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팥 난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시험 결과에 대해 평가를 한다. 몇 점 받았는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왜 틀렸는지 물어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험을 잘 본 아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험을 못 본 아이들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두 부류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100점이라고 같은 100점이 아닐 수 있다.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내용을 한 번 보고 100점을 맞고 어떤 아이는 열 번 보고 100점을 맞는다. 또 어떤 아이는 한 번도 안 보고 95점 맞는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학생은 한 번도 안 보고 95점을 받은 학생이다. 같은 100점이라도 한번 보고 100점을 받은 학생도 훈계를 들어야 한다.
먼저, 시험 범위의 내용을 한 번 보고 100점 맞은 아이는 ‘앞으로 한 번만 하면 100점을 맞는구나’ 하고 인식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그 인식을 한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도 한번, 고등학생이 되어서 시험공부를 할 때도 단 한 번만 공부하고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학년은 올라가는데 공부 방법은 초등학생 때 했던 수준이다. 자신의 한계가 시험 내용을 한 번 보는 것이 되어버린다. 학년이 올라가는데도 아이는 그 한계를 넘지 못한다. 그리고 고학년에 복잡한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가 대다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두 번째로 10번 보고 100점 맞는 아이는 많이 칭찬하면 된다. 점수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그 노력에 대한 칭찬이다. 아무리 쉬운 내용이라도 열 번을 하게 유도해야 한다. 하루에 몰아서 하면 안 된다. 하루에 많은 반복은 공부를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여러 날에 걸쳐서 해야 한다. 여러 날의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 이런 학생들은 점점 머리가 좋아지면서 5번 보고도 100점 많은 융통성도 생기게 되고 어려운 일을 끝까지 끈기 있게 해내는 힘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한 번도 안 보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점수만 보고 안심하게 되면 이 아이는 평생 노력하지 않고 무엇인가 얻으려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험 평가가 있고 나서야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왜 틀렸는지, 시험 볼 때 기분이 어땠는지를 묻고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아이가 더 성장하기 전에 편한 마음을 가지게 해야 한다. 어릴 때 마음의 안정을 경험해야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다. 시험에 대한 불안 증세는 아이에게 시험 시간에 엉뚱한 일을 하게 한다. 문제 잘못 읽기, 답안지 밀려 쓰기, 문제 안 읽고 찍기, 공부 안 하고 시험 보러 가기 등의 엉뚱한 행동들로 인한 점수를 받게 된다.
엉뚱한 행동을 하고 받은 점수니 책망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공부한 점수가 아니다. 시험을 못 본 것은 근본적으로 공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근본적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를 다그친다. 자신의 노력한 성적도 아닌 점수로 평가받고 모욕당한다. 심성이 고운 아이들은 그 멍청한 평가에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자신감은 더 하락된다. ’ 찍는 것도 너의 실력이야’라고 핀잔하는 사람은 그 사람도 공부 안 하고 찍을 사람이다. 엉뚱하게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찍는 악순환이 이렇게 시작한다. 이런 좋지 않은 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해 볼 몇 가지가 있다.
시험공부는 평소에 하는 것이다. 평소에 해야 여러 날에 걸쳐 내용을 10번 볼 수 있다. 시험 범위가 안 나와서 못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책은 한 권이고 일 년에 네 번 시험 보니 책의 목차를 1/4로 나누어 미리 준비하게 한다. 먼저 시작하다 보면 시험 범위가 발표되는 날 때쯤 모두 정리가 되어 있다. 처음에 아이들이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 엄마나 선생님이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인도해준다. 몇 번 함께 해주지 않으면 아이 혼자 실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천 없는 이론이 되어 버린다.
시험 며칠 전에 몰아서 하게 되면 여러 번 반복 하기는커녕 한 번도 안 보고 시험을 보러 간다. 과감히 찍고 포기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시험 시간에 문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미리 시험 내용을 연구하고 공부하여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시험 시간에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연구한다. 시험 시간이 모자란다고 하는 아이의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평소에는 공부 안 하다가 시험지를 붙들고 공부하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긴다.
