었죠. 하지만 그 주간의 경우, 5월 27일에는 동의대와 인제대 축제 그리고 5월 29일에는 조선대와 순천대 축제가 있었습니다. 5월 31일부터는 마젠타 생일 카페가 여러 곳에서 오픈하여 6월 3일까지 이어졌죠. 이 때문에, 바위게들은 6월 4일에 공개된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새 앨범 발표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쇼케이스 참여의 경우,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로 결정되었습니다. 한편 소속사인 3Y는 공식 팬카페에서 최고 등급인 '바위게' 팬들을 대상으로, 일부 좌석을 제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저는 쇼케이스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쇼케이스를 가본 적이 없으므로, 크게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공식 팬카페를 포함한 어떤 팬 커뮤니티에도 글을 쓰지 않는데요. 그 편이 제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24년 초에 가입했지만 아직도 가장 낮은 '칼날부리' 등급입니다(가입은 해야 공지사항을 비롯한 여러 주요 포스팅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나, 그동안 QWER 덕질 진짜 열심히 했는데...또르륵...<눈물참기>는 저를 위한 곡이었던 건가요. 공식 팬카페에 글을 쓰지 말라고 누가 칼로 협박한 것도 아니니, 모두 제 업보입니다.
그래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과 [세븐록프라임 2025]에 가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피 터지는 경쟁을 하지 않아도 표를 구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아재 바위게는 쉽게 쉽게 가렵니다. 올해 가장 기대가 되는 페스티벌은 [펜타포트]와 [원더리벳]입니다. 마젠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던 두 페스티벌이죠. [펜타포트]는 확정되었고... [원더리벳]은 QWER이 안 가면 오히려 이상한 페스티벌이라, 참가를 확신합니다.
드디어 2025년 6월 9일 월요일 저녁 6시, QWER 새 앨범 및 <눈물참기>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단정히 무릎 꿇고 앉아 음원을 들은 뒤 뮤직비디오를 보았으며, 뒤이어 기자단 쇼케이스 라이브 무대를 시청했습니다. 이렇게 순서를 정한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원은 이어폰으로 들어도 불편하지 않게끔 부드럽게 믹싱 되어서 나갑니다. 심장을 때리는 댄스 음악 특유의 강한 비트는 문제없지만, 기타와 드럼의 '긁는 쇳소리'는 안 됩니다. 그 때문에, 밴드 음악 특유의 롹킹한 맛이 줄어들죠. 그래서 QWER의 곡들은 라이브 버전을 듣기 전에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가짜 아이돌>이 처음 나왔을 때, 바위게들조차도 곡이 다소 밋밋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하지만 라이브 버전의 <가짜 아이돌>은 그 파괴력이 <고민중독> 버금갔죠. 그래서 이번 <눈물참기>를 접할 때에도, 쇼케이스 라이브 공연 영상까지 연달아 보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 솔직한 감정과 평가가 시시각각 변해갔습니다.
이번 앨범의 곡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지겠죠. 그래서 전반적인 느낌만 훑고 지나가고자 합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덕후의 감상기이니, 반박 시 여러분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 앨범은 제이팝의 느낌을 줄이고 케이팝의 분위기를 강화했으며, 대중성을 확실히 겨냥했습니다. 저는 이번 앨범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면 QWER이 어느 정도 케이팝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 예상했는데요. 아마 이동혁(이즈리얼)을 위시한 작곡팀 또한 이 점을 최우선으로 삼아 피를 토하면서 이번 앨범을 만든 것 같습니다. "목표는 하나다, 대중성을 잡아라!" 타이틀곡인 <눈물참기>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그동안 느낀 이동혁 곡의 특징은 '천의무봉(天衣無縫)'이었습니다. 너무나 자신감 넘치고 확신 있게 만든 곡이라, 들으면서도 어느 하나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죠. <고민중독>이나 <메아리>는 모든 파트가 물 흐르듯 전개됩니다. <별의 하모니>나 <안녕 나의 슬픔> 또한 마찬가지죠. 특히 <안녕 나의 슬픔>은 익숙하지 않은 변주가 여러 번 이뤄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리스너가 듣는 족족 빨려 들어갑니다. <대관람차>나 <불꽃놀이>, 아니 그가 지금까지 만든 모든 곡들이 그랬습니다. 바느질 한 흔적조차 없는 하늘나라 옷, 바로 천의무봉이었죠.
