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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Feb 17. 2022

취준생 땐 몰랐던 비즈니스 매너

생산 기획자의 비생산적인 글쓰기


누구나 미생일 땐 "완생"을 동경한다. 간절한 취준생은 더한다. 대기업 사원증 매고 아아를 마시며 걷는 사람들, 취업 설명회에 찾아온 과 선배에겐 후광이 내린다. 그래서 그런지 취준생에게 "비즈니스 매너"란 단어는 크게 느껴진다. 외국 바이어에게 젠틀한 이메일 작성법, 수트를 입고 거래처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당연히도 그 또한 중요한 비즈니스 매너다. 하지만 막상 직장을 다녀보니 내가 타인에게 원하는 비즈니스 매너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쉬운 것들이었다. 혹시 사회 초년생이면 밑에 4가지만 잘 지켜도 비즈니스 매너가 좋다 인정받을 수 있다.

 어쩌면 조금 진지한 취준생에게 "이 사람이 지금 장난치나?"라는 비난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직장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동의 의견을 부탁한다.


1) 혼잣말 참기


신입 시절, 옆자리 동료가 모니터를 보면서 "지금 내가 뭐하려고 했지?"라는 말을  나는 나에게 묻는 줄 알았다. 심지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동료가 무엇을 하려 했을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만약  이후 "아 맞다 거래명세서 전달해야지"라는 또 다른 혼잣말이 늦었 "혹시 ~~를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대답했을지 모른다.  


꽤 많은 직장인이 자꾸 혼잣말을 한다. 이유는 모른다. 뇌를 많이 쓰다 보니 편한 생각들 목에서 출발해 뇌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입 밖으로 새 나가는 까.

 어쩔 때는 혼잣말이지만 혼잣말이 아닌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아 진작 좀 발주하지 항상 늦네"라는 혼잣말은 나름 동료에게 다른 팀 늦은 일처리를 공론화하는 언어다. 이런 혼잣말은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용인된다.


그런데 말 그대로 진짜 "TMI혼잣말"도 꽤 많다.


가령, "아 어제저녁에 혼자 족발 소짜 먹었어야 됐는데 중을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아프네"라는 말은 정말 혼잣말이다. 만약 청자가 정해져 있다면 그건 대화를 발제하는 일이겠지만 그런 말을 배를 만지며 ASMR처럼 하는 사람도 많다.


2) 생리현상 참기


생각보다 사무실 안에선 방귀와 트림 소리가 잦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비즈니스 매너는 대단한 게 아니다. 뀌고 싶을 때 때 참고, 올라오는 트림을 삼키는 배려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1시나 2시가 절정이다. 어쩐지, 취준생에게 적기 민망한 정도다. 비즈니스 매너에서 앞에 4글자는 빼도 되겠다. 근데.. 정말 그런 사람이 많은 걸 어쩐담. 팀장들은 생리 현상 참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회사에서 높은 자리까지 가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 건강을 잃은 걸까.


그보단 이 가설이 조금 더 그럴듯하다. 그들은 마치 불편한 소리를 거리낌 없이 만들면서 계급적 위치를 사운드로 형상화하는 거다. 마치 사무실 안에서 그 정도 사회적 규칙 정도는 어길 수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뭐가 됐든 사원이 과장 앞에서 방귀를 뀌는 건 무례하지만 과장이 사원 앞에서 뀌는 방귀는 못 들은 척해야 한다면 그건 참 불공평하다. 방귀의 역학 관계랄까. 자주 들어도 적응 안 된다.


3) 입소문 참기 


현재 제약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제약이 아니라, 금융권으로 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말만 들어선 다들 투자의 신이다. 우리 공장에선 워렌버핏, 레이달리오, 삼프로가 약을 만든다.


"누가 어떤 종목으로 돈을 벌었다"라는 뉴스는 회사에서 가장 빨리 퍼진다. 언젠가 코인이 큰 유행을 끌었을 때, 어느 팀 대리가 몇 억을 벌었다는 소식이 잦았다. 어디 아파트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도 그렇다.

 나는 조금 꼬여있어서 다른 팀 동료가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근로 의욕 팍팍 떨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엑셀을 켜서 월급을 주 단위로 그리고 시급으로 나눈 뒤 내가 몇 시간 일해야 그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분만 나빠져서 엑셀을 끈다.


조금 의아하게도, 잃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적게 들린다. 물론 들려오긴 한다. 하지만 10만 원 벌은 사람들 뉴스는 100만 원 번 것처럼 빠르게 부풀려지지만, 돈 잃 사람들 단위는 몇 천만 원, 혹은 억 단위다. 사람들이 벌었다는 뉴스를 더 좋아해서 소문이 빨리 도는 건지, 잃은 사람들은 입을 꾹 닫아서 덜 들리는 건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1번과 3번의 콤비네이션은 예술이다. "하 오늘 에스오일 날아가네~~"같은 혼잣말을 상승 종목마다 하는 과장님은 정말 꼴사납다. 적다 보니 그냥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걸까. 커피라도 사주면서 자랑하지. 


4) 사무실 온도 빌런


나는 여름이 춥고 겨울이 덥다. 우리 사무실 얘기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음대로 시간을 움직이고, 우리 과장님은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한다. 어째 닥터 스트레인지 수염까지 닮은 듯하다. 그 과장님은 37도엔 47도인 것처럼 에어컨을 켜고, -7도엔 -17도처럼 히터를 튼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엔 정말 무한으로 히터를 돌린다. 그 훈풍과 함께 사무실에선 느닷없는 졸음 참기 챌린지가 시작된다.   


#

서두에 취준생들께 4개만 잘 지켜도 된다고 밝혔지만 사실 위 규칙은 신입사원이 어기기 힘들다. 위법 사항까지는 아니다만,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의지가 있는 신입사원이라면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방귀를 뀌거나, 가십을 나르거나, 사무실 온도를 제멋대로 바꿀 수는 없다.


어쩌면 뻔뻔함도 나이와 직급에 비례해서 허락되는 걸까 싶다.


이미 그렇게 돼 버린 사람들은 모르겠고, 나는 다르고 싶다. 나이를 먹어도 품위를 갖추고 싶다. 거창하고 어려운 품위가 아니라 "남에게 단정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의지와 행동"정도.

 어째 나이를 먹으면 품위 발산이 더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면 지키기 어려운 걸까. 40살이 되고, 팀장이 되면 다시 한번 체크해 보겠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비즈니스 매너를 잘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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