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의 컴백 예고 및 팬덤 바위게의 자작곡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은 <액체 현대>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등을 통해, 무엇 하나 고정적이지 않고 급속히 유동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정체성과 안정감을 상실한 채 떠도는 현대인을 탁월하게 분석했습니다. 100년 가까이 긴 세월을 살아낸 바우만은 놀랍도록 감각이 젊고 탁월했는데요. 2차 세계 대전(1939-1945) 이전에 출생해서 20세기의 큰 사건을 몸소 다 경험하고, 현대인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겪는 문제점에 관한 뛰어난 저서를 발간한 뒤 긴 삶을 마감했죠. 1920년대에 태어난 철학자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철학적 관점에서 예리한 비판을 가할 만큼 감각이 젊고 열려 있는 학자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아마 지금 살아 있었더라면, AI에 대해 그 어떤 미래학자보다 탁월한 분석 및 예견을 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앞서 말한 저서들에서 내놓은 수많은 탁견 가운데 하나는, 현대 사회가 '소비 사회'로 변함에 따라, 현대인 또한 '소비하는 인간'으로 변했다는 점이죠. 물론 인간은 소비하지 않고 살 수 없죠. 더 이상 자급자족 사회가 아닐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바우만은 소비를 전혀 하지 않고 로빈슨 크루소처럼 모든 것을 직접 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소비하는 인간'이란, 오직 소비에만 치중한 나머지 '생산의 기쁨'을 잃어버린 수동적 인간을 일컫죠.
물론 소비가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소비가 즐겁지 않다면, '쇼핑중독'이라는 현상이 일어날 리 만무하죠. 소비를 통해 원하는 것을 가질 때, 우리는 도파민을 느낍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아닌) 많은 경우, 소비 행위는 수동적이며 비주체적입니다.
소비 행위가 생산을 위한 투자일 때, 그 소비 행위는 능동적이며 주체적이죠. 또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해내고 그 행위의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 내 기쁨은 능동적이며 주체적입니다. 그리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기쁨은 절대 공허함을 남기지 않습니다. 만족감과 충족감으로 우리는 한동안 가득 차게 되죠. 반면에 수동적인 소비 행위는 반복되면 될수록 허전하고 채울 수 없는 갈증만을 낳습니다. 이것이 스피노자가 말하는 '능동적 기쁨'과 '수동적 기쁨'의 차이죠. 수동적 기쁨은 도파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허함과 갈증, 심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생산은 반드시 '남이 알아주거나 돈이 되는' 결과물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무언가를 했다면 '했다는 행위' 자체가 곧 생산물이며, 과정이 곧 결과죠. 그것이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오직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써 기쁨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 고통과 시련도 없지 않지만 말이죠.
가령 QWER이 해남이나 진해에서 공연을 할 때, 그녀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결과물을 생산합니다. QWER 팬덤을 위해 왕복 셔틀버스를 마련하는 바위게 또한 그녀들 못지않은 생산자입니다. 멤버들의 생일 카페를 준비하는 바위게, 영상이나 사진을 만드는 바위게, 팬 미팅 때 그녀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바위게, 모두 능동적 생산자입니다.
그렇다면 방에서 QWER의 음악을 듣는 바위게는 능동적 생산자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행위' 및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생산했지 않습니까! 바우만이 말하는 '소비하는 인간'의 문제는, 자기 자신과 현실이 너무 싫은 나머지 도피하는 차원에서 '아무 생각 없이' 끊임없이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현대인은 본인이 별로 필요로 하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데도, 무턱대고 소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행하는 것', '남들이 하는 것'이라면 무지성으로 소비하는 행위죠. 우리는 그것을 '돈 낭비' '시간 낭비' 등 '낭비'라고 표현합니다. 소비는 이렇게 수동과 능동에 따라, '낭비'와 '낭비 아닌 것'으로 갈립니다. 그리고 소비중독의 동력은 불안입니다. 자신과 현실에 대한 불안으로부터의 대표적 도피 수단이 소비중독, 다시 말해 낭비죠.
