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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Sep 22. 2019

내 손에 반지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의 힘

타고나기를 통통한 손가락을 가졌고, 외관을 중요시 해야하는 플라스틱을 가까이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스크래치를 내면 아니되므로 반지를 멀리한지 30여년, 하지만 왼쪽 넷째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매일끼게 된지는 이제 일년이 조금 넘었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그렇다. 가까이 하기 전에는 관심도 없다가 매일 보다보니 이제는 그렇게 좋아하던 귀고리보다 반지에 눈길이 간다.

스와로브스키에서 나온, 뽀얀 진주알과 반짝이는 흑조가 마주보게 디자인된 오픈링은 한번 지나친 뒤로 계속 생각나는 바람에 다시 사러갔더니 품절이었다. 출장을 다니면서, 한국, 일본, 유럽 공항의 스와로브스키 매장을 보이는 족족 들어가서 물어보고, 심지어 휴가겸 아틀란타와 라스베가스 매장까지 가서 찾았는데도 다 없다고 하니 한동안 스와로브스키 매장은 습관적으로 들어가서 확인했었다. 결국 몇주전 디트로이트에 컨퍼런스 참석차 갔다가 기대도 안하고 들린 DTW 공항 지점에서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 사이즈는 디스플레이된 샘플 하나 뿐이었다. 쇼핑 후 그렇게 들뜨기도 오랫만 이었다. 마치 신입사원교육에서 만나 말한마디 못 나눴지만 첫눈에 반한 상대를 우연히 다른부서와의 회의에서 다시만나게 된 그런 기분.

첫눈에 반했던 블랙스완 오픈 링

이 반지만큼 나를 고민하게 했던 것은 왕관반지였다. 두번째 손가락 반지의 의미를 알고나서는 기분상 이겠지만 나만의 특별한 왕관반지를 두번째 손가락에 끼고, 내 커리어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곱씹으며 버티고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누군가에겐 유치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요즘 나에게는 초심을 잃지않게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독일계 회사에서 미국인과 독일인들과 매일 부딪히면서 점점 더 초심을 챙기지 않으면 정말 생각하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까이두고 자주 들여다 보기에는 반지만한 것이 없다. 며칠간 Amazon을 뒤지다가 부담없이 저렴한 반지가 아닌, 가격대가 있어 살짝 신경쓰일 정도의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소중히 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악세사리는 한국출장 중 만원대 제품을 대량 구매 후 쟁여놓고 맘편히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쓰는편인 나로써는 나름 큰 결심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간만에 판도라 매장에 갔다. 사실 판도라는 참을 취향별로 골라 끼우는 팔찌로 더 유명하기에, 팔찌에 큰 관심없는 나도 그렇게 매장에서 판도라매장 반지를 그렇게 꼼꼼히, 많이 살펴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브랜드를 고르게된 이유도 매장 윈도우에 디스플레이된 왕관반지들이 우연히 눈에 띄어서였다. 은, 골드, 로즈골드 등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디자인의 왕관반지들이 55달러 에서 200달러까지 다양해서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을 했다.

손에 꼭맞는, 마음에도 꼭맞는 반지를 끼고나오자 이번주내 다양한 인간과 비상사태들을 상대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조금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깟 일들에 고개숙이지 말자. 내 머리 위에 왕관을 쓴 것처럼 다시한번 고개 빳빳하게들고 버텨보자.

 

나를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한 판도라의 반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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