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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Aug 04. 2019

나의 뷰티 매거진

오늘 내 출장 파우치에 든 아이템들은...

미국에 이민오고 나서 high school시절 나의 즐거움이자 최고의 사치는 당시 한국 뷰티&패션잡지 'Ceci'를 사모으는 것 이었다.

그것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틀란타 창고식품 이란 곳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잡지였다. 가격도 거의 한국 정가의 2배 가까이였지만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아껴둔 용돈지갑을 열었었다. 가끔 오랫만에 갔는데 이번달 잡지가 없으면 어찌나 아쉽던지.

그렇게 사모은 잡지를 정말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되풀이해 읽으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 또 대학생이 되면 나도 꼭 이렇게 예쁘게 하고 다녀야지 상상했었다. 사실 유행은 금방 바뀌기 마련이고 잡지에서 본 메이크업은 내 얼굴에 어울리지않아 촌스러웠고, 정작 대학생이 된 나는 맨얼굴에 유니버시티 로고가 크게 박힌 박스티에 츄리닝 바지만 주구장창 입고 다녔다.

회사원이 되고 다시 만난 지인은, 대학 당시 파티에서 본 나의 보라색 아이섀도우는 충격적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확실히 나는 패셔니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시간 남들 못지않게 뷰티 아이템에 대한 욕심은 컸다. 신제품이 나오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다 사서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시절도 있었다.

서른이 된 지금은 되려 신상 뷰티 제품보다 내게 진짜 잘 맞는 제품을 재구매해서 쓰는 편이다. 가끔 유럽이나 한국에 출장을 가서 빼놓고 온 제품 대신 급하게 구매한 제품이 운좋게 잘 맞으면 면세점에서 두세개씩 쟁여와 선물하기도 하고 내가 오래두고 쓰기도 한다. 새로운 제품을 쓰는 날 보다, 내게 익숙한 제품들로 메이크업을 해서 잘 먹은 날이 더 행복하다는 것 깨달은 덕분이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물기가 남은 상태에서 머리를 말리고, 바비브라운 파운데이션과 맥 립스틱을 바르는 그 순간에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며 행복해진다. 물론 그 순간을 즐기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늦으면 머리만 감고 옷만 챙겨입고 나가는 날도 허다하다.


나는 뷰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는 되지 못했지만, 간만에 여유롭게 호텔에서 저녁을 보내다, 지금 쓰는 제품들을 매거진 처럼 소개해보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내가 마치 쎄씨의 뷰티 에디터가 된 것 처럼!

좌측 하단)이니스프리 립글로즈, 스매쉬박스 아이섀도우, 바비브라운 볼터치, 스매쉬박스 립&볼터치, 독일에서 산 향수, 키엘 로션, 러쉬 고체 마우스워시, 메이크업 포에버 파운데이션

이니스프리 튤립색 립글로즈는 한번 산 이후 매번 한국을 방문할 적마다 쟁여왔다. 지난번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3가지를 다 사왔는데, 제일 진한 색상, 홍차 브라운 튤립을 바른날 나는 쎈 여자가 된다. 그날은 자신감이 넘치고 내가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검색하세요 WWW'에서 배타미가 '립을 뭐 바를까. 겁나 쎄보이고 싶거든'라고 한 대사에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립스틱 덕분이다.


스메쉬 박스는 어쩌다 우연히 아이섀도우를 아울렛몰에서 싼 값에 구매했다. 다양한 브라운 색상 표현이 잘 나오고 펄날림이 덜해서 출장 시 마다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깜빡하고 아이라이너를 안 챙겨간 날도 진한 갈색으로 대체 가능하다.

 

바비브라운 립 앤 치크 펜과 파우더 타입 파운데이션은 매일 아침 급한 메이크업에 몹시 유용하다. 파운데이션의 경우 원체 얼굴에 기름이 올라오는 피부라 오후엔 덧칠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오전동안은 화사한 피부 유지가 가능하다. 커버력도 좋아서 별다른 컨실러가 필요없을 정도다. 립 앤 치크 펜은 볼터치 용으로 바르고 나면.  파운데이션은 지워져도 분홍 볼터치남을 정도로 지속력이 좋다. 색상이 진한 편이라 툭툭 바른 후 반대편 스펀지로 펴발라주고 위에 파운데이션을 한번 더 두드려준다. 너무 밝은 볼터치는 쑥스럽다.


키엘 페이셜 로션은 급한 출장 중 공항에서 여행용으로 샀다가 너무 좋아서 오며가며 여러개 사두었다. 작은 사이즈라 평소에는 책상위에 올려놓고 매일쓰다가 출장 날 아침에는 핸드백에 넣고 간다.


러쉬의 고체 마우스워시는 비상용으로 늘 핸드백에 넣어둔다. 매번 치약과 칫솔을 챙기기 어려운데 갑자기 사람을 만나야 할 상황이나 장시간 비행 후 에서 단내가 나는 상황에 두알을 씹고 물로 헹구면 크게 도움이 된다.


네이쳐 리퍼블릭에서 산 그린 홀리데이 로션은 핸드백에 놓고 다니며 수시로 발라준다. 용량도 많고 향도 좋아서 좋다.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싶다.

저 살색 향수는 독일에서 샀다. 브랜드도 모르고 이름도 정확히 기억 못하지만, 저 향수를 사던 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네덜란드를 경유해 하노버에 도착했는데 옷이 든 캐리어가 통채로 없어진 상황. 당장 내일 중요한 회의인데 나는 옷이라곤 집에서 입고 나온 잠옷 같은 원피스와 레깅스가 전부였다. 멘붕오는 상황에서 다행히 같은 비행기를 탄 동료가 독일에 'REAL'이라는 마켓이 있는데 10시까지 연다며 대충 필요한 옷은 살수 있을 거라고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착해서 작은 사이즈의 캐리어와 옷을 사고,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 상태로 저 향수도 샀다. 복숭아향 과 바닐라 향이 섞인 달콤한 향이 마음에 들었다. 저 향을 맡으며 처음으로 조금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사이즈도 작고 향도 좋아서 출장 시 마다 잊지않고 챙겼는데 이제 거의 다 썼다.


메이크업 정도로 내가 엄청 예뻐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이크업을 정성껏 하고 머리도 마음에 든 날은 자신감이 충전되어 일도 잘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일이 없는 주말에는 거의 맨얼굴로 지내기에, 메이크업은 나에게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하는 의식이나 마찬가지이다. 동시에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는 내 스스로에게 하는 응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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