그런데 이번 <눈물참기>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초반 도입부에서부터 뭔가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하이라이트 파트는 최고였지만, '천의무봉'의 느낌은 다소 덜했습니다. 곡 여기저기에서 고심한 흔적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고심한 흔적조차 드러나지 않았던 천의무봉의 <고민중독>과는 대비되었죠.
제이팝 느낌을 줄이고 케이팝 분위기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눈물참기>에는 케이팝 락발라드의 모든 공식이 다 들어갔습니다. 전체적인 악기 편성도 <고민중독>이나 <메아리>보다 줄어들었습니다. 단순한 편성이 2000년대 초반 한국 락발라드의 느낌을 물씬 풍겼죠. 그래서인지 곡이 악기 파트에서 다소 '비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동혁 센세의 취향이 바뀌었거나 폼이 떨어진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버드라이브>나 <디데이>는 이동혁의 전형적인 천의무봉 포스를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음악에 문외한인 저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동혁 센세, 이번에 <눈물참기> 만들면서 정말 괴로웠겠구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까지가 음원을 들은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참기>의 진면목을 알려면, 음원을 듣는 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아니, 가사와 뮤직비디오 그리고 라이브 무대까지 보아야만 <눈물참기>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사'와 '서사'에 집중해서 보아야만 합니다. <눈물참기>는 이시연을 중심으로 한 QWER 멤버들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가사를 훑어보면 당장 알 수 있으며,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런 면들이 한층 잘 드러나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1982) 이후 대중음악은 종합예술이 되었으며, <눈물참기>는 음원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무대까지 포함한 '토털 아트'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가사와 서사를 충분히 음미하고 나면 비로소 <눈물참기>의 음악적 형식을 온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예술에는 내용과 형식이 있습니다. 그간 케이팝은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내용이 부실해졌습니다. 쉽게 말해, 칼군무에 어울리는 화려한 사운드와 비트를 강조하다 보니, 가사에 소홀해졌습니다. 하지만 본디 노래는 가수가 하고 싶은 말에 멜로디와 리듬을 붙인 것입니다. 내용이 먼저 있고 난 뒤, 그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이 발달되는 것이 순리이죠.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을 때, <눈물참기>의 '형식'은 QWER의 지난 곡들에 비해 덜 세련되고 지나치게 애쓴 흔적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뮤직비디오까지 시청을 완료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K-락발라드의 형식이 유사한 게 다 이유가 있구나. 저와 같은 내용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형식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K-락발라드구나.' 가사와 뮤직비디오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고 난 뒤 다시 들은 <눈물참기>는 이제 내용과 형식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명곡이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브 무대를 보고 나서야, '악기 파트가 다소 비어 보이는' 이슈는 라이브 무대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했습니다. 밴드 음악은 결국 '라이브'죠. 밴드 음악은 무조건 라이브 버전이 '찐'입니다.
