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밴드, 초록불꽃소년단, 서도밴드 그리고 롤링쿼츠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오랜만에 QWER이 아닌 주제로 찾아뵙게 되었네요.
저는 2025년 9월 12일(금)에 함양 남계서원 초청으로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우등고속버스 안에서만 왕복 7시간을 넘게 보낸 대장정이었는데요. 저녁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18시 귀경 버스에 올라타 <봇치 더 록!> 애니메이션을 보며 한숨을 돌리고, 20시(저녁 8시)부터 시작된 QWER 마젠타x헤비의 라이브 합동 방송을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고속버스 안에서 말이죠. 두 만담가의 합동 방송은 무려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되었고, 3시간이 넘는 라이브 방송을 끝낸 마젠타는 다시 개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물론 진정 좋아하지 않고서야, 20인치 허리를 가진 종이 인형이 어찌 저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내겠습니까? 여하튼 저는 마젠타의 방송을 끝까지 듣지도 못한 채 그냥 곯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늦게 잤지만 새벽 5시에 자동으로 눈을 번쩍 뜨는 아침형 인간이라,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기왕 일어난 김에 뭐라도 해야 할 듯해서 멍한 기분에 잡무를 처리하고 점심 식사를 끝내니, 12시. 다시 곯아떨어져서 2시간 동안 낮잠을 잤습니다. 훤한 대낮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습니다. "오늘 동두천 락 페스티벌 가냐? 나는 못 가는데, 너는 집도 멀지 않으니 가겠네?"
엇, 이게 무슨 소리지?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QWER이 나오는 페스티벌만 다니고 있거든요. 물론 마음이야 세상 모든 페스티벌을 다 돌아다니고 싶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QWER은 10월 3일 첫번째 단독 콘서트를 위해 맹렬히 연습 중이었고, 그 사이에 나오는 행사들은 제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제 오프라인 덕질에 잠시 공백기기 생긴 상태였지요. 그래서 친구가 오프라인 축제의 감을 잃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두천 락 페스티벌 2025]의 라인업과 타임테이블을 보니, 친구가 제게 권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헤비메탈 걸밴드 '롤링쿼츠'가 출연 예정이더군요. 저는 지난 8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5] 때 롤링쿼츠 공연을 놓쳤습니다. QWER 팬덤인 바위게들과 Cass존에서 맥주를 마시며 몇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죠. 롤링쿼츠의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그녀들은 다른 기회에 또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25년에 페스티벌 붐이 크게 일었는지라, 롤링쿼츠도 은근히 자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죠. 게다가 [펜타포트] 첫 날은 너무도 태양이 강렬해,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꿰뚫고 있는 친구라서 제게 [동두천 락 페스티벌]을 권했겠지요. 그리고 이제 선선한 가을 밤, 롤링쿼츠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
물론 다른 가수들의 공연도 즐길 예정입니다만, 솔직히 모든 팀을 다 사랑하기는 어렵죠. 게다가 저는 QWER 덕분에 이제 겨우 음악 씬에 다시 취미를 들이기 시작했을 따름이거든요. 제 집은 노원역 근처라, [동두천 락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두천중앙역까지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함양에서 기가 빨려 운기조식 중인 토요일 오후, 어차피 제 본업에 집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에 냉큼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뛰네요.
올해로 25회인 국내 최장수 락 페스티벌인 [동두천 락 페스티벌]. 무료 공연인 대신에 네이버에서 선예매 과정이 있었더군요. 그리고 당일 현장 티켓 분배는 500장 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QWER 덕분에 다양한 오프라인 페스티벌 경험이 쌓인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이 날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돈을 들인 유료공연일 경우, 비가 와도 이를 악 물고 갑니다. 반면에 무료공연일 경우, 갈 의욕을 상실합니다. 저는 이 날 비가 오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었기에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비가 와도 상관없습니다. 가을 밤 시원한 동두천 옆에서 비를 맞으며 페스티벌을 보는 기분이야 끝내주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난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 2025]에서 올림픽 공원 잔디밭에 바위게들과 모여 비를 맞으며 '터치드'의 공연을 만끽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오히려 좋아" 모드이지요.
둘째, 동두천 다리 밑에 임시로 설치한 무대의 경우,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500장으로 제한된 티켓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가서 보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티켓이 일찍 동이 날까 봐 포기하는 초짜들은 저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죠. 그 동안 QWER 관련 페스티벌 티켓 전쟁을 하느라 피가 말랐는데, 이제는 진정 '널널한' 공연을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동두천 락 페스티벌]은 동두천중앙역 1분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신천교에서 있었습니다. 수제맥주를 좋아하는 저는 동두천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는 <동두천 브루어리>를 방문하기 위해, 동두천중앙역을 찾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 은근히 호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한국과 미국이 뒤섞인 독특한 매력을 많이 상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이 있는 도시입니다.
동두천중앙역을 나와 쭉 걸어가니, 페스티벌 입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서 있으면, 그곳이 바로 페스티벌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부는 신천교 아래로 걸어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운영진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저는 [동두천 락 페스티벌]의 운영진에게 특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세븐록프라임 락 페스티벌]의 경우, '유료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뉴스에 나올 정도였죠. 후속 대처 또한 미흡해서, 음악 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동두천 락 페스티벌]의 경우, 티켓 부스에서 일하는 분들과 안전 요원들이 정말 친절하셨습니다. 지역 주민임이 분명한 할아버지 진행 요원들 또한 친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올해 방문한 페스티벌 가운데 가장 고객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다른 페스티벌들의 귀감이 될 정도였습니다.
