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ink Glove
Sep 02. 2019
나는 쇼트 컷트에 가까운 단발을 좋아한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서 드라이 한 후, 짧게 자른 단발머리가 산뜻하게 마른 그 느낌이 참 좋다. 찰랑한 머리결과 함께 자신감도 차오른다.
단발머리로 자르고 나면, 웬지 좀더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를 입어도, 핑크색 Coach 핸드백을 들어도 덜 부담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주렁주렁, 블링블링한 귀고리를 하거나 색이 조금 짙은 립스틱을 해도 짧은 헤어 덕분에 과한 느낌이 중화되기도 하고, 눈에도 더 잘 띈다. 덕분에 출근룩의 옵션이 좀 더 많아진다. 아무래도 짧은 머리는 깔끔하게 풀고다닐 수 있어서 얼굴을 가려주어 얼굴이 좀 더 작아보이는 것도 이득이다.
웨딩사진도 찍어야 하고, 펌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몇년만에 1년 넘게 가슴까지 오는 길이로 머리를 길렀는데, 긴 머리 나름대로의 즐거움도 있었다. 생각만 했던 옴브레 헤어염색도 해보고, 다양한 헤어 컬링 도구들도 사용해보았다. 살갛을 봉고데기에 데여가며 머리에 컬을 넣는 연습을 했다. 외모에 관심이 제일 많아야할 20대에도 안하던걸 하려고 하니 관심이 곧 식기는 했지만. 머리가 길어야 할 수 있는 다양한 헤어 악세사리들도 아마존이나 공항에서 마음껏 구입해 사용해 보았다. 가장 최근에 산것은 붉고 파란 이미테이션 보석이 달린 비녀였다.
요즘 날씨가 후덥지근해, 치렁치렁한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매일 아침저녁 덜 마른 머리와 지성두피 덕에 두피 여드름이 심해진 것 같은 느낌에 간만에 한인타운에서 미용실을 들렀다.
원래는 한 2,3센티 정도 상한 끝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자를 생각이었는데 의자에 앉고보니 마음이 바뀌어 과감히 잘랐다. 간만에 짧게 자르는 거라 조금 걱정도 했지만 자르고나니 역시 나는 긴머리보다 단발이 잘 맞는다.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나와서 셀카를 찍고 사진을 확인하니,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내 자신이 된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머리카락 끝이 엉키지않고 매끈하게 손가락이 스르륵 빠져나가는 헤어가 너무 기분 좋다. 요즘 슬럼프라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는데 비용대비 확실한 효과가 느껴졌다. 무료한 일상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헤어스타일부터 바꾸어보자.