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nb 고수님에게 배운 가르침
지인과 에어비앤비 관련 얘기를 하다가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어서 전에 브런치에 적어봤습니다. 비슷한 주제로 쓴 1편도 있어요. https://brunch.co.kr/@joohoonjake/57
재밌게 읽어주시고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하지만 잘못된 에어비앤비 선택은 여행 전체를 망칠 수 있다. 그러니 에어비앤비를 고를 때 불안할 수밖에..
구매자의 관여도가 높고, 50만 원이 넘는 제품을 고관여 제품이라 한다. 한번 사면 오래 쓰고, 매일 쓰기에 신중하게 고른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에어비앤비 예약과 고관여 제품 구매에는 유사한 점이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느끼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예약/구매 전환율을 높이려면 고객의 '불안감'을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객의 '불안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까?
3년 전, 나는 에어비앤비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호스팅을 했었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어서 평소대로 관리할 지표를 정하고 엑셀 파일을 만들어서 지표를 관리했다. 내가 집중했던 지표는 2개였다.
1) 월별 점유율 (Occupancy Rate)
2) 평균 1박당 Price
그런데 머지않아서 두 개의 지표는 서로 상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월별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1박당 가격을 내려야 하고, 1박당 단가를 높이면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고민 끝에 총매출에 더 영향을 주는 월별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예약이 없는 날은 덤핑을 날려서라도 예약을 받았다.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겨우 월별 예약 점유율 60%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고수'를 만났다. 고수님은 총 2개의 호스팅을 운영하고 있었다. 위치, 시설이 내가 운영하는 곳보다 나은 점이 없었는데 월별 점유율과 1박당 단가가 훨씬 높았다. 뭐지?
비결을 듣고 아하! 했다. 이분은 살짝 변형된 오늘날 NPS (Net Promoter Score)를 관리하고 있었다. 전략은 심플했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면, 고객이 멋진 리뷰를 써줄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보통 host 와의 교류가 없으면, 교통이 편하다, 깨끗하다 와 같은 단편적인 내용의 리뷰밖에 쓸게 없다. 그런데 고수님의 리뷰는 기본적으로 항상 10줄이 넘었다. 가끔 30줄 이상되는 리뷰들도 있었다. 대부분 얼마나 완벽한 경험을 했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적혀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고수님은 예약을 받는 순간부터 체크아웃하는 순간까지 고객과의 접점을 완벽하게 설계해 두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국적과 취향을 미리 파악해서 맞춤식 경험을 설계했다. 예를 들면 종교, 국적에 따른 추천 레스토랑, 웰컴 기프트 등이 달랐고, 간단한 그네들 언어를 익혀두는 건 기본.. 이분의 고객 만족 전략은 하루 종일 들어도 끝이 없었다. 이쯤 되니 서로 자기가 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울부짖는 리뷰들이 폭발했다.
"리뷰를 읽는 너의 시간이 아깝다. 그냥 예약해라"
와 같은 후기들이 쌓이면서 주변 숙소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6개월치 예약이 꽉꽉 차면서 월별 점유율은 90%를 훌쩍 넘었고, 평균 1박당 단가도 계속 올라갔다.
고수님은 내가 상충된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지표를 훌륭하게 성장시키셨다.그리고 엑셀 파일 돌리면서 잘난 척했던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다. 고수님은 가장 꼭대기에 있는 대장 지표(OMTM)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집중하셨다. (나도 이후 한 번도 슈퍼 호스트를 놓친 적이 없음.)
이제 고관여 제품을 팔아보자. 고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적용하자. 가격을 깎아서 결과부터 내고자 하는 저차원적인 전략은 일단 넣어두자. (저가격 전략은 죽기 전에 쓰자)
먼저 사업의 본질을 담고있는 대장 지표를 정하자. 잘 모르겠다 싶으면 NPS(Net Promoter Score)로 잡으면 된다. 모든 사업의 본질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NPS를 높이려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면 된다. 내가 고객일 때 언제 제일 만족스러운지 생각해보면 쉽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seamless 하게 설계하면 되겠다.
나는 월별 점유율, 평균 1박 가격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후행지표를 먼저 관리하는 짓을 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장 지표를 잘 관리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훌륭한 리뷰들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어쩌면 한 명 한 명에게 wow point를 선물하는 게 Paul Graham이 말했던 Do Things don't scale의 핵심일지도..
- 고관여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고객의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
- 불안감을 없애는 데는 고객의 훌륭한 후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 훌륭한 후기는 완벽한 경험을 한 고객이 남긴다.
- 완벽한 경험을 위한 접점 설계를 가장 먼저 해야 한다.
- 대장 지표를 잘 관리하면, 후행지표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 선행/후행 관리 순서가 바뀌면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