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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와 트와이스 쯔위 삼촌팬

많은 아재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삼촌팬이다. 아니, 적어놓고 보니 벌써 나는 트와이스의 삼촌팬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쑥 올라온다. 나는 트와이스 앨범을 산 적도 없고, 트와이스의 음원을 다운로드하지도 않으며 트와이스 콘서트를 가지도 않고 트와이스가 나오는 예능을 전부 시청하지도 않는다. 트와이스의 팬들은 트와이스가 '회전문'이라며 한 멤버에 빠지기 시작하면 이내 다른 멤버에게도 반한다 하지만, 나는 트와이스의 데뷔 때나 지금이나 오직 쯔위만을 응원하다. (삼촌팬 이론에서는 '응원한다'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내가 트와이스의 쯔위 팬이라고 말하면, 많은 친구들은 농담 삼아 "롤리타 콤플렉스 아니야?"하고 웃는다. 엄청나게 편향적이고 진지한 운동가들이라면, 나를 의문의 눈초리로 따갑게 쳐다볼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고전이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라고 설했다. <롤리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는 이들 가운데 90%는 그 명작을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며, 나머지 9.9999%는 한 번 정도 읽고서 아는 척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롤리타의 이름이 돌로레스이며 그의 아버지이자 애인의 이름은 험버트이고, 험버트의 경쟁 상대이자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는 퀼티라는 기본사항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롤리타>는 그 내용의 난해함과 애매모호함으로 악명이 높으며, <롤리타>를 출판한 당시 어떤 평론가는 "늙은 유럽이 젊은 미국을 타락시키는 소설"이라고 한 반면, 다른 평론가는 "젊은 미국이 늙은 유럽을 타락시키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롤리타>는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수준의 소설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책 좀 읽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가? 아니다. 그 반대이다. 나는 책을 전혀 읽지도 않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아는 척하고 자랑하는 것을 경계하고, 나아가서 그런 이들로 인해서 나 같은 악의 없는 삼촌팬이 변태로 매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롤리타>의 구성이 제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유럽인 험버트는 10살을 갓 넘은 롤리타의 "육체와 교태, 어린 요부의 자태"에 반한다. 즉 '성적으로' 반하는 것이다. 비록 그가 가면 갈수록 롤리타를 진실로 사랑하게 되고, 그의 손을 벗어나 결혼하여 임신한 결과 롤리타적 이미지를 완전히 잃은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다시 살자고 애원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그녀의 성적인 매력에 빠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트와이스 쯔위를 "진정으로" 아끼는 팬들이 내는 목소리는 이와 다르다. 놀랍게도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트와이스 쯔위를 응원하는 팬들은 그녀의 한결같은 "순한 성품"과 "올바른 이미지"로 인해 그녀를 아낀다. 이는 트와이스 쯔위를 오랫동안 깊게 지켜보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일 것이다. 왜냐하면 트와이스 쯔위는 경국지색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며, 처음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여전히 주로 외모로 칭송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쯔위의 팬들은 안다. 그녀의 별명은 "쯔뭉이"인데, 그 별명은 쯔위와 멍뭉이의 합성어이다. 즉 어린 강아지처럼 순하고 바르고 악의 없는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는 별명이 "쯔뭉이"이다. 걷고 서는 자세마저도 항상 곧은 쯔위는 트와이스 팬들 사이에서도 순둥순둥하고 바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발랄하고 활달한 트와이스 한국 멤버들 사이에서 쯔위의 신중함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삼촌팬이 쯔위를 응원하는 것은 결코 <롤리타>에서 나타나는 그런 끌림 때문이 아니다. 쯔위를 격하게 아끼지 않는 팬들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쯔위의 진정한 팬들 가운데 쯔위를 <롤리타>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미지로 이해하고 그렇게 빠져드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 보지 않은 나로서는,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삼촌팬들은 어린 친구들이 쯔위를 좋아하는 이유 이상의 이유를 갖고 있기도 하다. 즉 내가 보기에, 쯔위는 오늘날에 중화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80년대 홍콩영화 여배우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왜 오늘날에는 임청하나 왕조현 같은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여배우가 중국이나 홍콩에서 나오지 않는지 매우 의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이미지를 지닌 여자 연예인을 영화계가 아닌 가요계에서 찾았으니, 다름 아닌 쯔위이다. 아마 80년대 홍콩 영화를 물리도록 본 삼촌팬들은 쯔위가 그때 당시 여배우들의 분위기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이제 단순히 삼촌팬이 트와이스 쯔위를 "응원"한다고 해서, 그를 롤리타 콤플렉스 덩어리로 매도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롤리타>의 여주인공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뇌쇄적이고 남자 주인공과 관계를 갖기 이전에 이미 다른 남자와 잔 경험이 있으며, 남자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고 먼저 그를 모텔에서 유혹하기도 했다. 험버트는 어린 시절 애너벨과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 병원에서 나온 뒤에 미국을 찾았고 애너벨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 어린 소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 대한민국 많은 삼촌팬들은 걸그룹들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움찔거릴 정도로 삼촌팬들은 순진한 구석이 많다.


일찍이 가수 비는 콘서트에서 자신이 옷을 벗는 이유는 옷을 벗어야 팬들이 더욱 열렬하게 응원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자 팬이 비가 옷을 벗는다고 해서 좋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성적 취향의 문제까지 다루고 싶지는 않다.) 가수 비는 분명히 여성 팬들을 염두에 두고 반장 난으로 이런 사실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남성 아이돌 그룹 팬들은 우리 오빠가 웃통을 벗으면 좋아한다. 하지만 여성 아이돌 그룹 팬들은 우리 동생들이 짧은 치마를 입으면 성을 낸다. 소속사 사장이 돈에 눈이 멀어 저렇게 어린애들에게 저런 옷을 입혀서 내보낸다고 분노한다. 사실 이는 삼촌팬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남성팬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걸그룹이 많이 벗으면 벗을수록 남성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3대 대형 기획사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에 자신들의 걸그룹이 조금이라도 야하게 입고 나오는 날에 자기네 게시판이 어떤 욕설들로 도배되는가를.

이제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폄하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롤리타>에 나오는 롤리타 콤플렉스는 단순히 나이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삼촌팬들이 차라리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 철이 들지 않았다는 평가는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지만, 나와 같은 삼촌팬이 롤리타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고 하면 터무니없는 억측이자 인격모독이다. 글이 갑자기 너무 진지해졌는데, 정말 삼촌팬 노릇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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