아이러니한 일은 또 있다. 시험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은 아이는 자신이 모르는 어려운 단어가 나와 있는 선택지를 답으로 표시한다. 분명히 문제 지문에 제시된 단어가 반복적으로 힌트를 주고 있는데 그 단어가 너무 쉬워서 어려운 단어가 답일 것이라는 이상한 심리에 빠진다. 자기 자신을 못 믿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못 믿는 이상한 심리이다. 우습게도, 문제를 내는 사람이 그 심리를 이용하여 정답 율을 낮게 하는 수도 있다.
반대의 상황은 자기가 아는 단어를 가지고 지문의 내용과 관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두세 문장만 읽고 내용을 끝까지 보지 않는다. 과도한 자신감이다. 선택지도 5개 중에서 자신이 선택한 답 이외에는 아예 읽어보지도 않는다. 성급해서 틀려버린다.
집필 시험은 한 사람의 주관적 견해를 묻는 시험이 아니다. 출제자의 의도대로 객관적 판단을 묻고 있음에도 매번 자신이 쓴 소설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다. 공부한 내용과 상관없이 시험시간에 주관적인 생각을 넣어 해석한다. 제대로 공부한 것이 없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대로 풀어보겠다는 생각인 거다. 불행히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이 훌륭한 아이는 찾기 힘들다. 결국 결론은 공부를 안 하고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공부를 했는데 못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안 하니 못하는 것이다.
태도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험 보기 전 문제집에서 ‘옳은 것을 찾으시오’라는 문제에 옳은 에 동그라미가 안쳐져 있으면 문제 푸는 태도를 바꾸어 주어야 한다. 문제를 잘 못 읽는 버릇을 고쳐주어야 한다. 문제를 잘 못 읽는 것은 평소에도 동문서답할 가능성이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옳은 것을 고르고 나면 나머지 네 개는 옳지 않은 것이니 그 각각에 틀린 이유를 적어 놔야 한다. 이것이 오답노트의 기본이다.
시험 후에 잘 못 보았다고 시험지를 찢어 버렸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때는 같은 시험지를 다시 구해와서 엄격함 속에서 재시험을 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재 시험의 결과를 보고 공부할 수 있도록 다시 수정하고 계획해야 한다. 얼마나 시험을 못 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럴까 하고 웃고 넘어가 버리면 안 된다. 이런 경우가 웃고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 경우이다. 이때가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때이다. 버릇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버릇이 되어버리면 같은 실수를 해도 고칠 수가 없다. 같은 시험을 다시 치게 하면 반항할 수도 있다. 그런 반응이 오더라도 차근히 ‘다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 주면 된다. 그 재평가 없이는 공부를 잘하기 힘들다.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많다. 하지만 공부 못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다. 그러니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더욱 신뢰하게 된다.
거의 모든 문제에 주어진 시간은 1분 30초이다. 1분 30초를 몸이 기억하고 뇌가 기억하게 해야 한다. 1분에 한글 300자 영어 단어 300 단어 정도는 읽어야 한다. 그냥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마다 연결하는 핵심 단어와 반복 어구를 찾아 주제와 요지를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나머지 30초 동안 선택지 다섯 개를 확인하고 지문에서 찾은 반복 어구와 매치해서 확신 있게 정답을 맞혀야 한다.
1분 30초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단어 10개는 외울 수 있다. 개별적 단어를 외울 때 1분 30초, 400 단어 지문 읽고 주제 찾기를 1분 30초, 수학 문제 풀 때도 1분 30 초애 맞춰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아이는 1분 30초에 개별 단어 5개 200 단어의 지문 읽기로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뭐를 하든 1분 30초에 생체 시계를 맞추어야 한다. 그 시간 내에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학생이라면 그 아이의 인생 속에는 시험이 있다. 엄마가 시험에 대한 바른 개념을 가지고 인도한다면 아이들의 인생은 안정될 것이다. 시험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대처, 심리적 안정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시험 치는 태도와 시간관리는 엄마가 알려 주고 함께 실천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좋은 습관이 몸과 마음에 베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