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당시 나는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지만 회식자리에서 '나는 연봉이 8만불을 넘기게 되면 퇴사하고 내 사업을 하겠다.' 라는 말을 했었다.
당시 팀장님과 대리님은 '왜?' 라는 질문을 하셨지만 나는 단지 당시 받던 연봉의 두배쯤 되는 그 연봉을 받게되면 나는 충분한 회사 경험을 했을거라고 생각했기때문이었다. 그 당시 20대 중반의 나는 [커피]와 [와인]에 꽂혀있어서 막연히 커피와 와인을 파는 예쁜 샾을 열고 싶다는 어린 생각을 했었다.
얼추 그 비슷한 언저리의 연봉을 받게 된 지금 나는 직장인 8년차다. 나는 지금 충분한 사회 경험을 했는가? 아니다.
글로벌한 지금 회사에서 나는 아직도 어설픈 직장인이다. 심지어 팀에서는 내스스로 농담삼아 'new born baby'라고 나를 소개한다. 1980년대 초 포르쉐와 일했다는 내 사수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업종에서 일한 사람이다. 내 사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7,80년대 미국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롭다. 나는 80년대 끝물에 태어났으니. 그분들의 이십 몇년에 비하면 십년도 채우지 못한 나는 아직 커리어의 중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래들이 바글바글한 전 회사에서 일할 적에는 삼십대가 된 내 나이가 많게 느껴졌는데 지금 회사 우리팀에서 나는 가장 젊다. 손녀가 있는 팀원도 꽤 된다. 아직 한창 배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과 일하며 좋은 점 중 첫번째는 우선 엄청 귀여움과 배려를 받는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일이 잘 안풀리면 비빌 언덕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준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이 더치페이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우리 팀에는 점심 후 졸린 시간에 나를 툭툭쳐서 깨우고 사내 카페로 데려가 이런걸 왜 먹냐면서도 본인의 에스프레소와 내가 마실 아이스 커피를 사주는 아저씨들이 있다. 경력도 연봉도 짱짱한 이분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은퇴할 수 있지만, 본인이 현역으로 일하고 싶어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팀의 대책없는 어린 사원들이 답도 없는 질문을 내도 야단치기보다는 친절하게 니가 지금 하는 말이 왜 말이 안되는지 설명해주시는 분들이다. 아직까지 나는 그 레벨은 되지 못했다.나이는 나의 곱절 가까이 되지만 활력이 넘치시는 이 분들을 보면, 나 스스로도 체력관리를 잘해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오래 일할 거라면 승진도 많이 해서 비즈니스 캐쥬얼을 걸친 사원들 속에도 매일 멋진 정장차림인 디렉터 레벨까지 가야겠다. 남탕인 매니저 회의에서 긴 머리에 검은 정장과 검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 디렉터 분을 보면 내 가슴이 뛴다. 내 미래를 꿈꾸게 된다.
그녀의 영향으로 나는 사무실에서 다시 하이힐을 신기 시작했다. 하이힐을 신으면 자세가 달라지고, 자세가 달라지니 내 스스로 자신감도 상승하고 좀더 야심만만해진 기분이 든다. 멋있는 회사원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다들 '퇴사'를 장려하는 이 분위기 홍수 속에서도 '직장생활'과 '성공'을 장려하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겠다. 책임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