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NASA에 간 경준이 이야기

by 골든로우

못 먹어도 GO!


2015년 10월 하늘 파란 어느 날 오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지난달 말에 한국에서 만난 경준이었다. 미국에 간다고 말을 안 했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나에게 자문을 구하려고 전화하는 거라고 말했다,

경준이는 미국의 기업에 인턴사원의 경험을 제공하는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워싱턴 DC에 가 있었다. 지원할 수 있는 여러 회사들 중에 어느 기업에 지원하면 좋겠는지 자문을 구하고 있었다. 들어보지 못한 워싱턴 DC에 있는 전자 회사들과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회사 등을 나열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곳은 NASA였다. 내가 이과 계통이 아니라 관련 회사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NASA만 알아 들었다.

처음에는 생각도 안 해 보고 “ 당연히 NASA 지! 못 먹어도 고! 몰라?” 하고 대답했다. 경준이가 피식 웃더니 진지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NASA에 지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 여기 미국에 같이 선발되어서 온 친구들이 S.K.Y대학과 KAIST 대학 출신 이예요. 제가 다니는 학교로는 그 학교들과 게임이 안 돼요!’





기회를 잡는 용기

경준이는 성남에 있는 K대학 학생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K대학은 의대와 약대가 자리를 잡고 있어 지금은 사람들이 모를 리 없는 대학이지만 그래도 일류 대학과 비교하면 경준이의 고개가 숙여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나 아이비리그의 몇몇 대학은 들어봤지만 어느 대학이 무슨 과에 강세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이 몇몇 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선발하는 각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도 한국 사정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신의 학교 수준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도 좋을 듯싶었다. 그리고 일단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이라면 자신이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알고 있어야 했다. 경준이는 라이벌 학생들의 학벌에 밀려 자신을 많이 낮추고 있었다. 자신감을 잃은 경준이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다.

미국 사람이 성남 K대학이 좋은지 안암동 K대가 좋은지 어떻게 아냐? 인사 담당자가 한국 대학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서 네가 지원에 실패할 수도 있지. 게다가 지원 경쟁자들이 S.K.Y 와 KAIST 대학 학생이라서 네가 그 경쟁해서 떨어진다면 그 실패를 네가 당연히 받아 드릴 거 아니냐?. 그리고 미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해도 듣도 보도 못한 회사보다 전 세계인이 모두 다 아는 NASA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냐? 나라면 당연히 NASA에 지원한다.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야. 지원할 기회도 기회인 거다.”라고 대답해주었다. 사실 무식한 대답이었다. 그래도 난 NASA였다.


다음날 또 전화가 걸려왔다, 경준이가 NASA에 지원했다고 했다. 몇 명이 지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전화 인터뷰하고 나서 짐 싸서 돌아와야겠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마지막일 수도 있지만 전화 인터뷰를 잘 하고 싶어 했다.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든 또박또박 이야기하고 무조건 상대방을 웃게 하라고 했다.


삼일 뒤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경준이가 NASA 인턴에 합격했다고 했다. 정말 우스운 사실은 한국에서 함께 선발되어 간 동료들이 한 명도 NASA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로 눈치 보느라 지원을 안 한 사이에 용감한 경준이만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한참을 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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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 얻은 해답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경준이는 참 반듯한 아이였다. 약속을 잘 지키고 인사 잘하고 주변 정리를 잘했다. 늦는 일이 있으면 항상 미리 알려 주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부는 중간 정도였던 것 같다. 항상 마음은 있는데 실천이 마음 같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주의 상황이 안 좋았을 수도 있었다.

그 중간 정도의 성적 때문에 그 아이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때문에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느려, 나쁜 이 습관을 왜 버리지 못하는지, 난 한심해. 나는 매력이 없어’라고 자신에게 심하게 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경준이가 순간순간을 온전히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신뢰했다.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의 약점은 행동과 사고가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느리다는 것은 정해진 시험시간 내에 지문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기를 노력했다, 천천히 읽더라도 주제 문장을 찾아 읽었다. 한 지문에 안에 주제 문장의 위치를 찾고 핵심 단어를 종합해서 했다. 수능 영어 성적은 87점이었다. 그 당시는 절대 평가가 아니어서 3등급이었다.


대학 입학 후 5월에 TOEIC 시험 점수 560점을 들고 와서 790점을 넘겨 카투사에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기본부터 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처음 1주일 동안 기본 문법부터 다시 공부했다. 다음 1주일은 문장과 문장을 이어서 글을 읽었다, 그리고 시험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기출문제를 풀었다. 3개월 만에 990점 만점에 920점을 받았다, 아쉽게도 카투사 추첨에 떨어지고 육군에 복무하게 되었다.

제대한 후 2년이 되어 이전의 TOEIC 점수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경준이는 3개월 동안 이전에 준비했던 방법으로 다시 공부하여 960점을 받았다. 바로 그 성적으로 장학생이 되고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이었다. 그리고 NASA의 인턴이 된 것이었다.


그런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은 단지 일류 대학의 다른 경쟁자가 지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오랜 시간의 경준이의 노력에 대해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저 영어가 자신 없어요. 잘할 수 있을까요?’ 항상 자신에 대해 고민하던 아이는 고민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해답도 찾은 것이었다.


그 아이는 지금 네덜란드계의 외국회사에 취직하여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지금은 자신감 없고 느린 경준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판단력 빠르고 자신감 넘치는 남자가 되었다, 여전히 예의 바르고 인사 잘하고 주변 정리도 잘하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나는 수줍고 자신 없는 경준이가 멋진 청년이 되는데 17년이 걸리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 아이들도 빠른 시간만큼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부모들은 아이를 신뢰만 하면 된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그 기적 속에서 놀라운 용기로 기회를 알아볼 것이다.


NASA 인터뷰 중에서


People say slow behavior is my disadvantage. I act slowly when something is unfamiliar. Once I have confidence in it, I act very fast. The reason I act slowly when I observe is to think carefully. If I observe something carefully and find out what the rule is, I'll act fast. If you work with me, you'll see the fastest turtle in the world.


사람들은 나의 느린 행동을 단점이라고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가 친숙하지 않을 때 느리게 행동합니다. 일단 내가 그 일에 확신을 가지게 되면 매우 빠르게 행동합니다. 내가 관찰할 때 느리게 행동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중하게 관찰하여 일의 규칙을 알아내면 빨리 행동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시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를 보게 될 겁니다




-경준이는 NASA에서 구름을 관측하여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연구팀에서 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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