2026년 2월 10일 화요일, QWER의 팬덤인 바위게들은 위버스에서 '팬클럽 사전예매 선인증'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3월 20일에서 22일까지 QWER의 앵콜 콘서트가 '서울 올림픽공원 티켓링크 아레나'에서 열리기 때문이죠. 유료 가입한 팬클럽 1기의 경우, 사전예매의 혜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예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선인증 과정이 필요하죠. 그리고 2월 11일부터 사전예매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선인증을 까먹어서는 안 되겠죠.
그런데 2월 10일 저녁 6시, 어떤 바위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요일과 시간에 자체 콘텐츠 하나가 QWER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옵니다. 제목은 <이제 슬슬 컴백해야지..? l 최애의 아이들 시즌3 EP0>였습니다. 옳거니,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새 앨범이 드디어 오는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DEZ9Qm-ULCc
1월 말에 있었던 히나 생일 카페나 유기견 자원봉사 등에서 만났던 바위게 가운데에서는 새 앨범을 간절히 원하는 바위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 가운데 한 명이고요. 물론 앨범을 담당하는 소속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멤버들의 건강, 특히 쵸단의 무릎 상태를 염려해서 '앨범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지만 (쵸단을 염려해서) 빨리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진퇴양난에 빠진 바위게들이 꽤 있었죠. 게다가 QWER은 말 그대로 2023년 데뷔 이후 휴식 기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재충전의 기간은 필수적입니다. 래퍼들의 래퍼라고 존경받는 '켄드릭 라마' 또한 음악적으로 방전되었다는 이유로 몇 년을 쉬었을 정도이니까요.
다만 저에게, QWER은 어디까지나 '뮤지션'입니다. 멤버들의 개인적인 성장이나 팀 자체의 기량 성장, 방송계로의 진출 확장 등도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을 할 때의 그녀들이 가장 좋으며, 그녀들의 음악적인 성장 및 새로운 모습을 고대하는 음악팬이기도 하죠. 그래서 '액체 현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정규 앨범보다는 싱글 한 곡을 자주 발표하는 편이 '틱톡'과 '쇼츠'와 '1.5배 재생'의 시대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 개인의 망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녀들의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는 바위게일 따름이니까요.
QWER도 이와 같은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아이돌 자아'를 장착하고 '성인 ADHD 아이돌'로 새롭게 떠오르는 만찢녀 기타리스트 히나가 다음과 같이 말했으니까요.
히나를 비롯한 QWER 멤버들은' 앨범이 나온 지 8개월이 지났는데, 언제 새 앨범을 내줄 것이냐'라고 김계란을 닦달합니다. QWER이 8개월 동안 (<흰수염고래> 리메이크를 제외한) 신곡이 없었다면, 음악을 좋아하는 바위게들이 점점 심심해질 것이란 점을 정확히 지적했죠. 한편 김계란을 '사장님'으로 모시던 2023년 데뷔 초의 모습과 비교하면, 아래로 내려다보는 멤버들의 눈빛이 '상전벽해'를 실감케 합니다. 뭐, 중요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QWER의 컴백이 가시화되었다는 것이죠.
물론 QWER의 컴백은 여타 아이돌이나 밴드와는 다릅니다. '최애의 아이들 시즌 3 에피소드 0'이라는 영상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들의 컴백은 소속사 3Y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로 서사(narrative)를 서서히 빌드업합니다. 김계란은 3월 22일에 앵콜 콘이 끝나는 대로 컴백을 하는 쪽으로 말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에는 앨범이 만들어지는 서사가 차근차근 쌓이겠지요. 그 와중에도 QWER의 월드 투어는 계속 진행됩니다. 팬덤 내에서 떡밥이 식을 일이 없겠지요.
사실 최근 QWER의 외컨(외부 콘텐츠) 출연이 잦아지면서, 컴백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습니다. 히나 생일 카페에서 3월 컴백과 4월 컴백 중 어느 쪽일 것 같냐는 한 바위게의 질문에, 저는 3월 컴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컴백이 공식화되니, 정말 기쁠 따름이네요.
