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잘하는 건이 이야기
귀국하고 처음으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TOEFL을 담당했었다. TOEFL은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혼자 독학으로 공부해서 시험을 13번을 치고 대학에 들어갔으니 그 경험으로 가르칠 수 있어서 자신 있었다.
내가 시험을 볼 때는 지금처럼 컴퓨터 상에서 시험을 보는 체계(IBT)가 아니라 종이로 보는 시험(PBT)이었다. 670+ 만점에 내가 처음 받은 점수는 387점이었다. 마지막 13번째 시험은 652점이었다. 550점을 넘기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도 계속 시험을 쳤던 이유는 시험을 볼 때마다 한 번도 점수가 떨어지지 않았고 조금씩이라도 계속 올랐기 때문이었다. 시험 본 다음에 매번 시험을 분석했다. 이 과정을 통해 모자란 부분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다. 매번 시험 점수가 올라가니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에 걸쳐 학습했던 TOEFL이라 실전 문제를 풀어주는 수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이라서 한국어로 설명을 해야 하는 데 있었다. 수업시간에 나는 지문을 해석해주고 그 배경을 해설해준다. 그리고 주제 문장을 찾고 내용을 요약한다, 그리고 문제에서 제시된 것을 답으로 찾는다. 마지막으로 주제 단어의 동의어 정리로 하 지문을 완성한다. 즉, 수업의 절차는 해석, 해설, 주제 찾기, 요약, 문제 풀기와 단어정리의 여섯 단계를 걸쳐서 수업했다.
나는 열심히 수업했고 아이들도 공부의 의지를 가진 아이들이었다. 두 달쯤 지나서인가 10명의 학생들 중에 가장 반응이 없었던 건이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 선생님은 해석 잘하는데 왜 저는 해석을 잘 못할까요? 우리가 여섯 단계로 차근차근 성의 있게 수업하는 것 같은데 그건 선생님의 실력일 뿐이잖아요. 저는 그 첫 단계인 해석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냥 선생님 수업만 듣고 있으면 제 실력이 느나요?”
난 주어진 시간에 기출문제를 비슷한 유형의 규칙을 가르치며 문제를 풀었지만 건이의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건이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우수한 학생이라서 외고 입학을 준비하려고 TOEFL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말 우수한 학생이었다. 무엇보다도 선생이 가르치는 것은 선생 실력이고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을 때 이미 그 우수함이 증명되어버렸다.
“우리가 매일 하는 첫 단계인 해석 방법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그전에 가르쳤던 학생에게도 그 이후로 가르친 학생에게도 들은 적 없는 훌륭한 질문이었다. 건이는 배우고자 하는 해석 방법이 지금까지 들었던 방법과는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해석을 직독 직해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 James goes to school every day except weekends with his friends by bus’를 해석할 때 일반적인 직독 직해 방법으로는 James가 /간다/ 학교에/매일/ 주말을 제외하고 /친구들과/버스로 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읽는 그대로 해석하고 이해는 따로 한다. 영어 어순과 한국어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를 빨리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 하는 방법인 듯하다. 틀린 주장도 아니다.
하지만 쉬운 문장에서는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어도 복잡한 문장은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영어단어 밑에 한글을 붙이는데 까지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그 단어들을 머리 속에서 다시 조합해야 하는 긴 문장이 나오면 혼동 속에 빠진다. 말도 더듬거리며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글 순서를 바꾸어야 하니 복잡한 이해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직독 직해는 한글 어순을 엉망으로 만들어 이해를 복잡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독 직해를 할 바에야 영어 글자를 읽고 단어의 의미만 떠올라도 글의 내용은 이해할 수 있으니 해석하지 않고 이해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해만 하면 된다.
하지만 영어문장을 한국말로 바꾸어야만 한다면 제대로 번역하는 순서가 있어야만 한다. 그것도 아주 규칙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학습할 수 있다. 난 위와 같은 문장 ‘ James goes to school every day except weekends with his friends by bus’를. ‘제임스는 버스로 친구들과 함께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학교에 간다’라고 해석했다. 해석할 때 먼저 주어와 동사를 찾아 영어를 분석해서 한글의 어순을 순서로 정하여 해석했다. 건이는 한국어 어순을 흩트리지 않는 해석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설명 도구가 필요했다. 해석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논리적 도구는 문법이다. 그러니 문장을 문법으로 분석하는 일을 해석의 첫 단계이다. 8 품사가 하는 일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문장 안에서 그 품사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주어와 동사를 찾을 수 있다. 무엇 보다도 8 품사의 기능에 따라 해석 순서가 정해지니 문장 기본 5 형식과 8 품사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해석을 바르게 하기 위해 영어 문장에서 주어를 찾아 ‘ 는, 은, 이, 가’라는 조사를 붙여야 한다. 문장에서 목적어를 찾아 ‘ 을,를, 에게’라는 조사를 붙이고 보어를 찾아 ‘로, 게, 하도록’라는 조사를 그 단어 뒤에 붙여서 해석해야 한다.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을 하듯 문장에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를 찾아 그에 맞는 한국어 조사를 붙이고 부사의 순서를 정해 번호를 쓰고 그 번호 순서대로 해석을 한다.
건이와 처음 한 달은 문법 정리를 했다. 다음 한 달은 문장을 분석해서 주어와 동사를 찾고 번호를 붙여서 해석하게 했다. 그리고 다음 한 달은 해석하고 나서 그 문장에 핵심 단어를 찾게 했다. 다음 한 달은 한 가지 내용의 7~10개 문장을 해석하고 각 문장의 핵심 단어를 찾게 한 후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반복 단어를 찾게 했다. 네 달이 지난 후에 건이는 해석과 독해를 한꺼번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건이가 스스로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건이가 대학 4학년이 된 2015년 여름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국가 공인은 아니지만 번역사 1급 자격증을 땄고 외국어 번역 행정사 자격증을 따려고 민법과 행정법 공부 중이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의 당찬 아이는 10년 만에 번역사가 되어있었다. 반면 같은 10년을 보낸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에 가서도 영어 학원을 다닌다. 기출문제 해석해주고 해설해주고 주제 찾아주며 이유를 설명해주는 그런 학원이다. 그리고도 자신의 실력이 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한다. 영어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 선생의 설명을 이해하는 실력이 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지금 5학년 6학년부터 앞으로 10년이다. 그 10년 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