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5년 7월 18일 금요일 정오, QWER의 소속사인 타마고 프로덕션이 드디어 그녀들의 월드투어 일정을 발표했죠. 딱히 약속이 없더라도 빨리 귀가하고픈 금요일 오후, 바위게들은 무량공처를 맞은 것처럼 잠시 뇌정지가 왔다가 도파민으로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QWER의 팬 콘서트를 보신 분이라면, 마젠타가 '월드투어를 하고 싶다'라고 말한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젠타야, 1월부터 이미 스포를 하고 있었구나... 하긴, 월드투어를 어찌 한 두 달 만에 결정하겠어. 이미 연초에 스케줄이 다 잡혀 있는 것이 정상이지. 이렇게 되면, 2026년 주요 스케줄도 상당수 확정된 상태겠지요. 앞으로 멤버들의 라이브 방송에서 어떤 스포가 흘러나올지 체크하는 것도 묘미 중의 하나이겠군요.
QWER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국내 행사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바위게들의 뜨거운 합동 응원 기회 또한 줄어들겠죠 그때가 되면, 바위게들은 오프에서 항상 보던 지긋지긋한 얼굴들을 그리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QWER 멤버들이 미국 투어를 가서도 라이브 방송을 해준다지만, 오프 활동 중독자들은 항상 and more을 원합니다. 원래 밴드는 야외무대가 백미거든요.
과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대다수 산업 종사자들의 필수 코스입니다. 다만 아이돌의 경우, 국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로 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 기반이 위태로워지면서 해외 인기마저 감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해외 케이팝 팬들은 한국 내의 인기를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인기가 떨어지면, 해외에서도 불러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자 아이돌의 경우, 처음부터 해외에서 활동해도 광범위한 팬을 확보할 확률이 여자 아이돌보다 높습니다. 왜냐하면 해외 케이팝 팬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국내 기반이 약한 여자 아이돌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그야말로 작두를 타는 셈입니다.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 또는 아이브와 같이 국내 팬층이 두터운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여자 아이돌과 중소기획사가 직면해야 할 문제입니다.
QWER의 국내 팬덤 규모나 충성도에 관해서 팬들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QWER은 아이돌이 아니라 밴드죠. 아이돌 사례와 동일한 선상에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돌이나 다름없는 밴드이기 때문에, '롤링 쿼츠' 등 밴드의 해외 활동 사례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QWER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며, 이 장르의 해외 진출 사례가 아예 없습니다. 이 때문에, 팬덤 바위게는 '자기 돈이 걸려 있는' 소속사의 분석 및 판단을 믿고 함께 모험을 떠나면 됩니다.
다만 국내 행사가 줄어들 경우 국내 바위게들이 '큐뽕'을 어떻게 채울지가 관건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위게들은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들어 내며 버틸 것이라 믿습니다. '팬클럽이나 응원봉 없이도 원래 우리끼리 다 알아서 했잖아! 달라지는 건 없어, 이번에도 우리가 만들어서 놀자고!'
지난 6월 21일에 있었던 서울가요대상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난 7월 19일, QWER은 캐리비안 베이에서 공연을 가졌습니다. 온종일 일정이 있어 꼼짝 못 했던 저는 올드스쿨 바위게들이 캐리비안 베이에 총집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XL 사이즈 무지성 거인의 몸뚱이를 지닌 수컷 바위게들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오프 활동에 목말라 있었던지요. 부끄러움을 잊고, 한 번이라도 더 그녀들을 보기 위해 기꺼이 웃옷을 벗었습니다. 너그러운 바위게가 자비를 들여 쉼터까지 마련해 둔 터라, 바위게들은 가끔씩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QWER 영접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캐리비안 베이는 오전 8시에 개장하는데 QWER의 공연은 오후 2시 반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바위게들은 오전 8시에 오픈런한 뒤, 물속에서 6시간 이상을 버티며 1열을 사수했습니다. 특히 QWER 공연 생중계를 맡은 바위게가 몸이 퉁퉁 붓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오픈런해서 공연 마지막까지 촬영에 임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7시간 이상 서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QWER의 공연 못지않게, 바위게들의 작은 에피소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이죠.
