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 사진 속 나의 모습은 당당해 보인다. 키가 크고 말 수가 적고 냉정해 보였다고 한다. 그 당시는 수, 우, 미, 양, 가로 성적을 평가하던 시기였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았다. 6학년 때 ‘우’가 두 개 이뿐 모두 수를 받았다. 그래서 그 당시 심어진 내가 생각한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중학교는 교정이 멋진 아름다운 학교였다. 멋진 학교에 진학했다는 설레는 마음과 계속 공부를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영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1학년까지는 재미있고 신나게 학교 생활을 했다. 성적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 좋았었다.
문제는 2학년 때부터였다. 지금 생각하니 요즘 얘기하는 중2 병이 왔던 것 같다. 중 2 처음 중간고사 때 432등을 했다. 남들이 보기엔 공부를 못하는 아이의 성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 한 학년 학생수는 800명이 넘었으니 내 성적은 중간이었다.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당당했었다. 내 기준에는 아주 좋은 성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근거 없는 당당함의 이유는 간단했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고 수업 시간에도 수업을 전혀 안 들었었다. 책 안에 글자를 읽지를 않았다. 시험 기간에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공부를 한 적이 없이 시험을 봤는데 반에서도 중간이고 전교에서도 중간 등수를 한 것이니 난 창피할 필요가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 했는데 그런 등수가 나왔다면 창피하고 슬펐겠지만 공부를 안 하고도 중간이니 나 자신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속상한 엄마가 학생이 공부를 안 하고 성적이 나빠졌는데 당당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말재주가 없어서 변명하지는 못 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공부 잘하고 반듯했던 딸이 말 안 듣는 사춘기의 딸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공부하지 않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선생님이 가르치지 못하니 나는 스스로 그 해답을 찾을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공부를 하지 않겠다’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유 있는 반항
영어 수업 중이었다. 영어에 too ~ to용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선생님은 too ~to 용법은 ‘너무 뭐뭐 해서 뭐 뭐한다’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수업 시간에 이해가 안 가서 질문을 했다. “선생님! 뭐뭐~ 가 뭐예요?” 다시 한번 설명해 주고 그래도 내가 못 알아듣는 듯싶으니 집에 가서 해석해 보라고 하셨다.
다음 영어 시간이 되었다. 조동사를 가르치며 must를 의 해석을 알려주셨다. 그 해석은 “ 뭐뭐~ 해야만 한다”였다. 그래서 다시 질문했다.. “선생님! 뭐뭐~ 가 뭐예요?” 이번에는 선생님이 바로 화내면서 나를 혼냈다. 그때 알았다. ‘저 선생님이 그 “뭐뭐~”를 못 가르치는구나. 공부를 다 “뭐뭐~”로 배울 바에야 나는 공부를 안 할 거다’라고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선생님의 성의 없는 대답에 크게 실망하여 공부에 대한 모든 의욕을 상실했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성적이라 전교 432등은 나의 실력의 점수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니 그 등수는 나의 실제 실력과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자신이 공부를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민의 시작
하지만 책을 안 보는 일이 빈번해지고 나의 몸에 스며들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글을 읽지 않는 나쁜 습관이 아예 몸에 배어 버렸다. 그런 습관이 베어가니 마음이 괴로워졌다. 공부를 잘한다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공부를 안 하고 있는 나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난 누구인가” 그리고 “내 정신세계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꿈의 해석’을 읽었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내 안의 세 가지 나 이드’Id’ , 에고’ego’, 그리고 수퍼 에고’ super ego’를 알게 된 것도 그때이다. '이드'는 원초적 욕구에 근거를 둔 결정이고 '에고'는 이성적 판단에 근거를 둔 결정이고 '수퍼 에고'는 초 이성적 판단에 근거를 둔 판단과 결정이다. 이 원리를 믿었던 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이 세 가지에 대입해 가면서 나의 심리를 분석했다. 하루종일 순간 순간 나의 판단과 결정이 내안에 '이드'에 의해서 결정된것인지 '에고'에 의해서 결정된것이지 '수퍼 에고'에 의해서 인지 심리를 분석하는것이 습관이 될 정도 였다. 심리를 분석한 결과 나의 모든 결정과 행동의 근원은 원초적 정신인 'id'에 비롯한것이 99%였다.
학생이었으니 해야 할 일은 공부였으니 나의 'ego' 적 생각은 학생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였다. 하지만 순간 순간의 나의 결정은 원초적 본능인 'id'에서 나온것이니 내 안의 두 자아 사이에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한 순간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어 기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문제를 위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하는 고통이 눈 앞에 있어 두려웠다. 이미 나쁜 습관이 몸에 베어 있는데 학생의 의무를 해야한다는 중압감으로 더욱 몸은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앞서서 계획만 열심히 세웠던것 같다.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일하시는 아버지와 공부법을 모르는 어머니로 부터는 기대할 수 없는 도움이었다.그래서 혼자서 해결책을 생각하기로 했다.
공부 안 하고 100점 맞기
오랜시간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내 몸은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내 머리는 1등하길 바란다.’ 그때부터 나의 인생 모토는 ‘공부 안 하고 100점 맞는 방법을 찾아내자’가 되었다. 그 후로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안 하기 위하여 공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의 본능과 몸이 원하는것을 충족시키면서 내 머리가 원하는것을 동시에 성취 시킬 방법은 공부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것이었다.
공부를 안 하고 내용을 빨리 끝내려면 스키밍 (훑어 읽기)을 해야 한다.
1. 그렇다면 스키밍은 어떻게 하지?
2. 본문 내용을 10줄도 넘는데 주제 문장 딱 한 줄은 대체 어디 있나?
3. 공부할 시간 없고 내 몸이 놀아야 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니
도대체 몇 분 안에 몇 개만 알면 되나?
4. 반복 많이 안 하고 한방에 기억 남는 방법 없나?
5. 답을 모르니 정답이 아닌 것부터 가려보자.
(작가의 글에서 계속)
엉뚱한 의도에서 시작한 연구는 이런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의 시대는 그저 공부가 하기 싫었던 거지 뭐 그리 특별히 다른 일이 하고 싶을 정도로 유혹이 많은 시기는 아니었다. 만약 지금 내가 청소년이라면 다른 일들이 하고 싶어서 더 공부를 안 했을 것이다.
각자의 이유
현재의 청소년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있다. 외부 유혹이 너무 많다. 재미있는 방송, 영화, 게임의 유혹이 너무 많다. 배울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그 종류도 여러 가지다.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내신, 수행평가, 교내대회, 모의고사준비, 봉사, 동아리등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인데 시간관리 안되고 체력이 안 받쳐주니 해야 할 많은 일에 앞도 당한다. 감당할 일이 너무 많아지면 그 압박감으로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특정 과목에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배워도 뭘 배웠는지 정리가 안된다.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한다.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 혼자서 터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공부법을 터득했다고 해도 그 방법이 맞는지 확인할 길이 학교 시험성적 뿐이니 자신의 학교내의분위기 속에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있다.
아이들은 각각의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자기가 어떤 것을 잘 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지도 잘 파악하고 있다. 그 이유를 귀담아 들어봐야 한다. 그런 후에 잘하는 것을 찾아서 바른 방법으로 이끌어 준다면 “왜 공부를 안 하니? 의 질문은 “ 이제 어떻게 공부해볼까?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공부는 누구나 잘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공부 잘하는 방법을 함께 연구해야한다.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 해서 공부한 사람이 공부를 못 하지는 않는다. 그저 공부를 안 한 사람이 공부를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