그래서 저의 결론은 뭐다? <눈물참기>는 오랫동안 케이팝 메이저 신에서 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던 K-락발라드를 되살려낸 구세주라는 거죠. 댄스곡들에 밀려 어느샌가 신곡을 찾아보기 어려운 K-락발라드. 게다가 가을이나 초겨울도 아닌 초여름에 슬픔을 주제로 한 타이틀곡으로 내기에는 너무도 부담되는 장르. 쉽게 가고자 했다면, 이런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죠. 하지만 QWER은 가수나 소속사나 미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QWER의 4번째 타이틀곡인 <눈물참기>는 6월 9일 저녁 6시에 공개된 뒤, 7시에 곧바로 멜론TOP100 차트에 80위로 입성했습니다. <고민중독>과 <내 이름 맑음>을 포함한 '고인 물'의 힘이 너무도 강해 1군 아이돌조차 멜론TOP100 당일 진입을 자신할 수 없는 때이기에, 더욱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커리어 하이였으며, <고민중독>이나 <내 이름 맑음>보다도 스타트가 좋았습니다. 첫날 앨범 판매량 또한 전작의 2배를 넘겼습니다. 이로써 QWER은 '믿고 듣는 밴드'라는 점이 확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첨언하자면, QWER의 락발라드는 21세기 초에 유행했던 K락발라드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첫째, 주제가 다릅니다. 과거의 락 발라드는 남녀 관계를 많이 노래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의 울부짖음이 주를 이뤘죠. 하지만 QWER의 락발라드는 이성 관계를 주제로 삼지 않았습니다. 제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꾸만 벽에 부딪혀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노래죠. 그렇습니다. 바로 김계란에게 연락을 받기 며칠 전, 라이브 방송에서 그만 눈물을 참지 못하고 왈칵 쏟았던 오사카 아이돌 이시연의 이야기죠.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과거의 이시연과 현재의 이시연이 서로 다독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 가사 또한 "이젠 잘 지낼게요."입니다. 2020년대 핵개인의 시대는 남녀 간의 사랑보다 개인의 성장 및 행복이 더욱 많이 거론됩니다. '사랑타령'이 아닌 K-락발라드는 참으로 드문데, 이 또한 QWER만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닌가 합니다.
둘째, 속도가 다릅니다. <눈물참기>는 <고민중독>에 버금가는 빠르기를 보여주며, 아웃트로 또한 <고민중독>과 유사합니다. 마젠타가 '어둠의 고민중독'이라고 부른 데에는 까닭이 있겠죠. 이런 빠르기는 주로 제이팝 보컬로이드 곡에서 자주 보이는데요. <눈물참기>가 제이팝 느낌을 많이 뺐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QWER다움을 잃지 않는 까닭은 이런 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참기> 이후의 모든 곡들은 전형적인 이동혁표 천의무봉입니다. 물론 작곡하는 동안에는 고심이 많았겠지만, <행복해져라>에서부터 <Yours Sincerely>까지 이어지는 다섯 곡은 첫마디부터 빨려 들어가는 중독성 강한 곡들입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청춘과 낭만이라는 두 키워드는 QWER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5번의 국내외 버스킹이 이를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사실이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은 <눈물참기>를 제외하면, 버스킹 하는 날의 일정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을 보면, <행복해져라>에서 아침잠에서 깨어난 뒤 <Yours Sincerely>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며 마무리하죠. 하지만 타이틀곡인 <눈물참기>의 영문명이 <Dear>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앨범은 Dear로 시작해서 Yours Sincerely로 마무리되는 한 장의 편지입니다. 이 때문에 마지막 수록곡인 <Yours Sincerely>는 버스킹의 마무리임과 동시에 편지의 마침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치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해서 촘촘히 구성되었습니다. 이미 글이 너무 길어졌기에, 수록곡에 대한 멘트는 짧게 하고 지나가겠습니다.
<행복해져라>는 마로니에가 불러 큰 인기를 얻었던 <칵테일 사랑>(1994)을 연상케 합니다. 햇살 가득한 일요일 아침에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내리면서 듣고 싶은 상큼한 곡입니다(가사에는 커피 대신 우유가 나옵니다만). 이런 싱그럽고 발랄한 곡은 타이틀이 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듣게 됩니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는 여름 휴일 오후에 카페 테라스에서 들으면, 군필여고생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노래도 콘서트에서 바위게의 응원과 결합되는 순간, 롹킹한 메탈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런 병맛 갭모에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건 저뿐인가요?
제이레빗(J Rabbit)의 <Happy Things> 등 일상의 작은 행복을 노래하는 인디 밴드 곡들이 있죠. QWER 또한 이런 소품을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행복합니다. 당분간 저의 '출근송'이 될 듯합니다.
