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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Sep 13. 2019

숲 속에서 걷기

힐링이 뭐 별거냐

오늘 하루도 쉽지 않았다. 애 많이 썼다, 나!

어제 밤늦게 도착한 비행기덕분에 밤에 11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고, 저녁으로 김치컵라면 하나 먹고 12시가 넘어 눈을 붙였다.

6시 반 알람을 나도 모르는새 끄고, 7시 15분까지 자버린 바람에, 메이크업은 미련없이 포기하고 출근을 했다. 급하고 피곤해서 아무 옷이나 걸쳤더니 얇은 티셔츠와 패드없는 얇은 브래지어를 같이 입는 바람에 온종일 신경쓰였다.출장보고서 마무리 해야하는데 시람들이 가만 놔두질 않았다. 5시 반까지는 퇴근하려고 이어폰을 끼고 일해도 뒤에와서 툭툭 치며 방해하더라. 아 제발 눈치 좀.

그러고는 퇴근을 했다. 더운 날씨와 기운 빠지는 회사일들에 기운을 다 빼앗겼지만 그래도 이대로 집에가면 아쉬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앞으로 출장없는 평일에는 회사 옆 국립공원에서 1시간씩 걷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하루종일 진짜 내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운동일정마저 취소해버리면 진짜 무력할 것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원에 갔다.

회사 옆 공원이라 그동안 안와보고 무시했는데 지난 주말 우연히 아시는 분과 같이 걸었더니 나름 국립공원답게 수풀이 우거진 숲이 제대로 조성되어있었다. 평일에 와서 걸으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살도 좀 빼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출장이었던 덕분에 드디어 오늘이 실행으로 옮긴 첫날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지는 녹색

핸드폰 중독이라 최대한 폰을 보지않고 걸으려 노력했다. 이어폰으로 노래는 계속 들었지만.

바닥에 푹신한 흙과 나무 껍질들이 깔려있어 발에 쉽게 물집이 잡히는 나도 편하게 걸을수 있는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역시나 생각했던대로 오늘 치밀어올랐던 울화가 산림욕으로 조금씩 씻겨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스트레칭 겸 머리를 위로 꺾어 하늘을 보았는데, 높은 나뭇가지로 가려진 하늘이 참 예뻐보였다. 그 상태로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사 옆에 이런 곳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좋다. 위로가 된다.

어둑해질 무렵 공원을 빠져나오며 내일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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