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가능하나 썩 즐기지는 않는 나지만, 한번 먹고싶어져버리면 20분정도의 운전과 집에 가서 얼른 눕고싶은 피곤함정도는 우습게 이겨낼 수 있는 메뉴가 있다. 제목에서처럼, 쌀국수다.
쌀국수는 일주일에 3일 혹은 4일 정도 연속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제대로 맛있는 쌀국수라는 전제하에.
면발이 쌀국수도 아닌 것이 소면도 아닌 것인 면발은 용납할 수 없다. 혀에 쫄깃하게 감기는 살짝 넓은 면발, 하지만 젓가락질에도 퍼지지 않는 쫄깃함은 살아있어야한다.
고소한 국물. 대량 판매되는 국물이라도 좋다. 인공 조미료 투성이라도 좋으니 빨간색이 남은 얇은 소고기와 싱싱한 숙주가 푹 익혀질 정도로 뜨겁고 혀에 착착 감기는 뿌연 국물이어야 한다. 거기에 쪽파와 양파를 잔뜩 넣은 채로 나오면 그 국물에 숙주를 먼저 면발아래 깔아주고, 추가한 양파절임을 반정도 덜어 더 넣어주고, 매콤한 맛을 추가할 얇게 썬 할라피뇨를 담가준다. 쌀국수의 양파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그러고 나서는 테이블 위의 빨간 스리라차 소스 와 진한 갈색의 해선장을 두바퀴 돌려주고 풀어준다. 국물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줄 이 두 소스의 조합. 남은 양파절임 위에도 두소스를 충분히 뿌려 양파김치를 만들어주면 쌀국수 먹을 준비는 완료되었다.
내 인생 최고의 쌀국수 맛집은 미국 조지아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쌀국숫집이었는데 거길가면 꼭 아는 사람을 한명이상 볼정도로 (심지어 이웃동네 사람도) 인기가 많았다. 그 집에서 쌀국수를 먹은 이후 내 쌀국수 맛의 기준은 그 집이 되었다.
쌀국수와 최고의 궁합인 에피타이저는 단연 튀긴 스프링 롤인데, 그 집에서는 상추와 채썬 당근, 숙주 그리고 오이가 곁들여 나왔다. 그렇게 나온 스프링 롤을 상추와 다른 야채들을 넣어 쌈싸먹으면, 입안 가득 바삭고소한 행복감이 입안에 가득찬다. 거기에 쌀국수 국물을 한입 더해주면, 생각만 해도 침이 가득 고인다.
본격적으로 쌀국수를 먹기 시작하면, 우선 쌀국수 면발을 먹어주고, 국물에 갈색으로 익은 소고기를 양파김치를 듬뿍 얹어서 먹어준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익은 숙주도 먹어준다. 매콤,고소한 그 국물은 아무리 퍼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제대로 맛을 내려면 양파를 잔뜩 넣어 먹어야하니 업무적으로 누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저녁시간에 맘편히 먹는 것이 즐겁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쌀국수에 달콤한 베트남 두유 한잔이면 몸도 마음도 여유롭게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글을 쓰다보니 더 먹고싶어졌다. 내일 주말 브런치메뉴는 무조건 쌀국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