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제목이 길다. 긴 제목을 가진 책은 제목으로 충실히 메시지를 담는다. 온전히 제목 그대로 서울 3년 이하 서점들을 조사한 인터뷰 집이다.
이 기획물은 "브로드컬리"라는 로컬숍 연구 잡지에서 출간한 3번째 시리즈다. 1호는 서울의 3년 이하 가게 중 빵집을 키워드로 잡았다. 2호, 3호는 서점을, 4호는 제주도에 창업한 가게를 취재한다. 자영업자, 그중에서도 3년 이하의 시기를 키워드로 잡아 꾸준히 인터뷰 집을 만들어 낸다. 정보가 실용적이라는 측면에서 유익하고, 시리즈 기획물로서 의의를 가진다.
언젠가부터 이 시리즈가 꾸준히 눈에 밟혔다. 아무래도 독립서점을 찾는 일이 많은 요즘인데, 이 책은 독립서점 사장님들께 꽤 인기가 좋다. 그래서 다니는 서점마다 이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다.
디자이너팀이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겠다만, 다소 정갈하지 않은 이 책의 표지도 나름의 매력을 더한다. 구구절절 워드로 만든 듯하면서도, 이 책의 콘텐츠를 충분하고 수다스럽게 설명한다.
이 책에선 총 6개의 3년 이하 서점을 다룬다. 사적인 서점, 퇴근길 책 한 잔, 51페이지, 이후북스, 노말에이, 인공위성이 목록이다. 각 서점마다 중요한 질문을 목차로 적어두었다. 가령 서점의 쓸모는 무엇인지, 인터넷 서점과 경쟁은 두렵지 않은지, 서점 매출 구조, 책은 잘 팔리는지 등이다. 서점의 실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들이다.
이 책은 다분히 "서점 창업에 대한 낭만성을 걷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질문하는 뉘앙스가 그렇게 느껴진다.
"책 팔아서 괜찮아요? 솔직히 장사 잘 안되지 않아요? 그거 보기에만 번지르르하지 밥벌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와 같은 톤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물론 내가 조금 과장해서 적은 것이며, 읽으면서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너무 직설적인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서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가려워하는 질문을 콕콕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엔 도서 시장의 유통 구조, 매출 구조, 대략적인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아시는 바와 같이 서점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대략 책 한 권 팔면 20~25%의 마진율이 남는다고 한다. 아주 간단한 산수로 만 원짜리 책을 10권 팔면 이만 원, 백 권 팔면 이십만 원인 셈이다. 백 권과 이십만 원을 동시에 떠올리면 책 팔아서 돈 버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만 이 책에서 사장님들이 공통점으로 말하는 건,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이다. 언젠가 장강명 작가가 책 한 번 써봅시다에서 쓴 글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 그건 "써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써야 한다"라는 말이다. 무슨 말장난 같기도 한 저 말은 요즘 아이패드 병에도 적용된다. 아이패드를 사고 싶은 병은, 오로지 아이패드를 사면서 끝날 수 있다는 그 말. 마찬가지다. 서점을 해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서점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 6명의 사장님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나도 언젠가 서점을 꿈꾼다. 그런데 아주 숙고한 후에 결심을 내릴 거다. 최소한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기존의 서점 문화와는 다른 서점들을 생각해 본다. 말하자면 "책이 없는 서점"과 같은, 혹은 서점이 체험의 공간으로서 문학 작품 속 인물, 배경, 혹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공간. 말하자면 언젠가 만들고 싶은 서점은 단순히 책이 나열된 공간이 아닌, 그 공간에 체험의 경험을 판매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아무쪼록, 독립 서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책이다. 동시에 서점 창업의 실태를 알고 싶은 분께도 유용한 실용 서적이다. 다만 "인터뷰"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깊이의 한계성이 있다고 믿는다. 인터뷰란 결국 대화를 활자화 한 것이기에, 내면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말들은 기록되지 못할 테니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꽤 흥미 있게 읽히는 시리즈물이었다. 다른 책도 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