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0 QWER 오사카 콘서트 사운드체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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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0일 토요일 아침, 저는 오전 5시 반에 기상했습니다. 숙소 침대가 어찌나 편안한지, 정말 꿀잠을 잤습니다. 어젯밤 QWER 콘서트의 감동이 곧바로 밀려오지만, 일단 서둘러 샤워부터 합니다. 왜냐하면 QWER 베이시스트인 마젠타가 추천한 '오호리 공원'에 산책가야 하기 때문이죠. 아니, 산책했다 돌아오는 게 아니라 완전히 체크아웃하는 것입니다. 11시에 후쿠오카 공항에서 바위게를 만나 함께 국내선을 타기 위해서는, 아예 체크아웃해서 오호리 공원에 머물다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편이 나았거든요.

6시 반에 체크아웃한 뒤에 오호리 공원 쪽으로 걸어갑니다. '스타벅스 오호리 공원점'까지 도보로 약 20분. 천천히 걸어가면 7시에 오픈런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오호리 공원점'은 뷰가 좋기로 유명한데요. 점심시간 이후에는 사람이 많아, 제대로 분위기를 즐길 수 없습니다. 특히 창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오픈런을 하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제가 와서 보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새벽 조깅을 마친 러닝 크루들이 속속 들어서는 가운데, 저는 말차 라테를 주문하고 창가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공연 때 받은 슬로건을 창가에 기대 놓았습니다. 매 공연마다 바뀌는 슬로건. 수집에 취미가 있는 바위게들은 구겨지지 않도록 바인더에 정성스레 보관해서 귀국할 것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챙기는데 재주가 없는 저는 벌써부터 여러 번 접힌 종이 슬로건을 사진 속에만 남겨두기로 합니다. "항상 빛나는 QWER, 어디에서든 바위게가 항상 응원할게." 어찌 보면 평범한 멘트입니다만, 저 슬로건의 제작자는 '어디에서든'이나 '항상'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진심이었을 겁니다.

QWER은 대형기획사 소속 연습생 출신이 아니고, 그 때문에 자신이 '엘리트 아이돌'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사실이 아니니까요. 바위게 또한 숱한 편견과 조롱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QWER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바위게들이 함께 했고, 그녀들을 향한 바위게들의 응원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항상' 이어졌습니다.

QWER은 우상(아이돌, idol)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한 전우이자 마음을 터놓은 동네 친구 같습니다. 걸그룹과 팬덤 사이에 가능할 법하지 않은 병맛 개그를 주고받으며 놀았고, 그녀들과 함께 하는 공연장 분위기도 MT를 온 것처럼 흥겹습니다. 물론 무섭게 성장하는 그녀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를 아쉬워하기보다는 그녀들과 만날 수 있는 현재에 충실해야죠. 저는 비록 스타벅스 오호리 공원점에 앉아 있습니다만, 어디에서든 항상 QWER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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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가 되어 저는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제대로 했네요. 12시 50분에 오사카로 출발하는 피치항공 여객기를 타야 하기에, 이제 슬슬 이동해야만 합니다. 도진마치 역으로 이동해 유유히 지하철에 탑승합니다.

바위게와 후쿠오카 공항 피치항공 카운터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저나 그나 모두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습니다. 우리 둘은 체크인을 마친 뒤, 2층의 푸드코트로 이동해 간단히 점심을 해치웠습니다. 그런 뒤 커피를 마시기 위해 3층 카페테리아로 이동했는데, 알고 보니 3층 식당가에 먹을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스타벅스나 공차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몰려 있었죠. 우리 둘은 그 가운데 넓은 통창을 갖춘 '툴리스 커피(Tully's Coffee)'에 자리 잡았습니다. 각국의 여객기들이 뜨고 내리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명당이었죠. 12시 5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넉넉했습니다.

2025년 5월 16일 시요밍 생일 때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있었던 QWER 공연에서 처음 만난 이 바위게. 우산을 집어던지는 시요밍의 모습에 같이 환호했던 추억이 지금도 방울방울. QWER 공연 모습을 보고 반해 베이스를 잡게 된 이 바위게는 어느덧 밴드 공연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넉넉한 체격에 사람 좋은 이 바위게와 저는 QWER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 바위게는 "제게 있어 QWER 덕질은 QWER이 2/3, 바위게가 1/3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죠. QWER이 3/3이 되면 참으로 좋겠지만, 자칫 과몰입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위게가 3/3이 되면 (나쁜 의미로) 친목의 위험이 발생하죠. 더구나 그렇게 되면 더 이상 QWER 덕질조차 아니죠.

저마다 다른 기질을 지니고 있기에, 덕질 방식 또한 제각기 다르죠. 2/3이나 3/5 등의 비율도 자신이 정해야 할 바입니다. 오직 핵심은 '덕질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팬의 덕질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페이스가 흔들리면, 내 가수를 '오래오래' 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진정 행복한 덕질을 하려면, 가수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만 합니다. 그 무엇이든 '나답게' 하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이런 통찰로 인해 '테스 형'은 서양 철학의 아버지로 우뚝 설 수 있었죠. 그러고 보니, 그분의 외모 또한 수컷 바위게들과 닮았네요...


한편 베이스만큼이나 두툼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 바위게와 저는 오늘의 공연장인 '젭 오사카 베이사이드'까지 리무진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티켓을 현장구매해서 '사운드 체크'를 함께 보기로 결정했죠. 리무진의 종점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였지만, 우리는 그런 테마 파크가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니, 저 멀리 줄을 서서 대기하는 바위게들이 보였습니다. 서둘러 800엔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사운드 체크'를 보기 위해 대기 중인 바위게들을 보니, 역시 익숙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이 3일 공연 내내 '사운드 체크'를 볼 예정이었죠. 우리는 티켓 현장 구매 가격(7,500엔)을 지불하고 줄을 섰습니다. 전날 열심히 응원을 한 나머지 벌써부터 목이 쉰 바위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죠. 어제 그룹포토를 찍으면서 멤버들과 손하트를 했거나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후일담을 계속 듣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습니다.

