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
사진에서 욕심과 결과물은 반비례한다. 사진엔 모든 걸 담을 수 없기에 셔터엔 선택이 필요하다. 많은 것을 찍으려 할수록 피사체는 달아난다. 한 장의 사진에는 한 개의 이야기면 충분하다. 다만 담고자 하는 한 가지에만 충실하면 된다.
“봄”을 보여주기 위해 “꽃”을 찍고 “행복”을 담기 위해 “가족”을 찍는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텍스트로 옮기는 것이 소설의 일이라면, 이미지로 옮기는 것은 사진의 일이다. 사진사라는 말보다 사진“작가”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운 이유다.
이과는 원자라고 말하겠지만 문과 출신인 나는 세계가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야기는 공기처럼 응당 자연스러운 것이라 존재를 잊고 지낸다. 취업할 때 자기를 소개하는 일도, 아일랜드에서 일 년을 지내며 사는 일도, 세상 많은 연인들도, 결국은 개별적 이야기다. 좋은 사진은 그 이야기를 한 장의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일이다.
그런데 찍는 일 보다 중요한 건 압축된 이미지를 해체하는 일이다. 이걸 “혜안”이라고도 말하고 “지혜”라고도 부른다. 한 장의 꽃 사진을 보면서 봄이 왔음을 알아야 하고, 가족사진을 보고 행복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달을 가리킨 손가락을 보고 손가락 끝만 보는 사람이 있던 반면, 잎새를 보면서 희망을 꿈꿨던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세상 많은 문제가 이 이미지를 왜곡해서 해체시킴으로써 비롯된 게 아닐까.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이 해체한 이미지에 대해서 애착을 가진다. 20대가 힘들다는 말에,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술집 뒷자리에 앉은 아저씨들도, 심각한 양극화와 청년 실업 문제를 가지고 “원래 아픈 게 청춘이야”라는 말로 위로하려 드는 것도 왜곡된 이미지의 결과물이다. 현상과 이미지를 얄팍한 본인 경험만으로 해석하는 오만이다.
사진 찍기는 이미지와 자아 사이의 끝없는 피드백을 돕는다. 세상을 담는 훈련을 통해, 세상을 펼쳐보는 일도 배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거창할 것 없이 기록하는 일이 재밌기도 하고.
저 사진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봄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파란 하늘, 그리고 이제 막 기지개 켜는 꽃잎들. 봄은 이미 뒤에 있지만, 사진 속에선 이제 막 봄이 태동하는 듯하다. 내년 봄엔 난 어떤 모습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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