한편 QWER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최애의 아이들 시즌3: EP0>가 업로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팬튜브 채널인 <전지적 바위게 시점>에서는 <최악의 아이들: EP0>이 올라왔습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요. 어쩌다 보니, QWER의 소속사인 3Y와 팬튜브는 QWER의 컴백을 견인하는 쌍끌이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sDx8QVGM-Y
이 31초 영상은 '바위게 자작곡 프로젝트'를 알리는 티저였습니다. 3Y에서 제작했던 <최애의 아이> 시리즈를 적절히 패러디한 영상 속에서, 바위게들은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여 악기를 연주하고 녹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칭찬했을 '능동적 생산자'의 모습이었죠. 그들은 QWER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습니다. 능동적으로 즐겼기에, '낭비'가 아니었죠. 그리고 이제 그 투자는 '자작곡'이라는 새로운 생산 프로젝트로 연결되었습니다.
제가 견문이 좁기는 합니다만, 2026년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의 팬덤 가운데 '자작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자작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며 그것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남기는 팬덤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 없는데요. 뭐, 그렇다고 해서 QWER 팬덤이 더 대단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QWER 팬덤의 일원으로서 오랫동안 QWER 못지않게 팬덤의 성장을 지켜본 저입니다. 이 팬덤은 대한민국 팬덤 역사상 최초의 일들을 지금껏 수없이 해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문화에 '깃발'과 '슬램'이라는 밴드 문화를 접목시킨 것이 그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죠. 또한 QWER 데뷔 2주년을 기념해서 이미 'QB밴드'라는 두 '팬덤 밴드'가 건물을 대여해 멋진 라이브 무대를 펼쳤죠. 그 자리에 저도 있었으며, QB밴드가 공연하는 중에도 뒤에서는 바위게들이 몸뚱이를 부딪히며 슬램을 하고 있었습니다.
QWER 팬덤인 바위게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를 '생산'하는 능동적 생산자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저 또한 어쩌다 보니, 데뷔 2주년을 갓 넘긴 QWER에 관한 책을 2권 써낸 작가가 되었습니다. '데뷔 2주년인데 벌써 책이 2권 나온 대한민국 최초의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을 QWER에게 안겨주었다는 기쁨이 사실 제게는 무척이나 큽니다. '소비의 기쁨'과 달리 '생산의 기쁨'은 아름다운 추억과도 같아서, 떠올리고 또 떠올려도 만족스럽고 흐뭇하니까요.
하지만 저 같은 '책상물림' 생산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행력을 갖춘 일단의 바위게가 '자작곡 프로젝트'를 런칭했네요. 마치 QWER이 <청춘서약> 자작곡 대작전을 했던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향후 바위게 밴드들이 자꾸 늘어나서 마침내 그들이 정식으로 데뷔하고 멜론 차트에 곡을 올리며 QWER과 함께 공연하게 되리라고 제가 말한다면, 지나친 망상일까요? 하지만 꿈꾸는 자만이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꿈꾸지 않는 자에게는 실현할 꿈조차도 없죠.
QWER 컴백 다큐멘터리인 <최애의 아이들 시즌 3>와 QWER 팬덤의 자작곡 프로젝트인 <최악의 아이들>이 같은 날에 온라인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대한민국 음악 역사에 가수와 팬덤이 동시에 신곡 발표 준비를 알리고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일이 없거든요. 이 때문에 2026년 2월 10일은 한국 음악 역사에서 또 한 번 마땅히 기억되어야 할 날이 아닌가 합니다. QWER 사관을 담당하는 저 또한 슬슬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실 제 가슴은 이미 뜨겁습니다. 왜냐하면 2월 19일 QWER 후쿠오카 콘서트가 다음 주로 다가왔고, 저는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 2026년, QWER이 대한민국에 선사하는 도파민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제가 2024년부터 이야기해 왔지만, QWER은 오늘의 고점이 내일의 저점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어서 승선하세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