<검색어는 QWER>은 <가짜 아이돌>이나 <디스코드>처럼 '자기답게 살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곡입니다. 하지만 앞선 두 곡이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였다면, <검색어는 QWER>은 히나의 스쿨존 랩이 포함된 발랄한 곡입니다. <소다 2>라고 불려도 될 정도이지요. 초등학교 잼민이 팬덤 확장 차원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곡입니다. 검색 순위에서 <눈물참기>를 제외하면 <검색어는 QWER>이 가장 높은데, 아마도 잼민이 친구들의 화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프리즘필터와 QWER이 자기 존재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기뻤습니다. 가령 <검색어는 QWER>의 경우, 노래 제목에 가수명이 들어갔습니다. 이는 어지간한 자존감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시도입니다. 핑클빵을 출시했던 대선배 핑클조차도 <검색어는 핑클> 등의 곡을 내놓지는 않았으니까요. <고민중독>의 경우처럼 인트로에서 가수의 이름을 외치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노래 제목에 가수 이름이 박히는 것은 참으로 드문 케이스입니다. 게다가 <디데이D-DAY>의 경우, 바위게들의 떼창 파트로 적합한 "Q-WER!"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한편 히나는 QWER이 하나의 장르가 되고 싶다며, 이번 앨범을 통해 'Q팝'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죠. 워낙 귀여운 외모에다 스쿨존 목소리로 하는 말이라, 그 내용에 담긴 엄청난 스케일에 주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불편러들이 판을 치는 2020년대, '우리 자체가 하나의 장르야. 그 장르 이름은 Q팝이지.'라고 말할 정도로 대담한 뮤지션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유와 반항이 '락 스피릿'의 핵심이라면, 카더가든으로부터 배운 욕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이 초절정 미녀 기타리스트야말로 진정한 락커가 아닌가 합니다.
https://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464165
다음 수록곡인 <오버드라이브OVERDRIVE>는 <디데이>와 함께, 바위게들이 뛸 듯이 반기는 곡이죠. 벌써부터 쵸단은 <오버드라이브> 단장을, 그리고 히나는 <디데이> 단장을 자임했습니다. 저는 디데이단입니다만, 오버드라이브 또한 절대 놓칠 수 없죠. <오버드라이브>는 드럼 앤 베이스 기반의 매우 빠른 비트의 '달리는' 곡입니다. 그런데 페스티벌에서 이 곡에 맞춰 뛰다가는, 대다수 바위게들의 무릎이 박살 날 것입니다. 그래서 뭐다? QWER 덕질을 하려면 살을 빼야 합니다. 얼마나 고마운 밴드입니까? XL 사이즈 수컷 바위게들을 다이어트까지 시켜주니 말이죠. 다만 리더 쵸단의 무릎이 나을 때까지, <오버드라이브>는 연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쇼케이스 무대에서 절뚝이며 걸어 나오는 그녀를 보니, 정말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이어서 저의 이번 앨범 최애곡인 <디데이D-DAY>! <고민중독>과 <메아리>의 뒤를 잇는 전형적인 이동혁표 '벅차오르는' 곡입니다. 이동혁 센세가 못 하는 장르가 있겠냐마는, 역시 '청춘과 낭만을 바탕으로 한 벅차오름' 분야에서는 단연코 세계 일인자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인지, 6월 9일 쇼케이스에서는 <눈물참기>와 함께 <디데이>를 무대에 올렸죠. QWER의 대표 이미지인 '벅차오름' 계열의 곡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우리은행 틴틴카드 광고 덕분에, <고민중독>뿐만 아니라 <메아리> 또한 뮤직비디오(?)를 갖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나온 <디데이>도 뭔가 영상이 없으면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은행 어르신! 다음번 체크카드 출시 때에는 <디데이>를 CM송으로 하면 어떠시겠습니까? 그...그때는 틴틴카드 말고 어른들도 좀 가입할 수 있게 그 무엇이냐...여하튼 'ㅌㅌ카드'로 부탁드립니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인 <Yours Sincerely>는 XL 수컷 바위게들의 눈물샘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한 곡입니다. 이 곡에서는 QWER 멤버들이 드디어 화음을 쌓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점들 가운데 하나가, QWER은 멤버 4명 모두 개성 있는 보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대형기획사에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하며, 특히 노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진성'이 아닌 '가성'을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그런데 진성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성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때문에, 누구 노래를 들어도 목소리가 다 비슷하게 들리죠.