덧붙여 말하면, [펜타포트]와 [세븐록프라임]보다 [동두천]의 음향이 훨씬 좋았습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10만원을 넘게 주고 간 페스티벌보다 무료 동네 축제가 음향이 훨씬 좋다니. 최근 페스티벌 붐이 일면서 졸속 운영을 일삼는 페스티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하다간 금세 대중들의 관심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페스티벌이야 수많은 야외 활동 가운데 하나이기에, 대체재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 안 되면, 일본 뮤직 페스티벌을 보러 가도 되지요. 일단 음향에서부터 압도적으로 뛰어나니까요. 뭐, 이 글은 페스티벌 성토장이 아니기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동두천 락 페스티벌], 칭찬합니다!
공연 장소는 생각 이상으로 널널해서, 저는 금세 무대 앞쪽 4열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펜타포트]에서도 불가능했던, '롤링쿼츠 코 앞에서 보기'가 가능하겠군요. 그런데 무대 앞열은 대부분 노란색 슬로건을 두른 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와서 자리를 잡은 충성팬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바로 오늘의 헤드라이너인 FT아일랜드의 팬이었습니다.
이제는 중견 밴드가 된 FT아일랜드. 제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FT아일랜드 팬들로 인해, 온갖 언어들이 난무했습니다. 제 바로 앞에는 두 명의 싱가포르 팬들이 자리했죠. 뒤쪽에는 일본 여성 팬들이 있었고, 중국에서 온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포토카드를 '나눔'하는 광경도 보였죠. 듣자 하니, 오전 10시 경부터 와서 펜스를 잡았다는데, 그 오랜 세월 동안 지치지 않고 FT아일랜드를 응원하는 열정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QWER의 경우 2023년 10월에 데뷔했으니, 아직 2주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FT아일랜드 선배처럼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팬덤 바위게도 마찬가지이고요.
[동두천 락 페스티벌]에는 매년 밴드경연대회 결선 공연이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어제인 9월 12일(금)에 있었는데요. 오늘은 작년 밴드경연대회 우승팀인 '리디안'의 공연으로 페스티벌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시장님'의 연설이 뒤따랐습니다. 다만 내외빈(?) 들의 멘트가 매우 짧아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시 25회를 맞는 관록의 락 페스티벌이라,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짧은 소개 인사가 끝난 뒤, 곧바로 미8군 밴드의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군복을 입고 올라온 3명의 근육질 미군들을 보자마자 가슴이 뛰었습니다. 앗, 죄송합니다. 성적 취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렇게 군복을 입은 근육질의 상남자들이 현란하게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를 장악하는 광경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해외에서 온 유명 밴드의 경우에도 짧은 머리에 군복을 입고 있지는 않죠.
오늘 밴드의 리더는 기타와 보컬, 그리고 키보드를 모두 맡았습니다. 짧은 머리에 감정이 풍부하고, 모든 멘트에서 객석에 대한 배려와 무대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드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그는 연주 초반에 기타 보디를 가끔씩 만졌는데, 알고 보니 격렬하게 놀리던 손가락에서 피가 터져 나와 기타에 묻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씩! 웃으며, "Well, that is Rock n' Roll, right?" 하면서, 곧장 다음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이게 상남자지! 둘째 가라면 서러운 락 덕후인 스파이크에게 이 내용을 전했더니, 곧바로 "날 가져요!"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는 채, 보컬은 기타를 등 뒤에 메고 키보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그동안 방황했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으며, 자기 혐오에 빠졌었는지를 담담하게 읊었습니다. 저는 잠시 눈물이 났습니다. 저 솔직함, 저 진솔함.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저 몸뚱이 안에는 여전히 방황하는 영혼이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그냥 말이 필요 없습니다. "X나 멋있네!"
미8군 밴드의 공연이 모두 끝났지만, 관객들은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쳤습니다. 이에 미8군 밴드는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그 유명한 라디오헤드의 <CREEP>을 연주했습니다.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g special. 난 내가 특별하기를 바랬어. 넌 정말 끝내주게 특별해. But i'm a creep. I'm a wierdo. 하지만 나는 극혐이야. 나는 사회부적응자인 괴짜라고.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도대체 난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도 않는데 말이야."
앞선 연주에서 밴드 리더의 나레이션을 들었던지라, <CREEP>의 가사가 더욱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리더의 기타 솔로는 말 그대로 울부짖는 듯했습니다. 악기 연주는 테크닉 자랑이 아니죠. 악기는 사람의 성대처럼 노래해야만 합니다. 결국 성대 또한 소리를 내는 악기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미8군 밴드의 <CREEP>은 결코 감정이 과잉되지 않았습니다. 흔한 <CREEP> 커버는 오버하는 느낌이 있죠. 하지만 미8군 밴드의 경우, 절제된 가운데에서도 토해내는 에너지의 크기가 어미어마했습니다. 이건 뭐랄까요, 좀 '본토 감성'이었습니다. 저는 미8군 밴드의 공연을 보자마자, 오늘 정말 오기를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여기를 찾은 후회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국내 밴드의 공연 또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To be continued)
https://www.youtube.com/shorts/tXJU8whXY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