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어려움

사진이란 변명을 쓰고 난 뒤

by 청년실격

메시지에 함몰되면 안 된다는 글은 너무 강한 메시지를 담는 걸까. 브런치 북 "사진이란 변명"을 쓰면서 나는 너무 메시지에 힘을 줬다. 창작을 권했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자고 주장했으며, 좋은 시선을 위해 부지런한 탐색을 요구했다.


한 편의 이야기에 한 개의 주장은 괜찮아도, 이야기 끝마다 형식이 반복되면 피로하기 마련이다. 논설문을 적은 글도 아니면서.


겁먹었던 것 같다. 독자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각인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글 자체가 덜 매력적이다 보니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이야기가 완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야기를 부연하고 살찌웠다. 주장과 교훈을 팽창시키려다 삑사리가 났다.


나는 "훌륭한 메시지"를 담은 책을 감탄하면서 읽은 적 없다. 오히려 메시지로 점철된 책들은 질색한다. 가령 작가의 성공 이야기만 담고 있는 자기 계발서는 내가 정확히 불호하는 장르다.


문학에선 "왜 그랬을까?", 혹은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한다.

그 인물은 어떤 감정으로 그런 대사를 말했을까.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일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좋다.

비문학에선 특정 메시지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즐긴다.

장강명 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이란 책을 좋아한다. 그 책은 "공채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주장하는데, 메시지 자체도 끄덕하지만, 전개해 나가는 논리와 스스로 세운 가설을 담금질하는 과정이 아름답다.


꼭 문학, 비문학뿐만이 아니더라도 강한 메시지를 담은 창작물에 대한 반감은 동일하다.

노트북 문서를 정리하던 중 우연히 대학교 3학년 중간고사 하루 전 날 쓴 글을 발견했다. 중간고사를 앞둔 대학생은 시험공부 빼고 뭐든 재밌다. 당시 시험 스트레스에서 도망친 곳이 글쓰기였나 보다. 앞둔 철학 시험에 대해 마구잡이로 궁시렁거린 게 글의 전부다. 교훈도, 특별한 내용도 없다. 다만 궁시렁 뿐인 그 글이 여러 번 고쳐 쓴 사진에 관한 글보다도 훨씬 매력적이었다.


글을 다 읽고 난 뒤, 어쩌면 메시지 유무는 좋은 글을 구성하는 조건에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 안, 밖에서 꾸준히 글을 쓸 예정이다. 글쓰기는 오래토록 가져가고 싶은 소중한 취미다. 그럴 때 자주 상기해야겠다. 정말이지 글이란 써도 써도 매번 어렵다.


#사진이란 변명

https://brunch.co.kr/brunchbook/on-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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