시간이 다소 지연되어, 오후 3시가 되어서야 QWER은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하얀 크롭티에 짧은 청바지를 입은 그녀들은 여름을 위해 태어난 여신 같았습니다. 보기에도 시원하고 청량하고 상쾌했죠. 특히 무릎이 많이 회복된 상태에서 밝은 모습으로 팬들을 마주한 쵸단을 보게 된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오늘 무대를 찢어버리겠다는 각오가 한눈에 보였죠.
QWER은 <디스코드>로 첫 무대를 시작했는데요. 아무래도 수영장이다 보니 음향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백킹 트랙'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히나의 기타 연주가 아주 또렷하게 잘 들렸죠. 현장에서 들었으면 더욱 멋있을 것 같지만, 물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오히려 음악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겁니다...라고 혼자 정신승리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g0kH_c7Uvw
BOXCAM으로 감상한 QWER의 연주는 각 악기 파트의 라이브 소리가 매우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역시 밴드는 라이브죠. 6월 19일 엠카운트다운 방송에서 <눈물참기> 1곡, 그리고 6월 21일에 있었던 서울가요대상에서 <눈물참기>와 <고민중독>을 연주한 지 한 달 만에 접하게 된 그녀들의 라이브 공연. 특히 <디스코드>는 얼마만에 듣게 된 건가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날씨의 요정 '시요밍'을 품은 QWER. 오전까지 내리던 폭우는 그녀들이 공연을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물러났습니다. 이런 기세를 이어, QWER은 <내 이름 맑음>을 공연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가짜 아이돌>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동화 속 마법의 숲 괴물도 우릴 막아설 순 없어' 파트에서 쵸단이 얇고 날카로운 심벌을 잡고 두들겨 패는 파트가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쵸단의 손이 찢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한동안 <가짜 아이돌> 연주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라이브 연주를 할 수 없었던 쵸단은 한을 풀기라도 하듯 심벌을 제대로 후드려 팼습니다. 보는 제가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다치지 말고 "하나, 둘 세상을 뒤집자!"
수영장이다 보니 습도가 높아, QWER은 "더워요!"라는 호소를 연발했습니다. 수분을 보충하고 새 앨범 광고를 약간 한 뒤, QWER은 <디데이D-DAY>를 들려주었습니다. 브라스가 울려 퍼지는 초반에 마젠타가 "다 같이!"를 외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죠. 하지만 시요밍은 몇 초 전에 했던 말을 까먹고 본인이 "다 같이!" 소리쳤습니다. 뒤늦게 젠타가 소심하게 "다 같이!"라고 외쳤지만, 묻혀 버렸죠. 어떻게... 또 한 번 '들리지 않는 자'가 되어 버린 마젠타...그래도 바위게들이 힘껏 응원할게!
제 마음속 더블 타이틀곡인 <디데이>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고민중독>-<메아리>-<디데이>는 '대낮의 벅차오름' 계열로, QWER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지요. 특히 한여름 대낮의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대곡입니다. 그리고 '벅차오름'을 끝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QWER은 <고민중독>으로 캐리비안 베이를 가득 메운 팬들의 심장을 강타했습니다. 역시 천하의 명곡, <고민중독>. 작년 4월 1일에 첫 선을 보였지만, 인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그리웠던 포토타임을 가진 뒤, 시요밍은 "오늘 무대에서 처음 들려드리는 건데... 아니, 그게 아니라..." 버벅대며 간신히 <눈물참기>를 앵콜 곡으로 소개했습니다. 아까 "다 같이!"도 그렇고, 역시 그녀는 산만하기가 잼민이 못지않네요. 괜찮아, 노래할 때만 집중하면 되잖아! 한 잔 해! 이렇게 이번 앨범 타이틀곡까지 멋지게 마무리한 QWER은 뜨거운 환호 속에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쏜살같이 지나간 30분 공연이었죠.
