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낭만의 뷰민라 페스티벌 및 공연 관람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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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5] 참가 후기를 남기고자 합니다.
커다란 환호와 함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 올라온 QWER! 새하얀 크롭티에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나온 그녀들은 '상의는 아이돌, 하의는 밴드' 패션을 자랑했습니다. 아이돌 축제와 밴드 축제를 아우르고 케이팝 걸밴드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는 유망주다운 포스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지구정복>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유래없는 공연 시작 방식이라,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그녀들의 보법은 한치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보통 <지구정복>이라는 곡을 시작하기에 앞서, QWER 멤버들은 '정훈 교육'을 실시합니다. 쉽게 말해, 관객들에게 응원법을 알려주죠. 담당은 마젠타인데, 수많은 무대에서 멘트가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아서 '정훈 교육'이라는 애칭이 붙었죠. 그런데 정훈 교육을 생략하고 곧바로 달리다니! 공연에 자신이 있는 걸까요, 멘트에 자신이 없는 걸까요?
내친김에 <자유선언>까지 시원하게 질주한 QWER은 쵸단 대신 마젠타의 멘트로 자기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체조경기장의 음향 문제로 인해 QWER과 이승윤 등 뮤지션의 팬들은 불만을 드러냈는데요. 그 점을 떠나서, 기타리스트 히나의 잼민이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귀엽게 들렸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행사였다면 히나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히나와 이시연의 키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는지... 역시 QWER에서 '키'와 '키'보드를 맡고 있는 히나답습니다. 젠타가 '코'라면, 히나는 '키'죠.
<내 이름 맑음>과 <사랑하자>에 이어, QWER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눈물참기>를 선보였습니다. 쇼케이스 자리에 없었던 저는 이 곡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역시 QWER의 곡은 현장에서 라이브 연주로 들어야만 합니다. 듣기 편하게 믹싱된 음원과는 달리, 이 곡은 '롹 스피릿'이 충만하고 악기 소리가 꽉 찬 곡입니다. 97% T의 감성인 제가 들어서였을까요? 슬픈 가사와는 달리, 어찌나 신나던지 저는 방방 뛰었습니다. 음원 버전과 라이브 버전은 아예 장르 자체가 달랐습니다.
'<눈물참기>는 어둠의 <고민중독>'이라는 마젠타의 평가는 생각하면 할수록 정확합니다. 분명히 내용은 슬픈데, 페스티벌에서 듣는 순간 리듬과 비트가 너무도 신나서 뛰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감상에 빠져 훌쩍일 새가 없었습니다. F 감성 바위게들도 서너 번 정도 라이브에서 들을 때는 눈물을 닦다가도, 두 달이 지나 어느 정도 적응한 뒤에는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할 것입니다. 참고로 <눈물참기> 뮤직비디오의 경우, 눈물로 뺨을 적시고 있을 게 뻔한 바위게들에게 이제 뚝 그치라는 의미에서 "야, 우냐?"라는 문구를 숨겨 두었죠. 가수와 팬덤이 서로 조롱할 만큼 친하디 친한 그곳, 바로 QWER 유니버스입니다.
여타 아이돌이라면, 타이틀곡을 신곡으로 발표할 경우 그 곡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겠죠. 하지만 QWER은 새 앨범의 타이틀곡이 마치 지난 앨범 수록곡 중 하나라는 듯이 공연 중간에 연주한 뒤, 곧장 <메아리>로 달려갔습니다. 우리은행 틴틴카드의 CM송이 되면서, <메아리>는 이제 매 공연마다 빠짐없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메아리> 라이브 무대가 최초로 공개된 것이 첫 팬 콘서트 때인 2025년 1월 25일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이 곡을 듣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자본의 힘이 무섭습니다. 대기업 CM송이 되고 나니, 매 공연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네요! 메아리단인 제 입장에서야,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메아리는 훗날 역주행해서 지금보다 훨씬 유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최고의 곡이니까요.