그런데 QWER 멤버들의 음색은 팬이 아니어도 단박에 구분될 정도로 개성이 있습니다. 맑고 청량한 이시연의 보컬은 이제 설명조차 필요 없죠. 그런데 이시연보다 더욱 장난스럽고 또렷하여 마치 애니메이션 성우와도 같은 목소리를 내는 멤버가 바로 히나죠. <내 이름 맑음>에서는 히나 목소리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동혁 센세는 <검색어는 QWER>과 <Yours Sincerely> 등에서 히나의 맑고 또렷한 목소리를 완전히 살렸습니다. 한때 버추얼 유튜버를 희망하기도 했던 히나의 보컬은 QWER이 밴드이면서도 아이돌일 수 있는 큰 자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음으로 쵸단의 경우, 재즈 풍의 나른한 톤을 지녔죠. <마니또>에서 이미 그녀 목소리의 장점이 극대화되었거니와, 이번 앨범에서도 은은한 안개 같은 그녀의 보컬이 '쨍'한 시요밍과 히나의 보컬을 부드럽게 감싸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QWER이 성숙해질수록, 쵸단 보컬의 비중이 늘어날 것입니다.
한편 포텐셜이 터지기를 제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보컬이 바로 마젠타입니다. 사실 마젠타는 영미권에서 가장 좋아할 만한 외모와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요밍을 능가하는 엄청난 성량의 단단하고 낮은 목소리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을 연상케 하죠. 하지만 귀여움과 청량함이 강조되는 제이팝 분위기의 곡들에서는 그녀가 활약할 공간이 적습니다. 지난 앨범에서는 <사랑하자>에서 마젠타의 파워풀한 보컬을 조금이나마 감상할 수 있었죠.
지금까지 QWER 활동에서, 젠타의 목소리는 그녀가 다루는 악기처럼 '베이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높고 맑은 목소리의 근저에 깔리는 안정적인 기반이죠. 다만 저는 QWER이 향후 아이돌의 비중을 줄이고 밴드 성향을 강화하게 되면, 마젠타의 보컬 비중 또한 늘어나리라고 기대합니다. 쉽게 말해 마젠타에게 어울리는 곡이 주어진다면, 그녀는 멋지게 해내겠죠. 그때까지는 꾸준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 낫겠죠. 보컬 말고도 해야 할 일이 가득하니까요.
여하튼 QWER은 멤버 4명의 목소리가 워낙 개성이 있어,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섭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눈물참기> 뮤직비디오 댓글에 외국어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해외 팬덤의 확장을 실감할 수 있는데요. K팝을 넘어선 Q팝으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6월 9일 쇼케이스가 끝난 뒤, QWER은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제 한층 여유가 있는 모습에서, 그녀들의 자신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디데이>를 시작하면서 기자들에게 "다 같이!"를 외쳤던 이시연의 엉뚱함이란... 우리 시연이, 바보 아닙니다. 그저 엉뚱할 뿐입니다.
QWER의 역사적인 2025 컴백 첫날은 마젠타의 개인 방송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젠타가 바위게들에게 쓰는 소감 및 감사 편지인데... 저는 <눈물참기>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고서도 눈물이 안 났는데, 이 방송을 보고서 그만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제 스스로 97% T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인데... 이 방송 보고서도 눈물이 안 나는 바위게는 제가 100% T로 인정해 드립니다.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 젠타 짱. 앞으로도 더 잘 될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watch?v=SeUUsU970z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