사실 오프라인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바위게 대다수는 직장인 남성이며, 대부분이 T입니다. 걸밴드를 좋아한다고 해서 허술하거나 나사가 빠진 사람이 아니라, 일처리나 돈계산이 칼 같이 확실한 어른들이죠. 하지만 어떤 바위게가 멤버와 손하트를 했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대번에 부러워하며 풀이 죽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질투한다기보다, '왜 나에겐 이런 행운이 오지 않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지는 것이죠. 사회생활을 똑 부러지게 하는 직장인이면서도 저렇게 순수하다니, 어쩌면 그런 반전 매력이 이들을 더욱 친근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질투심에 '줄'을 연달아 외치는 군필여고생들과 함께, 저는 '젭 오사카 베이사이드' 공연장에 입장했습니다.


비록 티켓을 현장구매했던 터라 입장 순서가 뒤쪽이었지만, 공연장이 컸고 '사운드 체크' 관람 인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가까이에서 QWER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더 가까운 위치에서 본 적도 있으니, 거리는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저를 비롯한 일부 바위게들은 오히려 뒤쪽으로 물러나 검은색 펜스에 기대어, 툭 트인 시야로 QWER의 리허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운드 체크'는 일반적으로 노래 3곡 및 QWER과 팬덤 간의 간단한 대화로 구성됩니다. 딱 짜인 룰이 있다기보다는, 그녀들이 사운드를 체크하면서 바위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거나 아이컨택을 하며 장난을 치는 등 자유로운 형식이죠. 여기는 코어 팬덤이 다수를 차지하는지라, QWER이 긴장을 풀고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를 점검할 수 있었죠.

이날 오사카 '사운드 체크' 때는 <고민중독>, <디데이>, <디스코드> 등 총 3곡 무대가 있었는데요. 이윽고 화려한 무대 의상이 아닌 편한 사복 차림의 QWER이 손을 흔들며 무대 위에 등장했습니다. 어젯밤에 무슨 간식을 먹고 잤는지, 다들 얼굴이 통통한 것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동네 친구 같은데(물론 QWER은 아재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집 앞 카페에서 중간고사 공부하는 여대생 복장으로 나오니 더욱 친근했죠.

QWER이 "오늘 저희를 처음 보신 분들?"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 등의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닳고 닳은 한국 바위게들은 지독하게 말 안 듣는 유치원생처럼 손을 번쩍번쩍 들었습니다. QWER도 이들을 포기했죠. 사실 바위게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오늘'은 QWER을 처음 봤으며, 후쿠오카에서 오사카로 넘어왔으니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맞죠.

그 외에 시요밍은 멤버들에게 오사카에서 즐겨 쓰는 박명수식 호통인 '난데야넹(何でやねん, 뭐라 카노)!'을 가르쳤고, "바위게들은 내게 친구가 아냐! 코.이.비.토.(こいびと, 사랑하는 사람)"라고 농담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보케(ボケ, 엉뚱한 소리) 역할을 하면, 멤버들이 츳코미(ツッコミ, 핀잔 주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역시 순수한 멤버들이라, 강도가 약했습니다. 그래서 오사카 팬에게 '원어민 강사'의 츳코미 시범을 요청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시요밍의 '코이비토' 드립에 '난데야넹!'이라고 벼락같이 호통을 쳤는데요. 역시 가수와 팬덤이 서로에게 조롱을 일삼는 QWER 유니버스 문화는 현해탄을 건너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사운드 체크'를 본 공연만큼이나 즐겁게 봤는데요. 이런 소규모 공연을 보면서, 대학로의 전설적 소극장인 '학전'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작곡한 가수 김민기가 1991년에 세운 이 소극장은 가수 김광석이 죽기 전까지 1,000회 이상 공연을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글로벌 밴드의 길에 들어선 QWER이 홍대나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할 일은 당분간 없을 듯합니다. 다만 그녀들이 편안한 복장과 단순한 무대 세팅만으로 관객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공연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꿈꿔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XCpsbpXLIs&t=994s

[QWER 시연(Siyeon) ROCKATION Sound Check in Osaka]

'사운드 체크' 시간은 귀신같이 빨리 흘러갔고, QWER은 본 공연에서 다시 보자면서 손을 흔들며 퇴장했습니다. 바위게들 또한 입장 줄을 서기 위해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죠. 바닷바람이 시원한 '젭 오사카 베이사이드'에는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으며, 네온사인이 환한 건물 입구에는 VVIP 고객을 시작으로 긴 줄이 생겼습니다.

후쿠오카와 마찬가지로, 관객을 입장시키는 방법이 다소 올드합니다. 하지만 사운드 체크를 보고 들뜬 마음에, 대기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저와 몇 번 인사를 나누었던 대학생 바위게와 함께 입장했고, 펜스 자리를 확보해서 기댈 수 있었습니다. 제 뒤에는 일본인 바위게 두 분이 계셨는데, 사운드 체크 때 외국 바위게가 나눠 준 포토카드를 그녀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뿌듯했습니다. 팬메이드 굿즈를 서로 다른 팬들에게 나눔 하는 것 또한 매우 바람직한 팬덤 문화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우리들은 또다시 천둥소리가 쩌렁쩌렁한 '젭 오사카 베이사이드' 안에서 QWER의 등장을 기다렸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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