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즙을 사수하라
고기의 질감(texture)은 겉면의 바삭함, 육즙을 머금고 있는 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을때 흘러나오는 충만한 액체감, 이빨을 통해서 전달되어 오는 기분좋은 단단함과 부드러움등을 총칭한다. 질감은 고기의 첫인상이고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기의 질감은 고기를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한다.
여기서 잠시 잘못된 상식을 짚고 넘어자.
1) 바싹 구우면 안에 고기 육즙을 완벽하게 가둘 수 있다.
2) 육즙 보존을 위해 고기는 반드시 한번만 뒤집어야 한다.
고기 바싹 구우면 갑자기 방수소재로 변하지 않고, 고기를 여러번 뒤집으면 오히려 온도가 골고루 유지되서 육즙이 고기 전체로 퍼지는 효과가 있다. (귀찮아서 한번 뒤집을 뿐이다.)
고기 표면을 시어링 조리법을 통해서 바짝 굽는 이유는 고기 단백질의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것이다. 쉽게 말해서 고기의 캐러멀라이즈화 반응을 통해 단맛과 풍미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육즙을 가두지는 못한다. 전형적인 대중미디어의 폐혜이다. 육즙보호를 위해 한번만 뒤집는건 앞서 말한대로 근거없는 그럴듯한 설에 불과하다. 육즙을 위해서는 레스팅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고기를 익힌후 바로 입안에 넣는건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센불에 의해 단백질이 응축되어 있고 육즙도 한부분에 몰려있기 때문에 바로 먹게 되면 육즙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올바른 레스팅을 위해서 불판위에 양파나 마늘을 준비하고 그 위에 고기를 3~5분 정도 올려놓자.
절대로 바로 차가운 접시위에 올려놓는 만행을 저지르면 안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백질의 응축이 풀리고 몰려있던 육즙이 고기 전체로 골고루 퍼지면서 훨씬 풍부하고 쥬씨한 고기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레스팅은 고기의 두께가 두꺼울 수록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필자는 고기집에 갈때마다 레스팅을 한 고기와 안한 고기를 비교 테스트 해본다. 항상 효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