이 공연 이후에 팬사인회가 있었고, 공연이 있는 날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마젠타의 개인 유튜브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7월 20일 일요일에는 QWER이 힙합 밴드에 이어 '아이돌 연습생'에 도전하는 에피소드가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0m29AmFO1o
QWER과 챌린지도 찍었던 '피프티피프티'와 함께 한 이번 에피소드에서 QWER은 발군의 예능감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길을 잃은 QWER> 시리즈는 올해 본 예능방송 가운데 가장 웃깁니다. 마젠타가 대한민국 최고 예능돌인 까닭은, 그녀의 예능 스타일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 배꼽을 쥐고 쓰러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피프티피프티에서 '아테나'가 나오자, 그녀는 "나는 그러면 제우스야! 내 머리에서 빨리 태어나!"라고 뚝배기를 들이밀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테나는 아버지 제우스의 머리를 쪼개면서 튀어나오죠. 완전무장 상태 아기 아테나의 탄생입니다. 마젠타 또래에 이런 배경 지식을 갖추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예능 상황에서 저런 아이디어를 곧바로 떠올려 사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예능감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춤 연습을 하기 위해 몸을 풀라는 주문을 받자, 바로 포복 자세로 들어가죠. 그 외에 헌트릭스 <골든> 안무를 할 때도, "태권!"이라고 외치면서 자세를 취합니다. 완전한 군대 감성이죠. 또한 피프티피프티와 고음 대결을 펼치면서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가는 포테이토 칩!" 게임을 제안하는 것은 그야말로 서브컬처 감성의 정점이었죠. 어떤 메이저 아이돌도 팀 간 대결 주제로 '클레오파트라' 게임을 떠올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광기를 더하는 멤버가 메인 보컬 시요밍이죠. 젠타-시연 만담 2인조가 오랜만에 고삐 풀린 망아지 포스를 보여주어, 참으로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한편 인터넷 지박령을 자처하는 히나는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래퍼 '정상수'에 빙의하더니, 이번에는 "야, 그냥 무릎 하나 깨진다고 생각하고 돌려라!"는 GD(지드래곤)의 명대사를 쏟아내며 리더 역할을 멋지게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이 QWER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쵸단이 실제로 무릎 치료 중이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QWER PD인 빙튜브의 카메라는 화들짝 놀란 쵸단의 얼굴을 비춥니다. 이어지는 "무릎이 그렇게 아깝냐?"는 히나의 말에 쵸단은 그만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떨어뜨리고 말죠(물론 다 장난입니다).
만약 메이저 아이돌 예능에서 이 같은 장면이 나왔다면, 멤버 개인 팬들 간에 전쟁이 벌어졌을 겁니다. '우리 쵸단이 무릎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팀 멤버가 그런 멘트를 할 수가 있죠?' 이런 식으로 돌이키지 못할 아마게돈이 발생하겠죠. 이는 결코 저의 헛된 망상이 아닙니다. 메이저 아이돌 문화를 조금만 접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QWER은 역시 '아재 감성'을 타고났습니다. 이 정도 드립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야말로 야생의 아이돌, 우주 최고의 멘탈을 지닌 QWER입니다. 프로불편러들이 판 치는 예능에 질려서 날 것의 감성을 그리워하던 수많은 팬들이, 어찌 QWER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대망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8월 1일 금요일에는 전국의 바위게들이 운집해서 QWER의 공연을 즐기겠죠. 월드투어를 앞둔 QWER을 축하해 주는 동창회 분위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티켓도 못 구한 주제에, 벌써부터 거기 가서 무엇을 하고 놀까 궁리 중입니다. 이제 와서 보니, 저는 그냥 '답이 없는 널널단'인가 봅니다. 작년에는 금요일 표가 다 팔리지도 않았는데, 올해는 어째서 일찌감치 매진이란 말인가! 하지만 표를 못 구할 것이란 걱정은 없습니다. 오직 땡볕 아래 탈진하지 않고 얼마나 더 즐길지만 고민하면 되겠죠. 한동안 못 보았던 바위게들을 펜타포트에서 전부 만나고 싶네요! "바위게, ASSEMBLE!"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