<메아리>가 끝난 뒤, QWER은 분위기를 바꿔 <안녕 나의 슬픔>을 불렀습니다. 놀랍게도, 제 주변에 훌쩍이는 바위게들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수줍음이 많은 바위게지만, 대다수는 F 감성이었던가 봅니다. 미니 2집인 <Algorithm’s Blossom>은 2024년 9월 23일에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9개월 가까이 지났고 그 사이 숱하게 연주된 곡입니다. 저의 경우 <안나슬>을 들으면 여전히 슬프지만, 처음 접했을 때처럼 눈물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바위게들은 슬로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차분히 스마트폰 손전등을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안녕 나의 슬픔>에서 충분한 감정의 정화를 경험한 바위게들은 이제 <대관람차>를 들으며 저물어가는 초여름 저녁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2024년 유튜브 뮤직 스트리밍 횟수 연간 1위이자 2025년에도 여전히 인기가 뜨거운 <고민중독>. 그리고 오늘은 무릎을 다쳐 활동을 쉬고 있는 드러머 쵸단을 위해서, 팬덤인 바위게가 특별히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있죠. 바로 드러머의 상징인 드럼스틱을 들고서, <고민중독> 도입부를 QWER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내놓은 아이디어인 데다가, 평일 이른 저녁 공연이라 바위게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역사상 최초로 '밴드의 상징인' 야광 드럼스틱으로 어두운 실내 공연장을 환히 비출 이벤트는 과연 성공했을까요?
물론 대성공이었습니다! 여기서 '대성공'이란 이벤트의 규모가 거대했다는 뜻이 아니라, 가장 절실한 때와 장소에서 훌륭하게 치러졌다는 의미입니다. 위에 첨부한 영상의 좌측 하단을 보면, 젠타존에 모인 바위게들이 드럼스틱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 있는 3명의 멤버, 그리고 무대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을 쵸단이 이를 놓칠 리 없습니다(음... 저는 쵸단이 숙소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보고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했습니다). 현재 멜론TOP100 차트 1위 곡인 <너에게 닿기를>이 생각나는 장면입니다. 쵸단아, 바위게는 늘 네 편이야. 이 드럼스틱 이벤트가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기도해. 바위게들은 한마음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원! 투! QWER!" 이 뒤로는 명불허전이지요.
이 당시 저는 히나존에 있었기 때문에, 젠타존에서 벌어졌던 장관을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와 친숙한 '쵸단Pick 전완근 바위게'가 갑자기 청중을 가르고 뛰쳐나왔습니다. 지금 젠타존에서 바위게들이 슬램을 하고 있다면서 말입니다. 쵸단이 감탄한 그의 팔뚝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저는 그와 함께 젠타존으로 뛰어갔습니다. 거기에는 바위게뿐만 아니라, 슬램의 참맛을 아는 일반인 페스티벌 광들이 함께 매의 눈으로 슬램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슬램 바위게의 지휘 가운데 마침내 터져 나오는 "너를 많이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 우리들은 들소 떼처럼 중앙으로 달려들어 신나게 몸을 부딪혔습니다. 우선입장권을 사서 페스티벌 초기부터 뛰느라 체력이 방전된 바위게들이 "꾸엑!"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습니다. 체력이 충만했던 노들섬 버스킹 슬램 때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만, 다 고생하면서 배우는 법이죠.
자, <고민중독>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앙코르곡만 남은 셈이죠. 바위게들은 각자 다른 곡들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소망은 하나였습니다. <디데이D-DAY>죠. <디데이>는 <고민중독>과 <메아리> 등 '한낮의 벅차오름' 계보를 잇는 명곡입니다(참고로 '한밤의 벅차오름' 계열은 <불꽃놀이>와 <대관람차> 등이 있습니다). 제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이 <디데이>를 과연 오늘 들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QWER은 제 간절한 소망에 답했습니다. 앙코르곡은 <디데이>였습니다!!
