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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웨딩 본식 작가에게 식권을 주나요?

돈 쓰는 사람 마음입니다.

by 청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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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부터 말하면, 신랑 신부 마음이다. 관례는 없다. 열과 성을 다해 찍어줬다 생각되면 식사를 권해도 좋고, 아니면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나였으면 주지 않고 돈 아낀다.


요즘 물가가 무섭다. 김밥 한 줄이 3000원이다. 나는 1000원에 먹었는데. 이런 말 하는 거 보니 나도 "옛날엔 짜장면이 300원이었다"라는 아저씨가 된 것만 같다.

서울 웨딩홀 식대는 1인당 7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메인, 서브 작가 두 명에게 식권을 주면 대략 15~20만 원 가까운 추가 비용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 돈이면 신혼여행 가서 조금 저렴한 미슐렝에서 한 끼가 가능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정이 많다. 이사 도와준 분들께 짜장면을 돌리거나, 어딜 찾아가도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신랑 신부도 그런 마음에 식사를 권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웨딩홀 식사는 금액이 크다. 짜장면이 7천 원이면, 식권은 그 열 배다. 만약 촬영을 100만 원에 계약했다면, 그 안에는 ‘좋은 컨디션으로 예식을 잘 담아낼 책임’까지 포함돼 있다. 말하자면, 이미 식사값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웨딩 택스라고, 웨딩 들어가면 뭐든지 +@가 되는 일에 기여하는 기분도 좋지 않다.


연회장 촬영을 마치면 많은 신랑 신부가 “식사하고 가세요”라는 감사한 제안을 준다. 그러나 대게는 먹지 않는다. 실제로 3년간의 촬영 중 다섯 번 안 먹은 거 같다. 동행한 촬영자가 너무 배고파 보이거나, 다음 일정이 빡빡해서 여기서 안 먹으면 동선이 안 나올 때 정도였다.


대표의 방침도 명확하다. “촬영 잘 됐고, 신부가 먼저 식사 이야기 꺼내면 드세요.”

그러니까, 최소한 우리 업체에서 촬영자가 먼저 요청하는 일은 없다.


괜히 밥을 먹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연회장에서 식사하는 본식 작가를 본 하객이 “요즘 스냅 작가는 밥도 얻어먹네” 할 수도 있고, 줄 때는 좋은 마음으로 줬지만 나중에 후기에다가 "**업체는 끝나고 식권을 줘야 합니다"라는 후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괜히 책 잡힐 일 만들지 않으려는 공산도 있다.


가장 결정적으로, 나는 그 자리가 ‘밥자리’로 편하지 않다. 웨딩홀 안에선 나는 계속 업무 시간이다. 힘든 촬영을 마치고 허기질 때도 많지만, 웨딩홀 비싼 식사보다 그냥 편의점 김밥이 더 속 편하다. 검은색 옷에 주렁주렁 카메라를 매달고 편의점에서 허기를 달래다 보면 괜히 "열심히 사는 나 꽤 멋질지도"라며 스스로 도취되기도 한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촬영 작가는 그렇다면, 그러면 도와주시는 이모님은 드려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그 또한 정답이 없다. 그건 나도 매번 헷갈린다. 하지만 오랫동안 촬영장을 다니다 보니, 이모님들은 식사하고 가는 경우가 확실히 더 많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체감상 그렇다.


만약 이모님이 먼저 식권을 요청하신다면… 글쎄, 그건 드리는 쪽이 나은 것 같다. 괜히 기분 상하게 하기엔 좋은 날이니까. 그 몇 만 원이 아까워서 찜찜함이 남는 건 신랑 신부 쪽일 수도 있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고, 돈을 쓰는 쪽이기에 모든 결정은 그들 손에 달려 있다. 그러니 어떤 결정을 하든, 떳떳하게, 마음 편하게 하면 된다.


말하자면 식권 나눠주기는 미국 TIP문화보다도 약한 강제성을 가져서, 안 주면 마음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냥 돈 아끼는 걸 추천한다.


물론 이 글도 모든 웨딩 촬영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식사를 하고 가는 모든 작가분들을 욕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정도의 말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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