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ink Glove
Sep 08. 2019
나는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달걀이 필요한 요리를 하곤한다.
가볍게 바스락대며 깨지는 달걀 껍데기의 그 감촉이 참으로 경쾌하다.
실온에 10분 정도 내놓은 달걀을 팔팔 끓는 물에 넣고 끓인 후 15분정도 기다렸다가 얼음 넣은 찬물로 행구어 준다. 그러고 나면, 싱크대에 톡톡 두드려 달걀 껍질을 깬다. 시간 조절을 잘해 하얗고 반질반질한 흰자가 깔끔하게 나오면 어찌나 뿌듯한지. 참고로 나는 반숙보다는 노른자까지 푹인은 완숙을 좋아한다. 그렇게 삶은 달걀을 빨간 비빔면 위에 올리기도 하고 유부를 띄운 우동 위에 반으로 잘라 올리기도 한다. 고추장을 잔뜩 풀어 만든 떡볶이에 찍어 먹는 것도 좋아한다. 바쁘고 힘든 평일에 달걀을 삶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날은 가성비 좋은 힐링이 필요한 날이다.
손가락사이로 깔끔하게 벗겨지는 달걀을 보고있노라면 잠시 온종일 나를 시달리게하는 많은 생각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그러고는 매콤한 음식과 삶은 달걀을 먹으면서 한번 더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
오늘은 간만에 메추리알을 샀다. 조금 손이 가는 귀찮은 요리를 해보고 싶어서.
10분정도 팔팔 삶아준 후 남편과 도란도란 36개의 알을 깠다. 서로 뭉그러진 메추리알을 타박도 해가면서.
그렇게 벗긴 메추리알들을 소고기와 함께 간장육수에 팔팔 삶아주었더니 제법 장조림 냄새가 난다.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채워져간다.
시간여유가 있는 주말이면 달걀을 깨서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싶어진다.
달걀을 깨는 그 즐거움에, 차갑고 말랑말랑한 그 밀가루 반죽이 만지고 싶어서. 무엇을 만들지 메뉴도 안정하고 무작정 밀가루를 개기도 한다. 내일은 간만에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서, 김치를 잔뜩 썰어넣은 김치 수제비를 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