<디데이>는 정말 말이 필요없습니다. <고민중독>과 함께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곡입니다. 빠르지 않은 리듬에 박자가 딱딱 찍히므로, 방방 뛰거나 박수를 치며 부르기에 좋습니다. 멜로디가 쉽고 밝으며 아름다워,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들 또한 당장 열광하며 따라 부르게 됩니다. 중간에 "Q-WER!"이라고 외칠 수 있는 구간도 여러 번 나옵니다. 게다가 멤버 3명의 율동이 나오는데, 이게 또 참을 수 없이 귀여운 데다 중독성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는 명곡입니다. 음원으로 들어도 좋고, 페스티벌에서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디데이>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삼아 후반기 활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디데이>는 흔히 말하는 '뇌이징', 다시 말해 처음 들을 때에는 애매하다가 여러 번 들어서야 비로소 좋아지는 곡이 아닙니다. <고민중독>처럼 듣자마자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동혁 표' 마스터피스죠. 향후 <디데이>가 얼마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뛰며 함께 한 <디데이> 공연이 마무리되고, QWER은 인사와 함께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pjd9g27C2A
[바위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페스티벌의 추억, 그리고 낭만]
QWER의 무대 이후로도 이승윤, 터치드, YB(윤도현 밴드) 등의 공연이 남았지만, 일단 우리들은 배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푸드코트에 빈자리가 없었기에, 우리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비를 맞으며 선 채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폭우가 아니라 가랑비 수준이라, 우비를 입은 채 맞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었지요. 부끄럽게도 제가 "원! 투!"라고 선창한 뒤 나머지 바위게들이 "QWER!"을 외치며 캔을 부딪혔습니다. <고민중독>과 <디데이> 공연 때 영혼을 불사르며 뛰어 논 '어른이'들의 몸에서는 열기로 인해 김이 솟아올랐습니다. 시원한 초여름 빗방울로 땀을 식히며, 바위게들은 이렇게 공연 리뷰를 이어갔습니다. 오직 QWER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 하나만으로 이렇게 모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상황이 '낭만' 그 자체였죠. 술을 좋아하는 쵸단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 자리에 불쑥 나타나 술잔을 부딪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QWER은 팬심으로 응원하는 대상이죠. 바위게들이 진심으로 술자리 친구 삼고 싶은 인물은 로드 매니저인 검검입니다. 어느 댄스 아이돌 팬덤이 가수 매니저와 술 한 잔 하고 싶단 생각을 할까요. 이만큼 바위게는 특이한 팬덤입니다.
술을 마시느라 이승윤 공연 초반부를 놓쳤지만, 늦게라도 보지 않을 수 없죠! QWER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었던 선배 가수 이승윤. 그는 공연장의 음향이 마음에 들지 않자 대놓고 불만을 토로한 뒤, 아예 그 자리에서 세트리스트를 바꿔 무대를 찢어버렸습니다. 아, 이래서 다들 '이승윤, 이승윤' 하는구나! 이 날은 아예 무릎이 박살 날 때까지 뛰는 날이로구나! 세트리스트를 바꾼 상태에서 무아지경으로 연주하다 <역성> 무대가 끝나자 공연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승윤은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상태로 쿨하게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마치 QWER 마젠타의 급방종(급작스러운 방송 종료)을 보는 듯했죠. 그래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제 윤도현 밴드의 공연이 있기까지, 야외로 나가 터치드의 무대를 즐길 때죠.
초여름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는 올림픽공원 잔디밭, 밴드 음악을 진실로 사랑하는 '찐' 팬들이 매트를 깔고 눕거나 서서 터치드의 공연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한 바위게가 쏜 테킬라 더블샷을 마시며,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여름밤 잔디밭의 낭만을 만끽했습니다. 이보다 더한 낭만이 있을까요? 솔직히 QWER에 미쳐 있었던 2024년 내내, 이런 밤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비 내리는 여름밤 페스티벌에 가 본 적이 없고, 무엇보다 QWER 이야기만으로 밤을 지새울 수 있는 바위게들이 곁에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제 내장의 위치를 다 알려주는 독한 테킬라 샷도 없었지 않습니까.
터치드의 곡들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유롭게 술을 마시거나 가볍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볼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느꼈습니다. 미친 듯이 발을 구르던 순간은 잠시 뒤로 하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죠. 테킬라라고 해서 반드시 원샷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이 모든 행복한 순간이 QWER로 인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들에게 거듭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체조경기장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헤드라이너인 YB의 무대를 즐길 때이죠.
대학에 몸 담고 있는지라, 축제를 통해 YB의 공연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의 축제에서도 만났죠. 하지만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YB의 퍼포먼스는 대학 축제와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관록의 밴드 YB는 그곳에 자리한 관객들 대부분이 아는 명곡들로 레퍼토리를 채운 뒤, 그야말로 무대를 씹어먹었습니다.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의 신곡인 <Rebellion> 무대에서는 공연장의 모든 이들이 미쳐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조심스레 말하건대, 여기에서도 가장 잘 노는 그룹은 역시 바위게였습니다. YB 공연이 시작되자 젠타존에 모여든 수십 명의 바위게들은 어깨를 걸고 강강술래를 돌며, 열정을 폭발시켰습니다. 느닷없이 제 옆으로 축제 마니아 여성 분이 뛰어들어 어깨를 걸었는데, 강강술래가 어찌나 빠르게 돌아가는지 그녀는 몇 번씩이나 넘어질 뻔했습니다. QWER과 함께 바위게들도 규모 면에서 성장을 거듭할 터인데, 거칠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공연 관람 문화를 계속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QWER가 YB처럼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각종 대학 축제를 휩쓸고 다니며 건재함을 과시할 그날을 꿈꿔 봅니다. YB의 무대, 정말 최고였습니다!
모든 페스티벌 일정이 끝나고, 바위게들은 다른 관객들과 함께 공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저녁을 거른 채 맥주와 테킬라로 버텼으니, 식사는 하고 헤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처음 보았거나 이런 자리에 합석해 본 적이 없는 바위게라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됩니다. 갑자기 식사하러 가자고 해도 10명이 모였으니, 바위게들의 끈끈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이동해서, 순대곱창전골에 술을 곁들여 또 한 번 공연 리뷰에 들어갑니다. 오늘 벌써 "원! 투! QWER!" 선창을 두 번째 하게 되었네요. 젠타 생일 카페 뒤풀이 때 감자탕 가게에서 BGM을 QWER 곡으로 채우며, 바위게 미니 콘서트를 열었었죠. 이번에도 주인장께 동일한 부탁을 드렸습니다. 아쉽게도 <눈물참기>와 <디데이> 두 곡만 틀어주시기로 하셨는데, 떼창은 절대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습니다. 음, 떼창 할 생각 없었는데... 아마 선창을 듣고서 겁에 질리신 모양입니다. 이렇게 힙한 젊은 동네에서는 앞으로 주의해야겠습니다.
공연장에서 자주 만난 바위게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이 넘칩니다. 사실 대부분의 생업은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첫 회사를 다닐 때, 제 선배는 "직장은 원래 재미없는 곳이야. 재미가 있으면 돈 내고 다녀야지, 롯데월드처럼. 재미가 없으니까 돈을 받고 다니는 거야. 그 점을 받아들여야 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이상주의자들을 분노케 합니다. 그리고 직장 일이 항상 재미나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삽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연재해와도 같은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니까요.
다만 24/7(24시간 일주일) 내내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살고 싶지는 않죠. 특히 오프라인 공연에 많이 참가하는 바위게들은 현생에서 억눌렸던 열정을 QWER 공연에서 풀어헤쳐버립니다. 그런데 어쩔까나? 공연을 통해 열정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보고 나면 오히려 열정이 더욱 끓어오릅니다. 결과적으로 그 열정을 함께 나누기 위해, 뒤풀이(라 쓰고 '공연 리뷰'라 읽습니다)까지 가게 되죠. 그런데 뒤풀이에서 '정열맨'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결국 열정이 더욱 커진 채로 귀가하게 됩니다. 엇, 이거 혹시, 선순환을 가장한 악순환이 아닌가요? 모르겠네요. 뭉친 종아리를 주무르며, 주말 내내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